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금’ 흥행 공식 그대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판타지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주로 차용하는 익숙한 설정이지만 ‘폭군의 셰프’의 유독 뜨거운 인기는 매회 시선을 빼앗는 화려한 ‘요리’가 결정적 이유다. 연지영은 낯선 조선에 불시착해서도 탁월한 요리 실력을 앞세워 현지에서 각종 재료를 찾아 다양한 음식을 척척 만든다. 미식가인 왕은 그를 궁중 수라간을 책임지는 대령숙수로 임명하고, 그때부터 온갖 풍파가 시작되지만 위기 때마다 돌파구가 되는 건 먹음직스러운 음식이다. 이 드라마가 ‘2025년판 대장금’으로 불리는 이유다.

임윤아는 ‘신들린’ 솜씨로 각종 요리를 만드는 인물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촬영을 준비하면서 3개월 동안 요리학원에 다니고 전문가들로부터 훈련도 받았다. 요리의 기본인 각종 재료를 손질하는 칼질부터 숟가락으로 육회를 동그랗게 말아 접시에 담는 기술까지 드라마에 필요한 장면을 위해 연습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매회 임윤아가 요리하는 장면은 전체 이야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분량이 절대적이지만 대역의 도움은 거의 받지 않았다. 임윤아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도록 요리 장면의 90% 이상을 직접 소화했다”고 말했다.
#촬영 앞두고 바뀐 주인공 캐스팅 '신의 한 수'
‘폭군의 셰프’는 사실 첫 방송 직전까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 드라마다. 첫 촬영을 앞두고 주연 배우가 교체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이헌 역은 배우 박성훈이 맡기로 돼 있었다. 드라마 ‘더 글로리’부터 ‘오징어 게임’ 시즌 2, 3에서의 활약을 ‘폭군의 셰프’로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올해 1월 자신의 SNS에 성인물 사진을 실수로 공유하면서 구설에 휘말렸다.

장태유 PD는 그동안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부터 ‘별에서 온 그대’, MBC ‘밤에 피는 꽃’ 등을 연출하면서 다양한 신인 배우들과 작업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채민을 발탁해 파격적으로 주인공을 맡겼다. 드라마 공개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장 PD는 “모든 배우가 신인 시절에는 열정을 갖고 연기하지만 늘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며 “하지만 이채민은 성과를 보여주는 배우고, 그 결과는 드라마를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출자의 이 같은 자신감은 실제 방송 이후 증명되고 있다.
이채민은 작품을 책임지는 주연도 처음이고 사극 출연도 이번이 처음이지만 ‘폭군’으로 불리는 왕의 다채로운 모습을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연산군을 빗댄 캐릭터인 만큼 폭주하기도 하지만, 미래에서 온 셰프 연지영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으면서 설레는 로맨스도 보여주고 있다. 상대역인 임윤아보다 실제로는 열 살 어리지만 경력이나 나이의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엔 앙숙처럼 티격태격하다가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는 두 배우의 절묘한 활약에 시청률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임윤아는 이채민에 대해 “바른 청년 같은 친구”라며 “준비기간이 짧았을 텐데 모든 걸 장착해서 촬영 현장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믿음을 보였다.
#코미디는 임윤아로 통한다
임윤아의 코미디는 ‘폭군의 셰프’를 지탱하는 또 다른 힘이다. 미래로 꼭 돌아가야 하는 절박함을 느낄 때 술에 취해 갑자기 서태지와아이들의 ‘컴백홈’을 부르면서 수라간을 초토화시키고, 처음 왕을 보고 ‘임금님 코스프레를 한다’고 무시하는 장면에서는 임윤아의 코미디 연기는 발군이다. 이전에도 ‘킹더랜드’ 등 히트한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이번에는 사실상 독무대에 가까운 활약을 보인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임윤아의 코미디는 2017년 영화 ‘공조’에서 시작됐다. 그룹 소녀시대로 데뷔해 연기를 병행하면서 숱한 어려움과 편견을 겪었다는 그는 과감한 연기 변신을 원했다. 그리고 ‘공조’에서 북한에서 온 요원 현빈을 짝사랑하는 유해진의 철부지 처제로 유쾌한 매력을 뽐냈다. 영화는 78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고, 이후 ‘윤아표 코미디’는 900만 흥행작인 ‘엑시트’를 거쳐 이번 ‘폭군의 셰프’로 이어진다. 총 12부작인 ‘폭군의 셰프’는 앞으로 4편의 이야기를 남겨두고 있다. 미래로 돌아가야 하는 셰프와 그를 사랑하게 된 왕, 이들 사이를 연결하는 다양한 음식들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master@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