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혁신당 성 비위 사건은 크게 두 갈래다. 첫 번째는 조국혁신당 한 핵심 당직자가 서울 여의도 한 술집에서 피해자 손을 잡는 등 성희롱과 성추행을 자행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또 다른 핵심 당직자가 다른 당직자를 약 10개월간 반복적으로 역시 성희롱과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이다. 이 핵심 당직자는 2024년 12월 12일 조국 원장이 수감 되던 날에도 노래방에서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당 윤리위원회와 여성위원회에 이런 사실을 알렸지만,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도 있었다. 접수된 사례는 모두 11건이다. 조국혁신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은 한 노무법인에 조사를 맡겼다. 그 결과 11건 중 1건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됐다. 이를 두고도 이해하기 힘든 결론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 관계자는 “전신 거울을 피해자 뒤쪽으로 갖다 놨다. 그러면서 ‘이제 딴 짓하면 보인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라고 전했다.
조국혁신당은 2024년 4월 성 비위 사건 2건이 접수됐고, 외부 기관에 조사를 위임했다고 밝혔다. 가해자 2명은 중징계를 받았다. 한 명은 영구 제명됐고, 다른 한 명은 당원권 정지 1년을 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는 감봉 조치됐다.
강미정 대변인은 9월 4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성 비위) 사건이 접수된 지 다섯 달이 돼 가는 지금까지도, 당의 피해자 지원 대책은 그 어떤 것도 마련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이뤄졌어야 할 피해자 보호와 회복이 외면당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당을 떠나고 있다”며 “이것이 제가 더는 기다릴 수 없음을, 그리고 떠날 수밖에 없음을 확신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있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윤리위와 인사위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고, 외부 조사 기구 설치 요구는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가해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변인은 피해자들이 ‘너 하나 때문에 열 명이 힘들다’ ‘우리가 네 눈치를 왜 봐야 하느냐’는 등의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압력에 피해자들과 피해자를 돕던 이들이 당을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피해자를 도왔던 조력자는 ‘당직자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이름의 징계를 받고 며칠 전 사직서를 냈고, 또 다른 피해자도 지금 이 순간, 사직을 준비하고 있다”며 “당은 피해자 절규를 외면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다. 당은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 측과 협의를 거쳐 외부기관에 조사를 맡겼고, 조사 결과를 수용해 징계 조치를 마쳤다고 했다. 피해자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며 규정과 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심리치료비 지원, 성평등 문화 개선을 위한 당규 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이 언급한 조력자 중 한 명인 김 아무개 전 세종시당위원장은 도당 사무처장 등을 독단적으로 해임하는 등의 문제를 이유로 제명했다고 해명했다.
9월 4일 조 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큰 상처를 받으신 피해자분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조 원장은 “8월 22일 피해자 대리인을 통해 저의 공식 일정을 마치는 대로 고통받은 강미정 대변인을 만나 위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제가 좀 더 서둘렀어야 했다는 후회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조 원장은 피해자 대리인이 보낸 자료를 받았다며 “그렇지만 당에서 조사 후 가해자를 제명조치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조 원장은 “당시 당적 박탈로 비당원 신분이었던 저로서는 당의 공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 비당원인 제가 이 절차에 개입하는 것이 공당의 체계와 절차를 무너뜨린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해명을 두고도 거센 비판이 일었다. 사실상 당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 원장이 비당원이었다는 것을 내세워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9월 5일 조국혁신당은 사과의 뜻을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피해 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성 비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 권한대행은 수감 됐던 조국 원장과 당무 논의를 한 적 없다고 했다. 강 대변인이 조 원장과 이번 사건을 연관 짓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조 원장과 연관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범여권 파열음 확산
성 비위 사태는 범여권에 파장을 가져왔다. 우선 당을 대표하는 유력 정치인이자 차기 주자군인 조 원장이 타격을 입게 됐다. 피해자를 대리한 강미숙 조국혁신당 여성위원회 고문은 9월 5일 페이스북에 “조국혁신당은 좋든 싫든 조국의 당”이라며 “비당원이어서, 대표가 아니어서, 최고위원이 아니어서라는 조국 전 대표의 틀릴 것 없는 말씀에 더는 버틸 수 없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유탄을 맞았다. 최강욱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의 2차 가해성 발언이 화근이 됐다. 최 원장은 8월 31일 조국혁신당 대전·세종시당 정치아카데미 강연에서 “그 문제(성 비위 사건)가 죽고 사는 문제였느냐. 남들도 그 문제를 그만큼 중요하고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였을까, 아니다”라며 “조국을 감옥에다 넣어놓고 그 사소한 문제로 치고받고 싸우는데, 저는 잘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조 원장의 아들에게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기소됐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최 원장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곧바로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정 대표는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9월 4일 페이스북에 “제 견해가 경위와 이유가 어떻든 부적절하거나 과한 표현으로 당사자분들의 마음에 부담과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하여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범여권 지지층 간에서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더불어민주당 갤러리, 딴지일보 게시판 등 범여권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조 원장 대응을 두고 뜨거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조 원장 대처에 대한 비판, 강 대변인의 언론 플레이를 꼬집는 견해, 일단 팩트부터 체크해보자는 신중론 등이다.
여권의 대표적인 '스피커'들의 입장 차도 나타났다. 이동형 작가는 9월 4일 ‘이동형TV’에서 “강미정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비난하는 사람들”이라며 “내가 아무리 사랑하는 정당이라도 (조국혁신당) 편을 들면 어떡하나”라고 말했다. 반면 김어준 씨는 9월 5일 ‘김어준의뉴스공장’에서 이 사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날 방송 댓글 창에서의 의견 역시 첨예하게 엇갈렸다. 이는 조국혁신당 성 비위 사태가 범여권 분열의 나비효과가 될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해는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면 복권 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조 원장을 향한 불편한 시선과도 맞물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텃밭인 호남에서 조국혁신당과 일전을 벌여야 한다는 위기감도 작용한다. 이번 사태로 조 원장과 조국혁신당 기세가 꺾인 것에 대해 민주당으로선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성 비위 사건은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졌다”며 “그 정당의 존재 의미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이런 이야기가 계속 남아 있게 되면 지방선거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호남지역 한 민주당 의원은 “(성 비위 사태는) 호남지역에 실망감을 많이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조국혁신당이 내세웠던) 혁신이나 개혁이라고 표방했던 것의 실체가 드러나서 신선도가 떨어지고 갈수록 위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강욱 발언’에 대해서는 “최강욱 원장은 민주당이지만, 사실상 (조국혁신당) 그룹”이라고 선을 그었다.
범여권 잠룡들의 성추문 흑역사
그동안 진보 진영은 일부 대권 잠룡들의 성추문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다. 2020년 7월 박 전 시장이 부하 직원 성추행으로 고소됐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폭로 이후 박 전 시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1월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성 문구가 담긴 문자 메시지, 집무실에서 피해자와의 신체 접촉,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여성의 신체 일부가 부각된 사진을 보낸 사실을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 씨는 인권위 권고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 6월 5일 별도의 심리 없이 원심을 확정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성 비위 사건으로 정치적 생명을 잃었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비서였던 김지은 씨를 상대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여러 차례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안 전 지사는 징역 3년 6월을 받았다. 이처럼 대권 잠룡들이 잇따라 성 비위 사건에 연루되면서 민주당은 큰 타격을 입었다.
범여권에서 이번 사건을 예의주시하며 긴장하는 것도 이런 과거의 아픈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 비록 직접적으로 연루되진 않았더라도 자칫 부적절한 대응을 할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