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조 삼륜 가운데 판사과 검사들이 ‘개혁’을 눈앞에 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검찰은 해체돼 공소청으로 새롭게 바뀌게 될 처지에 놓였고, 법원도 대법관 증원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여당발 개혁안에 흔들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한변협도 여론 수렴에 나섰다. 일선 변호사들의 의견을 청취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대한변협은 9월 12일부터 19일까지 회원 3만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 해체 결정이 내려진 직후 바로 입장을 내는 안도 거론됐지만, 일선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발표한 상황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행 검찰청은 폐지된다. 대신 공소제기·유지와 영장 청구 기능만을 갖는 공소청이 법무부 산하에 신설되고, 중대 수사를 전담하는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신설돼 부패·경제범죄 등을 전담한다.
대한변협은 설문조사를 통해 △수사권과 기소(공소)권의 조직적 분리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공소청 검사에 대한 보완수사권 부여 △보완수사권 부여 시 통제 장치 △검찰 개혁 법안 시행을 위한 적절한 준비 기간 △수사와 기소 분리와 함께 논의돼야 할 법·제도 등을 묻는다.
설문조사 실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한변협은 2022년 문재인 정부 당시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 때에도 회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응답자 73.5%가 “경찰 단계에서 수사 지연 사례를 경험했다”고 언급했는데, 당시 대한변협은 설문 조사를 공개하며 “일선 경찰의 수사 인력과 제반 여건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건 처리와 법리적 적용 면에서 변호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대한변협이 다시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고 ‘반발’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정부와 여당은 “검찰총장은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헌법에 ‘검찰총장’이라는 명칭이 적시된 만큼 ‘위헌’이라고 지적할 가능성도 있다.
한 대한변협 관계자는 “대한변협 내부에서는 검찰청 폐지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다수이긴 하지만, 일선 변호사들의 의견이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회원(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토대로 의견을 개진하기로 했다”며 “검찰 개혁이 변호사들에게 끼칠 영향을 예의주시 중이고, 이런 부분에 대한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정리해 국회와 법무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법원 개혁에 맞물려 대한변협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내란특별재판부 구성과 대법관 증원 및 인사 추천권 확대 등에 국회와 대한변협 등 외부 단체가 포함된 사법 인사 개혁안을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조계 인사 다수는 ‘국회의 특별재판부 구성 관여’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변협이 이 지점에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변호사 먹고 사는 문제가 먼저
다만 대한변협 고위관계자는 “변호사 업계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보니 검찰이나 법원에 대한 개혁에 대한 입장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대한변협은 법원과 검찰 개혁보다 정부(법무부)와 여야를 상대로 민생3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디스커버리·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 제도 등인데 이 가운데 가장 관심도가 높은 것은 디스커버리 제도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민사소송에서 상대방이 가진 자료를 법원의 명령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일반인이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영국·일본 등에서는 분쟁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도입한 제도다. 대한변협이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가장 적극적으로 입법 활동을 벌이고 있는 지점이다.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반복된 사태 등에서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을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에 놓여 있는 피해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게 대한변협의 판단이다.
한 대한변협 관계자는 “검찰과 법원이 어떻게 개혁되느냐에 따라 변호사들도 대응 창구가 달라지고 혼란이 야기되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변호사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우선이며, 그런 의미에서 정부와 국회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예전에는 대한변협이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명예 단체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가장 집중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