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는 한화와 SSG로부터 각각 양수받은 3, 4라운드 지명권을(손아섭 한화행, 김성욱 SSG행), 키움은 KIA로부터 받은 1, 4라운드 지명권을(조상우 키움행) 갖게 되면서 키움과 NC는 13명, 한화와 SSG는 10명, KIA는 9명, 이외 구단들은 11명의 선수를 지명해 총 110명의 선수가 KBO리그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9월 17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팀은 1라운드 2순위 NC와 3순위 한화의 선택이었다. 1순위 키움은 이미 북일고 박준현을 확정 짓고 있었다. 드래프트 직전 허승필 단장도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만장일치로 박준현을 지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던 터라 박준현의 키움행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2순위 NC부터 지명 선수가 예상을 빗나갔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키움이 박준현을 지명할 경우 NC는 경기항공고 양우진을 선택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현장을 도는 각 팀 스카우트들도 입을 모아 NC의 양우진 지명을 확신했다. 양우진은 190cm의 큰 키에서 뿌리는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가 최대 무기로 꼽히는 선수라 모든 스카우트들이 탐을 내는 선수였다. 그런데 지난 8월 양우진은 미세 피로골절로 청소년 대표팀(U-18 야구월드컵)에서 자진 하차했다. 야구계의 관심은 NC가 피로골절로 재활 중인 양우진을 지명하느냐에 쏠렸다.
NC 임선남 단장은 드래프트 전날인 16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어떤 선수를 지명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드래프트 직전에 윤곽이 나올 것 같다”라고 운을 띄웠다. 실제로 임 단장과 NC 스카우트 팀들은 1라운드 2순위 지명할 선수를 놓고 드래프트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고민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인지 임선남 단장이 지명 순서에 “유신고 신재인”이라고 말할 때는 살짝 목소리가 떨리는 듯했다.
드래프트가 끝난 직후 만난 임 단장은 “신재인을 호명하기 전 긴장이 돼 호흡을 한 번 골랐다”면서 “신재인으로 마음을 굳힌 건 드래프트 시작하기 1시간 30분 전”이라고 설명했다. 임 단장은 NC가 신인드래프트 때마다 가장 잠재력이 높은 선수를 뽑는다는 방침을 지켜왔고, 이번에 신재인 지명도 그 방침에 따른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물론 1라운드에서 투수를 거르고 야수를 지명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이전 김주원을 2021년 2차 1라운드에 뽑아 성공시켰던 히스토리가 신재인 지명에 힘을 불어넣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주원과 신재인은 유신고 선후배 사이다.
신재인은 올해 고교 공식대회에서 26경기 타율 0.337(92타수 31안타) 4홈런 30타점 13도루 OPS 1.050을 기록했고, 3루수와 유격수를 맡았다.

드래프트 이후에 만난 손혁 단장은 “우리 팀에 필요한 자원은 수비와 주력이 되는 테이블 세터와 중견수 자원이었다”면서 “우리가 오재원을 다양한 각도로 살펴봤는데 실력 외에도 U-18 야구월드컵 동안 대표팀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 점도 높이 평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손 단장은 한화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오재원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좋다는 걸 알고 있었던 터라 별다른 고민 없이 오재원을 지명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오재원은 올해 고교 공식대회에서 26경기 타율 0.442(95타수 42안타) 1홈런 13타점 32도루 OPS 1.199를 기록했고, 홈에서 1루까지 약 4.1초 만에 도달하는 폭발적인 스피드가 강점이다.
한화도 1라운드에 투수를 지명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하지만 지난 3, 4년 동안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정우주 등 좋은 투수들을 뽑았고, 그들이 잘 성장해주고 있어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1라운드에 투수를 뽑지 않아도 부담이 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 중 가장 의외의 ‘픽’은 7순위 두산 베어스의 김주오(마산용마고) 지명이었다. 드래프트장에 참석한 한 단장은 “두산이 1라운드에 김주오를 호명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김주오는 1라운드 모의 지명에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던 선수”라고 설명했다.
두산의 1라운드 지명 방향성은 ‘힘이 있는 야수’였다. 다음은 두산 김태룡 단장이 밝힌 김주오 지명의 배경이다.
“1라운드에는 야수를 뽑으려 했는데 신재인, 오재원 등이 우리 순번까지 오기 어려울 것 같았다. 파워 있는 외야수가 필요한 우리 팀 상황에 딱 맞는 선수가 김주오였다. 만약 1라운드에서 김주오를 놓친다면 2라운드 우리 순서까지 올 수 없는 선수였다.”
두산의 박보현 스카우트 팀장은 “장타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1라운드에 뽑힌 신재인, 오재원, 박한결(키움) 중 신재인을 제외하고는 장타력을 내세울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면서 “일부에서는 두산이 왜 전주고 박한결을 안 뽑고 김주오를 뽑았느냐고 의문점을 갖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장타력을 봤기 때문에 김주오를 지명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주오는 올해 32경기에서 타율 0.360(100타수 36안타) 6홈런 31타점 12도루 장타율 0.660 OPS 1.141의 성적을 올렸다. 충암고 김건휘에 이어 홈런 부문 2위다.
8순위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은 지명 순서가 되자 표정이 밝아졌다. 이 선수가 LG 순서까지 밀려온 게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차 단장은 주저 없이 “경기항공고 양우진”을 지명했다. 1순위 박준현과 함께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힌 양우진이 8순위까지 내려올 거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는데 LG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드래프트가 끝나고 만난 차 단장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왜 앞 순위의 팀들이 양우진을 안 뽑았는지 모르겠다. 운이 좋았다. 지난해 김영우에 이어 이번에도 잘된 것 같다. 양우진의 피로골절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데 야구 선수한테 피로골절은 ‘감기’와 같은 거다. 이제 열여덟 살 나이의 선수가 피로골절로 잘 못 던질 거라는 게 말이 되나. MCL(팔꿈치 내측측부인대) 수술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한테는 야구계의 ‘화타’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가 있다. 양우진의 피로골절에 대해선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양우진은 190cm, 98kg의 탄탄한 체형의 우완 투수로 2025년 성적이 11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3.19(48이닝 17자책점) 56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 8월에 시행된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 19명의 참가자들(해외 아마·프로 출신 선수들, 고교나 대학에 등록했다가 중퇴한 선수들) 가운데 2명의 선수가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바로 4라운드 37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신우열과 5라운드 45순위로 SSG 랜더스에 지명된 조재우다. 신우열은 2023 MLB 신인드래프트 16라운드 483순위로 탬파베이 레이스에 입단했다가 방출된 경험이 있고, 조재우는 미국 대학에서 야구를 하다 올해 3월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 재건술을 받아 현재 재활 중이다. 지난 트라이아웃에서 실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두산은 신우열의 장타력을 높이 평가했고, SSG는 실제 투구하는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조재우의 피지컬과 잠재력에 점수를 줬다. SSG 송태일 스카우트 팀장은 “미국에서 활약했던 동영상만 봤을 때는 1라운드 후보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재활 후 이전의 실력을 회복한다면 아주 뛰어난 투수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110명의 드래프트 지명 선수들 중 투수가 60명으로 가장 많았고, 내야수 28명, 외야수 15명, 포수 7명 순이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11명 중 9명을 투수로 뽑았다. 가장 많은 프로 선수를 배출한 학교는 각각 6명의 신인 지명자가 나온 인천고와 휘문고다. 이어 부산고, 전주고가 5명, 대구고, 유신고, 제물포고가 4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