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7월 26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는 사형선고”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집회를 시작한 (사)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가 올해로 4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모회는 그동안 거주시설 장애인과 그 가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탈시설 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저지 활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장애인 권리보장법」,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 등 이른바 ‘탈시설 3법’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결연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국회 앞에서 또다시 외치는 부모들
부모회는 지난 8월 18일에도 국회 앞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시설폐쇄가 목적인 법안을 폐기하라”는 요구를 외쳤다. 그로부터 불과 3주 만에 다시 국회로 모이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탈시설지원법 추진 움직임이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모회는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를 목표로 하는 장애인탈시설지원법안은 전장연이 주도하고 있으며, 서미화·김민선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이 동참하고 있다.”면서 ““일부 정치권에서 사실상 장애인 희생을 전제로 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 탈시설지원법은 반(反)인권적 살인법
부모회는 성명서를 통해 탈시설지원법을 “중증발달장애인을 강제로 시설 밖으로 내모는 살인법”이라고 규정했다. 현재 전국 거주시설 입소자 중 약 80%가 중증발달장애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자기방어능력이 거의 없거나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자립이라는 이름으로 무리하게 지역사회로 내보내는 것은 곧 생명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부모회는 “장애인복지법에 보장된 국가의 보호 책임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거주시설을 원하는 당사자와 대기자가 여전히 많음에도 시설 신설은 전무하고 폐쇄만 추진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 당사자와 보호자의 목소리 배제된 법안
성명서에서 가장 크게 지적한 부분은 당사자 및 보호자 의견 수렴 부재다. 장애인복지법 제5조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장애인과 보호자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탈시설지원법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며, 사실상 “탈시설론자들만의 밀실 합의”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 부모회의 비판이다. 이는 반대의 목소리가 상당할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법령을 위반한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하거나 추진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는 주장이다.

부모회는 시설 입소를 기다리는 가정들이 겪는 막막한 현실을 강조하며, 정부와 국회의 일방적인 탈시설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부모회는 △시설 퇴소를 원하지 않거나 의사 표현조차 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의 강제 탈시설 △자립지원주택 내 안전 부재와 돌봄 공백으로 인한 성폭행·사망 사건 발생 △무연고 장애인의 강제 탈시설과 추적조사 부재로 인한 인권 침해 사례 등을 지적하며, 이러한 문제들이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가 탈시설만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립지원주택에 대해서는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며, 관리자의 부재와 안전망 부족으로 인해 인권침해와 사고 위험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거주시설은 존치되어야 한다
부모회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거주시설의 존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평균 수명이 짧고 사고 발생률이 높아 각종 재난에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돌봄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거주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모회는 나아가 단순한 존치 차원을 넘어, 거주시설을 현대화하고 자립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거주시설 선진화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를 통해 시설 내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 부모회의 최종 요구
부모회는 이번 집회를 통해 정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첫째, 탈시설 중심 정책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부모회는 시설과 재가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주거결정권 보장을 요구했다. 장애인과 보호자가 원하는 주거 형태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셋째, 거주시설 선진화법 제정을 제안했다. 이는 거주시설 환경을 개선하고 자립 지원을 강화해, 시설 내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부모회는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권리와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 벼랑 끝에 선 부모들의 외침을 들어라
성명서의 마지막은 절규에 가까웠다.
“자식을 지키려 벼랑 끝에 선 부모들의 울부짖음을 들어라! 전장연과 서미화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은 시설 폐쇄를 목적으로 한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즉각 중단하라!”
부모회는 거주시설 장애인의 생존권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오는 9월 9일 국회 앞에서 예정된 집회는 중증 발달장애인 복지 정책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