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대표가 취임 후 “미래로 나아가자”며 통합 기조에 무게를 실어 한때 고조됐던 ‘분당’ 위기론이 다소 진정됐다. 하지만 지명직 최고위원 선임, 잇단 논란을 일으킨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조처 문제, 윤석열·김건희 특검 수사 현안, 내년 지방선거 준비 이슈 등에서 비윤계·친한계와 얼마든지 충돌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김민수 최고위원의 윤석열·김건희 석방 요구 발언과 윤 전 대통령 접견 신청으로 대표되는 친윤 인사들의 강경 행보를 장 대표가 적절히 제어하지 못할 경우 지도부의 조기 리더십 위기와 당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제21대) 출신으로 이번 국민의힘 전대를 통해 선출직 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포함 총 5명)에 이름을 올린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일요신문i’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민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 선거 공천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전한길 씨에 대해서는 “제명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민의힘 신임 최고위원으로서 새 지도부 구성 후 내부 개혁파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보나.
“전대 이후 지도부가 깊게 토론하고 있다. 지난주엔 1박 2일 워크숍도 했다. (토론의) 결론은 분명하다. 고립이 아니라 확장, 반목이 아니라 화합,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경파로 분류되던 장동혁 대표도 이 기조에 동의하고 있다. 실제로 장 대표가 사무부총장 등 인선 추천 과정에서 어떤 인물이 괜찮을지 물어보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이제 과반의 대표가 아니라 모두의 대표다. 김민수 최고위원의 발언처럼 지도부 한두 명의 발언이 강한데 이런 것도 조정 국면에 있다. 장 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모두를 개혁파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장 대표가 전대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대여 투쟁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로써 개혁 논의는 사실상 뒤로 밀린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데 국민의힘은 현재 투쟁과 개혁 중 어디에 주력해야 한다고 보나.
“투쟁과 개혁 모두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민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저는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 탄핵, 부정선거의 강을 건너 민심의 바다로 나아가자’고 제안했고 모두가 동의했다. 또 저와 호흡이 잘 맞는 정희용 사무총장이 새로 임명되면서 앞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일사천리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새로운 각오, 새로운 시스템, 새로운 메시지로 당을 바꿔 민심을 끌어와야 한다.”
—장 대표는 당선 직후 친한계·찬탄파(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에 사실상 ‘출당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했다. 당 내부에서 이들에 대한 출당 요구 목소리가 실제로 높은가.
“내부적으로 출당 목소리는 전혀 없었다. 선거 과정에서 나온 출당 가능성을 염두에 둔 강경 주장 등은 지금 조정 국면에 들어가 있다. 장 대표와 수시로 통화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기강이 많이 무너져 있다. 지난 1일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내가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강이 바로 설 수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드시 원칙과 기준이 분명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고 계파와 상관없이 인재를 배치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당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민주적 시스템 속에서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당을 운영하는 길이라고 본다.”
—이번 전대에서 ‘당심’은 장 대표에게 좀 더 쏠렸지만, ‘민심’은 김문수 후보에게 있었다. 당원과 일반 국민의 지지 구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셈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나.
“정당은 결국 민심과 동떨어져서는 승리할 수 없다. 이번 전대에서 드러난 당심은 한마디로 분노의 표심이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조롱과 도발, 3특검을 이용한 야당 탄압이 당원들의 분노를 자극했고 ‘민주당과 제대로 맞설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래서 장 대표가 선택된 것이다. 반면 민심이 김 후보를 향했던 이유는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으로 고립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당이 궤멸돼선 안 된다. 그래도 다 끌어안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바람이 김 후보에게 모였다고 본다. 장 대표가 선거 기간에 강경한 주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는 이미 끝났다. 지금은 장 대표와 지도부 모두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고, 실제로 당심과 민심의 괴리도 선거 당시보다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솔직히 전한길 씨의 해당 발언을 들었을 때 우리 당이 원칙과 기준 없이, 얼마나 속칭 아사리판(질서가 없는 상태)처럼 보였으면 그랬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이 상황을 가만히 두면 안 된다. (전 씨는) 제명해야 한다. 민주적으로 작동해야 할 공천 시스템에 특정인의 입김이 개입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 씨 논란은 우리가 더 탄탄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라는 경고이자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다시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언어들이 당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극우 팬덤과 결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현실적인 ‘표 계산’에 발이 묶여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지도부 내 기류는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는지.
