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동아제약 이사회는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한 자사주 매각을 의결했다. 매각되는 자사주는 모두 74만 8440주로 지분율 7.45%에 이른다. 동아제약 측은 재무구조 개편을 위해 매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강문석 이사 측은 “의결권을 부활시켜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이를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으로 향했다. 먼저 자사주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전격적으로 매각이 단행됐고 이어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냈다. 이후 동아제약 측이 법원 결정 전 임시주총을 받아들여 운명의 날은 10월 31일로 정해졌다.
임시주총이 다가오면서 공방은 가열됐다. 강 이사 측의 수석무역과 한국알콜산업은 9월 21일 매각된 자사주에 대해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을 지난 2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와 함께 장내 매수를 통해 동아제약 지분 매집에 돌입했다. 그동안 1%에서 약간 모자라는 지분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동아제약 측도 가만 있지는 않았다. 지난 5일 동아제약 직원들의 모임인 동아제약발전위원회(동발위)는 직원 총회를 열고 지난 3월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펼친 ‘우리 회사 주식 갖기 운동’ 을 통해 모집된 13만 1842주(전체 주식의 1.3%)에 대한 의결권을 현 경영진(강신호 회장·강정석 부사장) 지지를 위해 행사하기로 결의했다. 또 지난 11일 강문석 이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울 논현동 수석무역을 항의 방문했다.
비슷한 시기에 동아제약 감사는 강문석 이사를 배임 및 횡령 혐의 등으로 형사고소 하는 초강수를 띄웠다.
동아제약은 고소장에서 “강문석 이사는 동아제약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2002~2004년 자신의 집 공사비를 회사경비로 처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총 17억 6123만 9856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문석 이사는 2004년 말 동아제약 계열사인 용마로지스의 감사와 수석무역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총 8억 5197만 1113원의 이득을 취했다. 이것은 내부정보를 통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문석 이사 측은 “이 사안은 지난 2월 22일 동아제약이 주주제안을 거부하면서 배포했던 보도자료에 모두 수록된 내용이다. 그때도 ‘사실무근’이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반박했다.
▲ 강신호 회장(왼쪽), 강문석 이사 | ||
이 외 주요주주로는 매각된 자사주 7.45%와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 7.85%, 한미약품 7.14%가 있다. 결국 이들의 향방에 따라 승부는 결정날 판이다. 그러나 이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매각된’ 자사주 7.45%는 앞서 밝혔듯 현재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기다리고 있어 주총 전 법원 결정에 따라 의결권 행사 가능 여부가 좌우된다. 미래에셋의 7.85%는 10월 25일 전까지 공시를 통해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밝혀야 한다. 미래에셋은 지금껏 ‘집안싸움’엔 중립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주가치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다르다는 관측이다.
강문석 이사 측은 “이번 주총이 주주가치를 훼손한 EB 발행이 문제였던 만큼 우리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동아제약 측은 “회사의 경영상태에 문제가 없다. 당연히 현 경영진을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7.14%를 쥔 한미약품의 향방도 관심거리. 지난 3월 한미약품은 양쪽의 중재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표 대결로 간다면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한미약품 측은 “내부적으로 명확하게 결정된 바 없으나 동아제약이 안정화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뚜껑이 열려봐야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양쪽은 서로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강문석 이사 측은 “우리 쪽으로 이미 다 기울었다. 강 부사장 측이 형사고발 등 지지율 열세를 만회하지 못하자 초조한 마음에 이성을 잃고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동아제약 관계자는 “박빙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다. 회사의 경영상태가 좋고 동원한 외부세력에 대한 반감도 크다. 무엇보다 강 이사 측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일을 벌이는 등 명분도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제약 경영권분쟁은 그동안 강신호 회장과 차남 강문석 이사와의 ‘부자전쟁’으로 인식돼 왔다. 한데 양측 모두 ‘부자전쟁’이라는 말을 부담스러워하면서 다른 이름을 붙인다. 강 이사 측은 ‘화합하려는 형과 전횡 일삼는 동생의 대립’으로, 동아제약 측은 ‘외부세력과 현 경영진의 경영권분쟁’으로 불러달라고 한다.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모든 것은 법원과 미래에셋의 결정, 이어 31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동아제약 임시주주총회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