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보도 후 3주도 안돼 3650만원 ‘익절’, 4년 만에 20% 수익률…10년간 상승률 2~3% 비하면 좋은 실적
[일요신문] 유철환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매입 후 농사는 안 짓고 갖고만 있던 농지를 임기 중 팔아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확인됐다. 유 위원장은 이 땅 때문에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자 '급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1년에 약 1000만 원씩 수익을 거두면서, 투자 측면에선 큰 성과를 냈단 평가가 나온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충남 당진시에서 4년 동안 보유해 오던 농지를 팔아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확인됐다. 권익위는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및 농지 투기 의혹이 일자 공직자 농지 보유 관련 대대적 조사를 벌인 기관이다. 유 위원장이 2025년 8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해당 농지 판 배경엔 의문부호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유 위원장은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서 4년가량 보유만 해오던 2412㎡(729평) 논과 밭을 2024년 6월 매각했다.
유 위원장은 2020년 4월 해당 농지를 1억 8250만 원에 구매했다. 당시 그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살며 법무법인 주원의 대표변호사이자 학교법인 문화학원 이사장을 지내고 있었다. 농지와 약 90k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만큼 직접 농사는 불가능했다. 이에 마을 한 주민이 대신 일을 해왔다.
그러다 유 위원장은 이 땅을 2024년 6월 26일 팔았다. 매매가는 2억 1900만 원이다. 이에 따라 유 위원장은 3650만 원가량 시세차익을 거두게 됐다. 1년에 약 912만 원씩 번 수준으로 수익률은 20%다.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농지 가격 상승률이 평균 2~5%였다. 유 위원장이 투자로선 좋은 실적을 낸 셈이다.
이 거래가 주목되는 이유는 유 위원장이 해당 농지를 판 배경이 석연찮아 보여서다. 현행법상 농지는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직접 농사지을 사람만 매입·보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 위원장도 농지법 위반 의혹이 일었던 바 있다. 특히 그는 땅 매입 당시 농업경영계획서에도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약속했었다(관련기사 [단독] 농지법 '탈탈' 털던 권익위…현 유철환 위원장도 위반 의혹).
2025년 9월 8일 일요신문이 찾아가 본 유철환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과거 충남 당진시 농지는 잘 가꿔진 상태였다. 유 위원장은 729평인 이 농지를 2020년 4월 약 1억 8000만 원을 주고 매입해 2024년 6월 약 2억 2000만 원에 팔았다. 사진=주현웅 기자#일요신문 보도 후 거래 성사…위법 의혹 면피용?
권익위는 유 위원장 농지법 위반 의혹이 처음 불거진 2024년 6월 7일 일요신문에 △정말 농사를 지으려 샀으나 건강 악화로 어려웠음 △매입 후 약 1년 뒤 다시 팔고자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았음 △워낙 안 팔리는 땅이라 지금이라도 싼값에 구매하겠다는 쪽이 있다면 팔고자 내놓은 상태라고 밝혔었다.
쉽게 팔리질 않아 싸게라도 내놓았다던 이 농지는 공교롭게도 2024년 6월 26일, 일요신문 보도 후 3주도 채 안 돼 '익절'(값이 올라 이익을 봄) 거래가 성사됐다.
이는 결국 유 위원장이 위법 의혹을 면피하고자 부랴부랴 뒤처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단, 유 위원장 농지법 위반 의혹은 보도 직후 권익위가 김건희 씨 '명품가방 사건' 문제없음 취지 종결을 발표하며 대중적 관심에선 다소 멀어졌다.
공직자들 가운데서도 권익위원장의 농지법 위반은 특히 문제가 크다. 권익위가 농지법 관련 '주무기관' 역할도 했었기 때문이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농지 투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자, 권익위는 반부패·청렴 주무기관으로서 여야 국회의원의 농지 관련 전수조사를 벌여 총 12명의 농지법 위반을 적발했다.
일요신문이 지난 9월 8일 직접 찾아가 본 유 위원장의 전 농지는 고추농사 등이 이뤄지고 있었다. 부동산등기부상 새 주인은 30대 초반 여성으로, 전액 대출을 받아 이 땅을 매입했다고 기재됐으나 실제 주인은 따로 있다고 한다. 이 농지에서 일하는 필리핀 국적 한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은 "마을 토박이 60대 A 씨가 실제 주인"이라며 "일대에서 이런저런 농사를 짓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은 유 위원장에 9월 17일 농지 매각 이유와 애초 투자 배경 등을 직접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메시지만 읽고 답변을 거부했다. 다음 날에는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윤석열과 서울대 법대 동기…김건희 명품가방 사건 무혐의 종결 논란
2024년 1월 16일 유철환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임명 당시 모습. 유 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다. 사진=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제공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은 이재명 정부 취임 후 난처한 상황에 여럿 놓였다. 윤석열 정부 당시 김건희 씨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며, 이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권익위는 2024년 6월 10일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의 제재 규정은 없다"고 주장했다.
권익위는 당시 김건희 씨 무혐의를 결정한 의결서까지 공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2024년 8월 권익위 한 국장이 해당 사안을 유서에 남긴 채 삶을 등지는 사태가 벌어지며 유 위원장 책임론은 아직도 끊이지 않는 상태다. 올 8월 한겨레를 통해 공개된 고인 유서엔 김건희 씨 명품가방 종결 관련 자책감을 토로한 내용이 많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종합특위와 김건희특검TF,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8월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위원장에 사퇴를 요구했다. 김용만·이강일·김현정 의원은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무혐의 종결은 명확한 '조직적 은폐'를 의심케 한다"며 특검 수사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스스로 세상을 떠난 권익위 국장 유서 내용을 언급하며 "정의를 지키려다 좌절당한 공직자의 내부 고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권익위 내부의 문제로, 고인의 개인적 고뇌로도 축소될 수 없다"며 "명백한 진실 은폐 정황인 만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특검이 나서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유 위원장은 사퇴 뜻이 없다고 알려졌다. 그의 임기는 2027년 1월까지다. 12·3 비상계엄이 없었다면 '대학동기' 윤 전 대통령과 비슷하게 임기를 마칠 수도 있었다. 권익위는 12·3 비상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 파면 촉구 성명에 나선 한 간부 징계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다 반발 여론이 커지자 유 위원장 등은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