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 민간사업자들은 2015년 자산관리사 화천대유가 받은 대장동 개발 배당금을 천화동인을 통해 분배받았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천화동인은 민간사업자들이 실소유한 투자목적회사(SPC)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법원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징역 8년에 벌금 4억 원을 선고하고 8억 1000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화천대유 김만배 씨에게는 징역 8년에 추징금 428억 원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던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6년에 벌금 38억 원과 추징금 37억 2200만 원을 선고했다. 천화동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 정영학 회계사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는 이 대통령 이름이 390여 차례 언급된다. 성남시 수뇌부 관여 인정, 민간사업자의 이재명 시장 재선 지원 및 대장동 사업 참여 의사 인지, 민간사업자 접대 의혹을 받는 정진상과의 친밀한 관계 인정 등은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대목이다. 반면 금품 수수 및 접대 증거 없음, 대장동 사업에 대한 행정권자로서의 재량 인정 등은 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모인다(관련기사 ‘이재명’ 390번 언급…대장동 1심 판결 둘러싼 여야 공방전).
구속된 대장동 일당은 모두 항소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항소 시한인 11월 7일까지 항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피고인이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만 다뤄질 예정이다.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형소법 제368조)’ 원칙에 따르면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에 대해 상소심 법원은 원심판결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다. 피고인이 더 무거운 형벌을 받을까 우려해 상소권을 포기하는 것을 방지해 실질적인 방어권을 보장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검찰은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상소했을 때 적용된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대장동 일당의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추징금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삭제되면서 성남도시공사는 대장동 개발에서 1822억 원을 받았다. 반면 민간사업자들은 수천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손해액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검찰 측이 주장한 7814억 원 대신 473억 원을 추징했다. 이 대목은 검찰이 항소심에서 다시 다퉈야 할 사안으로 꼽혔다.

이어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11월 7일 오후 무렵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사·공판팀에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며 “항소장 제출시한이 임박하도록 그 어떠한 설명이나 서면 등을 통한 공식 지시 없이 그저 기다려보라고만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해서 항소장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대검과 중앙지검의 지휘부가 적법 타당한 대응을 할 것이라 믿고, 내부절차를 이행하여 기다렸으나 결국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는 부당한 지시와 지휘를 통해 수사·공판팀 검사들로 하여금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정성호 장관)가 항소에 반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표적인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11월 8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대검찰청이 법무부에 항소 여부를 승인받기 위해 보고를 했다”며 “검찰과가 법무부 장관에게 항소의 필요성을 보고했으나 장관과 (이진수) 차관이 이를 반대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대장동 항소장 제출 방해에 관여된 사람은 모두 책임져야 한다”며 “이재명 대통령, 정성호 법무장관,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 그 누구도 성역일 수 없다”고 적었다. 주 의원은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됐는데, 검사에게 억지로 항소를 포기시킨 사건은 사상 최초”라고 꼬집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사실관계와 법리를 무시한 채 이미 무너진 정치적 프레임에 기대려는 구태 정치일 뿐”이라며 “법무부는 이번 1심 판결이 대법원 판례와 검찰 내부 항소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실제 선고는 구형량 대비 절반 이상이며, 일부 피고인은 구형량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항소 기준인 ‘선고 형량이 구형의 3분의 1 이하일 때 항소’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률 원칙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11월 8일 사의를 표명했다. 항소 포기 논란이 권력형 수사외압 논란으로 번지자 책임을 지고 사의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11월 9일 국민의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법사위 행정실에 긴급현안질의 전체회의 개회 요구 의사를 전달했고, 추미애 법사위원장실에도 전체회의 개회 요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위원들은 항소 포기 지시 경위 즉시 공개, 이번 사태에 대한 즉시 수사 개시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수사팀의 조직적 반발이 검찰의 행태라면 국정조사하고 청문회에 상설특검 해야 한다”며 “신속 처리해서 정치검찰을 다 도려내지 않으면 우리나라 미래는 없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 본인들이 특별하게 선민의식을 안 가졌으면, 이런 행동을 할 수 없다. 굉장히 분노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검사들과의 대화에서도 이런 행태 있었다”며 “(검찰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서 ‘찍소리(반발)’ 했나. 검찰은 민주당이 만만히 보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