“극우는 다분히 폭력적이며 자신의 영달을 위해 팬덤을 활용, 극단적 언사를 일삼는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을 옹호하거나 제재하지 못하는 세력도 극우라고 본다. 만약 우리가 극우와 결별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국정 운영의 주체로서 신뢰받을 수 없다. 내가 있는 한 그런 상황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있다. 극우 팬덤만으로 이길 수 있겠나. 선거는 누가 중도를 더 많이 끌어오느냐는 절박한 싸움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당내 경선에서는 강경 발언이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본선에서는 독이 될 뿐이다.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승리를 바라는 당원들이라면 지도부가 극우 팬덤 정치와 선을 긋기를 원하지, 감싸주기를 바라진 않을 것이다.”
—장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와 관련해 ‘적절한 시점’이라고 했다. 당내 인사들의 윤 전 대통령 면회를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이번 선거(전대) 때부터 이 주장에 대해 우려를 밝혔다. 감옥에서 사법 판단을 받고 있는 사람을 당대표가 찾아가는 것이 과연 당 지지율에 도움이 되겠나. 중도 확장에 도움이 되겠나.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겠나. 만난다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지가 더 큰 문제다. 장 대표가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을 하리라 믿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대 후 극우세력 영향력이 향후 국민의힘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도로 내란당’ ‘극우 정당’이라고 외치는데, 지도부 내에서 실제 극우세력의 영향력을 두고 그 위험성을 공감하고 있는가.
“선거는 이미 끝났고 이제 당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나는 선거 기간 내내 ‘유능한 경제 정당, 매력 있는 전국 정당’이 되자고 강조했다. 그런 내가 이번 전대에서 최고위원 득표율 3위를 했다는 것은 곧 당원들이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으로 비쳐지길 원치 않는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극우는 민주당의 프레임이기도 하다. 우리 당은 ‘극우는 없다’는 말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극우처럼 보이지 않도록 행동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미국 순방 후 장 대표와 즉시 회동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만남이 성사되면 어떤 이야기가 오갔으면 하나.
“회동에서 이 대통령에게 과도한 야당 수사와 정치적 탄압을 중단하라는 이야기가 오가지 않을까 싶다. 소통이란 강자가 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것이며 지금 입법부와 행정부의 강자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이 강자로서 손을 내민 것은 좋다. 이제는 듣고 반영하는 일이 남았다. 야당이 대통령에게 할 말은 명확하다. 야당을 정당한 파트너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입법과 각종 개혁에서 여당 마음대로 밀어붙이지 말고,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절반 국민의 목소리도 경청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 보복으로 비칠 수 있는 과도한 수사와 탄압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

“가장 큰 리스크는 민심과 당심의 괴리라고 본다. 민주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기 위해 당력을 다 쏟아야 한다. 이는 이 대통령과 정부가 망하길 바라며 ‘똥볼’ 차길 기다리는 게 아니다. 국민의힘 스스로 노력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지난 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내가 제안했다. 원외에도 훌륭한 인재가 많으니 분야별 위원회를 만들어 명함을 주고 지역에서 활동하게 하자는 것이다. 장 대표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공정하게 인재를 뽑고 노력해서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새롭고, 유능하고, 따뜻하고, 매력 있고, 책임감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선거와 관련해 당 지도부에서는 어떤 결단이 필요하다고 보나.
“중도 소구력을 높이는 결단이 필요하다. 중도에 통하는 인물, 정책, 메시지, 캠페인을 설계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극우 논쟁을 털어내고 민심을 얻기 위한 현실적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상대가 유리한 링 위에서 싸우지 않는 것이다. 민주당이 원하는 게 무엇이겠나. 우리가 계속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전한길 씨 같은 극단적 인사가 야당을 대표하는 구도다. 그런 일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당에서는 아예 비상계엄·부정선거·전한길 같은 단어가 언급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