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영국의 루벤 우는 캘리포니아의 트로나 피너클스 국립공원에서 야간 촬영을 하던 도중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자신의 사진 속으로 스며든 것을 깨달았다. 지나가던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순간적으로 주변을 환하게 밝힌 것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사진을 망쳤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지만, 우는 낙담하기는커녕 오히려 여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 결과 허공에 얼음처럼 매달린 듯한 유령 같은 빛의 커튼을 만들어낸 우는 여기에 ‘에어로그리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나를 사로잡는 건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방식으로 풍경을 드러내는 것이다”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최신 시리즈인 ‘씬 플레이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커튼 같은 구조물과 그 주변의 거대한 풍경이 맞닿는 순간을 극적으로 포착한다. 우는 “내 시각을 풍경들 위에 억지로 덧씌우는 게 아니라, 인공적인 요소와 자연적인 요소 사이에 대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이 장소들에 대한 새로운 무언가를 드러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출처 ‘마이모던멧’.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