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과적으로 오너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한층 강화됐다. 김준기 창업회장, 김남호 명예회장, 김주원 부회장 등 오너일가는 DB손해보험의 지분 23.25%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DB손해보험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지분율이 15.19%이다. DB손해보험은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최상단에서 DB생명보험, DB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경영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의 내용이 추가된 상법 개정안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DB손해보험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오르지만 경영권 분쟁 시 우호지분에 넘기는 것에는 미치지 못 한다. 가령 DB손해보험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27.41%로 약 4.1%포인트 오르지만 15.19%를 우호지분에 넘겨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는 것에 견줘 크게 지배력이 약화된 모습이다.
이 때문에 DB의 DB손해보험 매입이 오너일가의 경영권 강화를 목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DB가 DB손해보험 지분 매입 배경으로 ‘경영권 영향’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DB손해보험 지분을 인수하기에 DB의 현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지분 매입 직전인 지난 1분기 말 기준 DB의 현금성자산은 370억 원에 불과했다.
그간 DB그룹은 지주사 전환 압박을 받고 있지만 회피하는 것으로 보이는 행보로 뒷말이 무성하다. 그 핵심은 DB하이텍이다. DB의 계열사 DB하이텍의 주가가 오르면 DB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 요건을 충족하게 돼 강제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업의 자산규모가 5000억 원을 웃돌고, 자회사 지분가치가 자산 총액의 50% 이상에 달하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지난해말 기준 DB의 자산총계가 8111억 원인데 이를 기준으로 DB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18.68%에 대한 가치는 지난 8월 26일 종가 기준으로 3869억 원이다. DB하이텍 지분가치가 전체 자산 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7%에 달해 DB하이텍의 주가 상승에 따라 지주사 전환 요건 충족 가능성이 높다.

과거 DB하이텍 팹리스 사업부의 물적분할을 진행하면서 주가가 하락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고, 또 DB가 DB메탈을 흡수합병을 추진해 자산총계를 증가시켜 DB의 자산총계 확대를 시도하려다 주주들의 반발이 나오자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만약 DB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30%까지 늘려야 한다. 이 경우 DB는 DB하이텍에 대한 지분을 11%가량 늘려야 하는데 현금이 많지 않은 DB로서는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다.
이 때문에 DB의 DB손해보험 지분 인수를 두고 사실상 지주사 전환 의지가 없어서 가능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만약 DB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DB가 가지고 있는 DB손해보험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사는 원칙적으로 금융사(보험사 포함)에 대한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사 및 보험사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주사로 전환돼도 바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아니다. 2년간의 유예기간을 주고 이 기간 매각하면 된다.
DB그룹의 지배구조가 개선되기 위해서 지주사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주사가 완벽한 체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그룹을 운영할 수 있는 지배구조다”라고 평가했다.
DB 관계자는 DB손해보험 지분 매입에 대해 “DB손해보험은 작년에만 시가 배당률이 7% 달했다”며 “여유자산 운영을 통한 투자수익 확보 차원”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