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19일 전한길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부정선거 음모론’ 동조 내용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전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12·3 비상계엄을 옹호했다. 부정선거 비리의 온상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강제적으로 수사하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다는 것이다. ‘스타 강사’의 부정선거 음모론과 내란 옹호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전 씨는 강단이 아닌, 거리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국민의힘 몇몇 의원들은 전 씨를 반겼다. 인지도가 높은 스피커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 씨가 ‘전한길뉴스’를 창간하자 중진 의원들의 축사가 쏟아졌다. 5선 나경원 의원은 “헌법 가치와 법치의 원칙에 근거한 ‘팩트체크’야말로 전한길뉴스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라며 “특별히 주목할 점은 10·20·30 세대와의 오랜 소통으로 쌓아오신 전한길 선생님의 진심과 신뢰”라고 했다.
반탄 진영에서 전 씨 영향력은 계속 커졌다. 급기야 6월 8일 본명인 전유관으로 입당했다. 자신이 ‘10만 당원’을 이끌고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친길·반길 논란에 불이 붙었다. 안철수 당대표 후보는 7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하나는 ‘친길계, 길핵관’ 극단 세력에 (당을) 침몰시키는 길, 또 다른 하나는 불법 비상계엄 세력과 단절하고 과감한 혁신을 통해 보수 정당으로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당의 파멸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장동혁 후보는 “(전당대회는) 극우 프레임을 깨부수기 위한 자유민주주의 수호 세력과 반자유민주 세력의 싸움”이라며 “반드시 당 대표가 돼 당과 당원을 모독한 자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전날인 20일 “서로 다른 것을 포용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전 씨를 포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전당대회 흔드는 전한길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시작 후 전 씨는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을 결성했다. 고성국 성창경 강용석 등 극우 또는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유튜버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당대표 후보들에 대한 일종의 ‘면접’을 보겠다고 선언했다. 장동혁 김문수 후보는 면접에 응했고, 안철수 조경태 후보는 면접을 거부했다.

8월 7일에는 김문수 후보 면접이 열렸다. ‘윤 전 대통령이 재입당하면 받아주겠냐’는 질문에 김 후보는 “입당하면 당연히 받는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계엄으로 인해서 누가 죽었거나 다쳤거나, 그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되고 (사상자가) 없지 않나”라고 했다. 친한계 출당 요구에 대해서는 “어느 선거든 뭉쳐서 하나로 되어야지만 이길 수 있는데 미운 사람이라고 해서 나뉘면 안 된다”며 “우린 (의석) 100석을 지키고 가능하면 더 많아야 한다. 우리끼리 싸우는 건 둘째고, 이재명 총통 독재와 싸우는 게 1번”이라고 말했다.
면접을 통과한 인물은 장동혁 후보였다. 전 씨는 8월 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김문수 후보 사실은 좀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많다. 지난주에 장동혁 후보는 깔끔하게 답변했다면”이라고 평가했다. 전 씨는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친한계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김 후보의 주장을 비판했다. 두 진영은 원수이기 때문에 함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 씨 행보는 후보자 면접에 그치지 않았다. 8월 8일 전 씨는 대구·경북 합동연설 현장에서 일부 찬탄 후보를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그러자 강성 당원들이 호응했다. 이들은 ‘배신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전 씨를 반대하는 당원들이 반발했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죄질이 매우 중하다’며 징계 절차를 요구했다. 곧바로 전 씨에 대한 징계 절차가 시작됐다. 전 씨의 전당대회 출입은 금지됐다.
장동혁 김문수 후보는 전 씨를 두둔했다. 두 후보는 전 씨에 대한 징계 움직임을 ‘내부총질’로 규정했다. 이 같은 지원 사격에 힘입은 전 씨는 8월 10일 일요신문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자신을 제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관련기사 국민의힘 윤리위·선관위 제재 움직임에…전한길 “할 수 없을 것”).

반탄파 후보들이 전한길 면접에 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탄파 후보들 역시 전 씨의 모든 주장과 행보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강성 지지층 이탈이라는 급한 불을 끈 다음 중도 유권자를 향한 행보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한길 면접’은 계속됐다. 김민수 김재원 김태우 손범규 최고위원 후보는 8월 11일 출연해 전 씨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김근식 후보가 도를 넘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8월 14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전 씨에 대해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경징계였다.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전 씨가 분란을 일으킨 전력이 없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경고면 아무것도 아닌 징계다. 특검 조사도 들어오고 하니, 당 결속을 유지하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시 상황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졌다. 또 갈등과 분열이 오히려 전당대회에서 표출되게 만든 부분이 있었다. (지도부는) 그런 부분들을 지적했었다”며 “원내대표가 강한 톤으로 높은 수위의 징계를 요청한다는 멘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징계 수위나 수준에 대해서는 사실상 뭐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윤리위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부분이라 개인적으로 좀 당혹스럽다”고 했다.
경징계가 결정되면서 전 씨와 국민의힘 동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반탄파 일각에서는 ‘민주당-김어준’ 같은 유사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외부에 영향력이 있는 스피커를 키우자는 주장이다.
반탄파에 속하는 한 국민의힘 인사는 “전 씨가 자기 포지셔닝을 잘할 수 있게 지도부가 이끌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실 전광훈 같은 사람들과 당이 거리를 두지만, 막상 전광훈만큼 (인력이) 동원되는 사람도 없다. 암묵적으로 협업하는 관계도 있는 거다. (전한길과는) 앞으로 관계 재설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강성 당원의 이탈을 막고 나중에 중도를 잡으려는 전략은 효과가 없을 것으로 봤다. 이 의원은 “(전한길 같은) 극우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국민의힘 처지가 딱하다”며 “극우와 손잡는 길은 소멸의 길”이라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