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8월 24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용서류 손상 등의 혐의를 적용해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8월 27일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확보된 증거, 수사진행 경과,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을 고려했을 때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8월 28일 민주당 워크숍에선 법원 판단에 대한 비판과 함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방안이 다뤄졌다.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신속하게 내란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로 결의했다. 9월 4일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이미 발의된 내란 특별법을 상정해 충분히 논의한 뒤 처리 절차를 가지겠다”고 말했다. 다만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워크숍 이후 브리핑에서 “당 지도부는 논의한 적 자체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박찬대 의원이 대표발의한 내란특별법에 따르면 국회(국민의힘 배제)·대한변호사협회·법원 판사회의 등이 각각 3명씩 추천, 9명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된다. 위원회가 특별재판부 판사 후보 2배수인 6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중 3명을 임명한다. 내란 사건 구속영장을 심사할 특별영장 전담 법관도 임명된다.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등은 내란 재판에서 배제된다.
내란특별재판부는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우선 설치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 설치됐던 특별재판부는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특위 특별재판부와 3·15부정선거 특별재판부가 전부다. 둘 다 모두 명확한 근거 조항이 있었다. 제헌헌법은 부칙 제101조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1960년 헌법 개정 때 제정된 ‘특별검찰부 및 특별재판소 조직법’과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은 3·15부정선거 특별재판소 설치 근거가 됐다.

기소 이후 사건을 강제로 이관하고 전담 법관을 새로 임명하는 것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전원합의체를 구성할 수 없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대법관들을 모두 배제할 경우 노태악 이흥구 오경미 마용주 대법관만 남는다.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필요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구성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법원행정처는 “특정 사건 담당 법관을 임의로 혹은 사후적으로 정할 경우, 재판 독립성·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저하돼 국민과 당사자가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내란특별재판부가 과거 민주당이 추진했던 특별재판부보다 더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8월 박주민 의원 등은 ‘양승태 사법농단’에 대한 공정한 재판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발의했다. 이때 재판관은 대한변호사협회·법원판사회의·시민사회계가 추천하도록 했다. 내란특별재판부 건과 달리 입법부가 법안만 마련하고 재판부 구성에는 개입하지 않는 구조였다. 당시 법안은 위헌 논란이 거세게 일었고,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날을 세웠다. 9월 2일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을 배제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의견만 들어 그들의 입맛대로 구성된 특별재판부가 설치된다면, 그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정해야 할 재판이 특정 정파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 뻔하다”며 “‘내란 척결’이라는 핑계로 사법부를 손아귀에 넣고 자신들 구미에 맞는 ‘답정너’, ‘하명’ 판결을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의 공세가 2026년 6·3 지방선거용 전략이라는 의구심도 고개를 들었다. 8월 31일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는 내란특별법 통과와 오세훈 서울시장, 김진태 강원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등 국민의힘 지자체장에 대한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세 지자체 모두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국민의힘 한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겨냥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내란 프레임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까지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법부 장악 시도 이유는) 특검 기소 이후 재판에서 유의미한 성과들이 나와 줘야 내란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라며 “혹여라도 무죄가 나기 시작하면 역풍을 맞게 된다. 양승태 대법원장 (1심 무죄 판결 때) 얼마나 역풍이 컸나”라고 했다.
#비판 확산에 신중론
민주당은 사법부가 초래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지귀연 재판부의 윤 전 대통령 석방 결정 △조희대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결정 △한 전 총리 구속영장 기각 △지귀연 부장판사 접대 의혹 조사 지연 △지귀연 재판부의 윤 전 대통령 재판 불출석에 대한 무대응 조치 등을 이유로 사법부가 고의로 ‘내란 청산’에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란특별재판부는 위헌이 아니라고도 했다. 9월 1일 전현희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헌법을 보면 ‘법원 내부 행정 조직은 법률에 의해 규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형사 재판부, 민사 재판부 등 다양한 재판부처럼 내란만을 특별히 심판하는 특별재판부를 두는 것이기에 헌법 위반이나 법률 위반 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전 의원은 “사법부 권한 침해 부분과 관련해선 당연히 법원 판단을 존중하고 사법부 독자성을 지켜주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2014년 세월호 특별재판부 구성 검토’라는 전례도 있다고 했다. 당시 사법부는 ‘사법부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힘을 쏟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대외적 홍보 효과 극대화와 경력 있는 단독 판사를 배치해 신중하고 치밀한 재판 진행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위헌 문제에 대한 검토는 문건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9월 3일 “위헌이라면 애초에 사법부가 검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읽힌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9월 3일 내란특별재판부 추진에 대해 “사법부가 내란을 제대로 종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사법부가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전담재판부는 어떤가. 숙고하면 좋은 대안이 나올 것”이라며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특별재판부가 없어도 완전한 내란종식과 정의로운 심판이 내려지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덧붙였다.
정치 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위헌적 요소가 너무 많다”며 “역풍이 당장 불 것이다. 일단 판사들이 움직이면 내란 특별법에 문제의식이 없거나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역풍이 분다”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만약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게 되면, 이 대통령 입장에서 굉장히 곤란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강성 행보가) 누적 되면 ‘해도 너무한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이 대통령의 중도 확장은 빛을 바래게 된다. 그러면 지지율은 떨어진다”고 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