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친구의 애증으로 가득 찬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이야기인 만큼 '은중과 상연'에서 박지현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던 20대와 불편한 재회 후 어릴 적부터 내면에 자리 잡고 있던 결핍이 최고조에 달하며 스스로 우정을 끊어버린 30대, 그리고 담담하게 죽음을 앞두고 은중과 마지막 기억을 만들어가는 40대까지 모두 홀로 연기했다.
사랑마저 빼앗기면 정말로 텅 비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20대의 상연, 지독하게 '나쁜 X'이 돼서라도 은중으로부터 떠나고자 했던 30대의 상연과는 달리 인생의 끝을 바라보고 나서야 비로소 '남들 같은' 우정과 애정으로 은중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40대의 상연이 보여주는 모습은 같은 배우가 연기했음에도 시간과 사람의 변화를 확실하게 느끼게 했다. 이처럼 한 인물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시간과 주변의 변화를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폭발적으로 그려낸 박지현의 연기에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욕을 퍼붓고 싶을 만큼 비호감적인 태도를 보여온 그를 끝끝내 미워할 수 없었던 은중처럼 시청자들 역시 결말에 이르러 "상연이를 꼭 안아주고 싶다"며 안쓰러움을 전하기도 했다. 은중을 향해 평생을 열등감과 부러움, 질투를 느끼면서도 삶의 마지막에서 결국 생각나는 것은 인생의 단 한 명 뿐인 친구였다는. 그런 상연의 외로운 삶에 공감할 수는 없어도 이해하고 싶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이야기다.
이처럼 '납작한 빌런'이 아니라 우정과 애정으로 엮인 복잡다단한 삶의 레이어를 가진 인물을 완벽하게 그려낸 박지현은 15회에 이르는 작품의 긴 여정 동안 보는 이들이 그의 삶에 함께하게 만들었다. 그의 필모그래피에 있어 최고의 작품 가운데 하나로 남을 '은중과 상연'으로 또 한 번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한 박지현은 영화 '와일드 씽'과 '자필', tvN 드라마 '내일도 출근!'까지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로 대중들을 찾을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