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나 주목할 포인트가 엔씨는 지배구조가 탄탄하지 않다는 점이다. 창업주인 김택진 대표이사의 지분 12.36%만으로는 주주총회 안건을 통과시킬 수 없다. 8.8% 지분을 갖고 있는 게임회사 넷마블이 우호 주주로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엔씨의 주가가 극도로 부진한 만큼 넷마블도 주주들 눈치 때문에라도 엔씨의 성적이 계속 좋지 않다면 조만간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작 기대감 높지만, 과거 사례 보면…
엔씨의 2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지만, 과거의 이익 창출 능력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냉정히 말해 눈높이가 너무 낮아져 있었을 뿐이라는 얘기다.
엔씨는 2분기 매출액이 3824억 원으로 전년대비 3.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1억 원으로 70.5% 증가했다. 증권가 평균 예상치보다 165%나 많은 수준이었다. 이는 리니지M과 리니지2M 매출이 각각 전년대비 13.2%, 13.5% 증가한 덕분인데, 8주년 업데이트와 동남아시아 출시 효과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대부분 고무적인 실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부정적인 분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마케팅비가 증가했음에도 기존 게임의 견조한 성과로 이익을 방어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엔씨의 매출 수준과 과거 이익 체력을 고려하면, 이번 실적은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엔씨는 과거 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 원을 넘은 적이 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4분기 우리나라와 대만에서의 아이온2 출시, 내년 아이온 글로벌,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중국 공략, 리니지W의 동남아 시장 진출 등이 어느 정도 성과는 내겠지만, 카니발리제이션(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주력 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 리니지W 출시 이후 기존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이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한 적이 있다”면서 “아이온2 또한 일정 부분 시장에 존재하는 대규모다중이용자역할게임(MMORPG) 유저를 대상으로 할 전망이기 때문에, 장르 의존도가 높은 엔씨 매출은 신작 효과가 다소 제한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신작의 성과일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는 총 8종 게임을 출시할 계획인데, 아이온2만 연내 출시하고 나머지는 내년 내놓는다. 브레이커스는 내년 1분기, 타임테이커즈는 2분기, LLL은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이 외에도 기존 IP의 스핀오프작 4종을 포함해 총 7종 게임을 내년 분기마다 내놓아 연 매출 2조 5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엔씨 매출을 1조 5933억 원으로 예상하면서도 내년엔 2조 688억 원, 내후년엔 2조 20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신작 게임을 여러 개 내놓는다는 이유만으로 연 매출이 30% 늘어날 것으로 낙관하는 셈인데, 일각에서는 그간 엔씨의 신작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효진 연구원은 “엔씨의 문제는 마케팅에 있었다. 신작의 부재가 아니었다”고 하면서 “지난 2년간 MMORPG 1종, 비(非) MMO 4종의 신작이 출시됐으나 엔씨가 퍼블리싱하는 게임은 시장 안착에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과를 낸 것은 아마존이 퍼블리싱한 ‘TL 글로벌’뿐이었는데, 마케팅이 또다시 엔씨 주도로 이뤄진다면 준비 중인 신작의 성과가 과거와 다를 것이란 기대를 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변화를 보고 접근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M&A 성과에도 관심 집중
엔씨에 대한 투자 판단과 관련, 신작 게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M&A 성적표다. 상반기 말 기준 엔씨는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9969억 원, 그리고 단기금융상품이 3858억 원이다. M&A 목적으로 마련해 놓은 자금이다.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지난 8월 12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모바일 캐주얼 부문의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해외 M&A를 시도해 왔고, 최종 단계까지 진행했지만 가격 차이로 인해 보류됐다”면서 “대규모 M&A뿐만 아니라 소규모 애드온 M&A를 진행하는 등 유연한 전략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했다.
엔씨 외의 다른 대형 게임사인 넷마블, 크래프톤은 비게임 업종의 대형 기업을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엔씨소프트 주요주주이기도 한 넷마블은 연예기획사 하이브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렌털업체 코웨이의 최대주주다. 크래프톤은 최근 7100억 원을 지불하고 일본 광고회사를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도 업앤다운이 심한 업종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비게임사 인수에 관심을 두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오히려 엔씨가 계속 게임사 M&A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특이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엔씨의 M&A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2001년 당시 자산의 절반인 480억 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데스티네이션게임즈, 2002년 8월 인수한 판타그램, 2007~2009년 인수한 넥스트플레이와 크레이지다이아몬드, 제페토는 물론 2012년 인수한 엔트리브소프트까지 모두 패착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IB업계에서는 앞으로 나올 엔씨 신작과 M&A 성사 여부가 엔씨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잘 된다면 게임업계 맏형으로 위상을 다시 공고히 할 수 있겠으나 실패할 경우 옛 기업으로 잊혀 가는 수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엔씨는 김택진 대표의 지분율이 12.2%에 불과한 반면, 사우디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9.43%, 넷마블이 9.05%, 국민연금이 8.2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독립 리서치회사인 플루토의 이상민 대표는 “상법 개정으로 인해 공격이 들어올 경우 엔씨는 우호지분을 잘 단속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엔씨는 최근 게임 성과가 부진하고 현금, 사옥 등 자산이 많아 (외부 공격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일부 증권사 연구원이 엔씨를 다음 사모펀드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꼽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엔씨 관계자는 “(출시 게임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적합한 게임성을 갖추면 목표 매출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A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M&A는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면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좋은 기업을 지속해서 발굴하고 있다. 다만 무리한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