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래프트 행사를 마치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야구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니는 박석민 전 두산 코치를 만났다. 단상에서 왜 이렇게 울었느냐고 묻자 “제가 요즘 눈물이 많습니다”라며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들 덕분에 단상에 오르면서 제 시상식 때보다 더 떨리고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물론 이게 끝이 아니라 더 어려운 레벨로 올라가는 거라 지금보다 더 노력하고 성숙해져야 합니다. 실력은 물론 인성도요. 앞으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무게감을 느끼고 더 겸손한 선수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박준현은 꾸준히 시속 150km 중후반의 강속구를 뿌리면서 메이저리그행을 결정지은 김성준(광주제일고), 문서준(장충고)과 함께 고교 톱3로 불렸다. 김성준이 텍사스 레인저스로, 문서준이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향한 가운데 박준현도 메이저리그 구단인 애슬레틱스로부터 계약금 160만 달러와 전폭적인 생활 지원을 약속받았지만 박준현은 그 제안을 거절하고 KBO리그 도전을 결정했다. 박준현이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 아버지의 영향은 전혀 없었다. 박 전 코치는 “진로를 놓고 서로 고민을 했지만 최종 결정은 아들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아버지 박석민 전 코치는 2004년 1차 지명으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고, 2016년 FA를 통해 NC 다이노스로 이적 후 2023시즌을 마치고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 20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87 269홈런 1041타점 882득점을 기록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아버지가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았다면 아들 박준현은 드래프트 지명 대상자 1261명 가운데 전체 1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아버지로선 아들의 현실에 감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박준현은 ‘전체 1순위’라는 수식어를 부담으로 안을 수도 있겠지만 그 부담을 내려놓고 마운드에서 자신의 공을 던지며 투수 박준현으로 성장해야 한다. 박준현의 롤모델은 안우진이다. 평소 좋아했던 선배와 한 팀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생활한다면 박준현의 성장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2026시즌 전체 1순위 박준현의 성장이 어떤 스토리를 담아낼지 매우 궁금해진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