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차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혼다 CR-V, BMW 528i, 렉서스 LS600hL(위부터). | ||
올해 상반기 수입 자동차 판매대수가 발표되자 자동차 업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2006년까지만 하더라도 업계 5위에 불과했던 혼다가 1위를 차지한 것. 혼다는 2007년 6월까지 3610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4.16%를 차지해 같은 기간 3547대를 판 렉서스를 아슬아슬하게 제쳤다. 3위는 3437대를 판 BMW가 차지했다.
혼다에게 첫 1위를 안겨다준 효자 상품은 상반기에만 1870대를 팔아 브랜드별 판매 1위를 차지한 CR-V다. 혼다 관계자는 CR-V의 이러한 인기비결에 대해 “SUV 차량 중 우리 차와 경쟁할 만한 차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한 달에 혼다 차가 대략 600대 정도 팔리는데 그중 CR-V가 300대다. 그만큼 회사에서도 공을 들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CR-V가 혼다의 주력이 될 것임을 밝혔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CR-V의 경쟁력을 ‘가격’이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CR-V는 국내 SUV 차량인 싼타페와 비슷한 가격인 3400만 원에 팔리고 있다. 이에 대해 혼다 측은 “단지 가격이 싸서 많이 팔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성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라며 품질도 강조했다.
선두를 유지하던 혼다의 상승세는 9월에 꺾이기 시작했다. 줄곧 500~600대의 판매를 유지해오다가 9월에 300대로 곤두박질친 것에 대해 혼다 관계자는 “사실 이것은 인기가 좋다는 것을 나타내는 반증이다.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을 공급할 수가 없다. 지금 계약자 수는 그대론데 차량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곧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 혼다 측은 순위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우리는 수입차 시장에서 후발업체다. BMW나 렉서스는 우리와 경쟁 차종이 다르다. 하지만 누가 더 많이 팔지는 연말이 돼봐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혼다 측의 말에서 첫 1위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2004년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BMW. 하지만 2005년과 2006년에 렉서스에게 연이어 1위 자리를 내준 후 올해는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올해 출발은 좋았다. 1월 판매량에서 렉서스를 간발의 차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기 때문. 하지만 업계 1위 자리는 곧 렉서스에 내주고 말았다.
BMW는 상반기 총 판매대수에서 3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야심작으로 선보였던 320i가 브랜드별 판매대수에서 3위에 그치면서 올해도 1위는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BMW의 저력이 발휘된 것은 지난 5월 신 모델 528i가 출시되면서부터. 528i는 처음엔 빛을 보지 못하다가 점점 입소문을 타더니 7월부터 브랜드별 판매대수 1위에 올라서며 혼다의 CR-V를 제치고 ‘이달의 베스트 셀링 카’로 뽑혔다. 이와 동시에 BMW의 총 판매대수도 7월에 렉서스를 3위로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서더니 이윽고 8월부터는 1위에 올라 지금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BMW에게 3년 만에 1위를 안겨다 줄 것으로 평가받는 528i의 장점에 대해 BMW 측은 “성능이 타 브랜드에 비해 월등히 좋다. 가격도 거품을 뺐다. 가격과 성능의 적절한 조화가 성공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528i 역시 이전 모델인 525i보다 1900만 원 내린 6750만 원에 팔리고 있다.
BMW는 현재 남은 3개월 동안 전시장 확장 및 추가 오픈을 통해 1위를 수성한다는 전략이다. BMW의 한 관계자는 “1위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고객에게 좋은 차를 선보이는 것일 뿐”이라며 애써 순위를 의식하지 않는 듯 말했지만 3년 만에 1위에 오른 터라 그 자리를 쉽게 내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평이다.
지난 2년 동안 수입차 시장의 1위였던 렉서스는 9월까지 BMW의 뒤를 이어 총 판매대수 2위를 차지했다. 예년에 비해 판매 대수는 다소 늘었지만 한국시장에서만큼은 한 수 위라고 판단했던 BMW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겨 자존심이 상했을 법하다.
하지만 이것을 렉서스의 부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라는 주장도 있다. BMW와 혼다의 약진이 상대적으로 렉서스가 부진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 실제로 상반기 브랜드별 판매대수를 보면 렉서스는 10위권 내에 가장 많은 3개 모델을 올려놨다.
이런 낙관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렉서스의 후반기 성적에 주목하면서 렉서스가 이제 하향세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레 전망하기도 한다. 렉서스의 월별 판매대수를 보면 2, 3, 4월에 줄곧 1위를 차지하다 5, 6월에 2위로 밀려났고 7, 8월엔 3위로 떨어졌다. 9월에 잠시 2위로 복귀하기도 했지만 이것은 혼다의 일시적인 부진에 따른 것으로 혼다가 다시 재정비를 하면 그마저도 위험해 보인다.
렉서스의 한 관계자는 “전년에 비해 판매량이 올라갔는데 무슨 위기냐. 실적은 좋다”라며 부진설을 반박했다. 이어 그는 “순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렉서스는 지난 10일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한 LS600hL를 출시했다. 가격은 무려 1억 9700만 원.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신차 출시가 1위 재탈환 마케팅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렉서스 측은 “그렇다면 우리가 이런 비싼 차를 출시했겠느냐. 솔직히 시장에서 통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친환경적인 기술을 선보인다는 데 의미를 뒀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