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20년 파키스탄 나로왈에서 LeT에 가입한 뒤 테러단체 캠프에서 기관총과 박격포, RPG(로켓추진유탄) 등 중화기 사용법은 물론이고 침투 훈련 등도 교육 받은 뒤 정식 조직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LeT는 1980년대 중반 창설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으로, 파키스탄과 인도 간 영유권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다. 이 단체는 올해 유엔 테러 단체로 지정됐으며, 파키스탄 정보기관(ISI)의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11월 인도 뭄바이 연쇄 테러를 주도해 166명을 살해했고, 올해 4월 인도령 카슈미르 총기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다.
A 씨는 2023년 9월 파키스탄 주재 한국 영사관을 찾아 “사업차 한국 기업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단기 취업용 비자(C-4)를 받은 뒤 같은 해 12월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1월 비자 유효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1년 7개월가량 이태원 일대에 체류했다.
‘일요신문i’가 직접 해당 마트를 찾아 취재한 결과, A 씨는 지난 2월부터 이곳에서 근무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마트 점장은 “당시 A 씨가 찾아와 일하고 싶다고 해 곧바로 일을 맡겼다”고 전했다. 다만 정식으로 근로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어서 근무 시간이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A 씨는 마트 인근에 거주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나와 일을 도운 것으로 확인된다.
마트 직원들은 A 씨를 두고 “착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반년 가까이 마트에서 일했음에도 직원들과 친분은 거의 없었다. A 씨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이었고, 파키스탄 국적의 직원과도 출신 지역이 달라 언어가 통하지 않았다. 게다가 직원들 가운데 A 씨만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한다.
마트 직원 B 씨는 “A 씨가 언어도 잘 통하지 않고 조용한 성격이라 대화할 일이 거의 없었다. 일하지 않을 때 무엇을 하는지도 몰랐다”라며 “직원들에게 종교 활동이나 단체 가입을 권유한 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A 씨가 생계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불법체류 신분이 되면서 정식 취업이 막혔고, 근로계약 없는 임시 일자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며 생활 여건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태원에 거주하는 파키스탄인 C 씨는 “A 씨가 비자가 없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며 “마트에서 일을 시작한 것도 생계를 잇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돈을 벌러 한국에 왔을 뿐”이라며 “그 조직을 알긴 하지만 소속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국내에서 직접 테러 등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2016년 시행된 테러방지법에 따라 테러 단체 조직원으로 활동한 전력 자체를 범죄 행위로 보고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테러 가담 이력이 없더라도, 과거 조직원 경력이 있으면 여전히 높은 위험성을 지닌다고 경고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직접 테러를 하지 않았더라도, 훈련을 받고 활동한 전력이 있는 인물은 계기가 되면 테러 활동에 가담할 위험성이 있다”며 “생활고나 고립 상태가 지속되면 조직과 다시 접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당국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출입국 관리 체계의 허술함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가 입국 시 허위 회사명을 기재한 비자 신청서로 국내에 입국했지만, 이를 걸러낼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불법체류 외국인은 2015년 21만 4168명에서 2018년 35만 5126명으로 30만 명대를 넘어선 뒤, 현재까지 39만~42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입국 심사 과정의 인력과 검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나온다.
이윤호 교수는 “국내 불법체류자가 연간 40만 명 수준으로 늘었지만, 이를 대응할 출입국관리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자체와 협의해 자치경찰을 활용하고, 경찰과 인력·네트워크 정보를 공유하는 등 출입국 당국과 공조 체계를 마련해 출입국 과정에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 테러단체와 연계된 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우즈베키스탄 국적 20대 유학생이 징역 10월과 추징금 77만 원을 선고받았다. UN이 지정한 시리아 테러단체 ‘KTJ’의 자금 모집책에게 2차례에 걸쳐 77만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제공한 혐의다. 2023년에도 ‘타프히드 바 지하드(TvJ)’ 간부에게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140여 만 원을 송금한 카자흐스탄 국적의 20대 불법체류자가 실형에 처해졌다.
경찰은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테러단체들의 테러 위협 차단에 나서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정원과 협력을 강화해 테러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