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은 탈북 관련 단체 중 가장 폭넓은 인프라망과 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슈퍼맨 목사는 태국, 베트남, 몽골 등의 탈북 루트를 직접 개척해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돕고 있다. 영국 유력 매체 ‘더타임스’는 슈퍼맨 목사를 두고 ‘북한의 쉰들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슈퍼맨 목사는 최근 리베이트 등 각종 금전 관련 의혹에 휩싸였다. 복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자신을 ‘최고 탈북 브로커’라고 소개한 황 아무개 씨는 “지급받은 탈북 비용 중 일부를 슈퍼맨 목사 개인에게 되돌려줬다”고 주장했다. 탈북자 한 명당 150만 원 현금 리베이트, 80억 원 규모 후원금 축적, 허위 영수증 활용 등이 황 씨의 폭로 내용이다.

슈퍼맨 목사는 “서로 문서상으로도 합의한 금액이 갑작스레 ‘리베이트 의혹’으로 둔갑해 있어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의혹을 제기한 브로커가 내가 돈을 본인 차에서 받아갔다고 하는데, 나는 그 브로커 차에 타본 적이 없다”고 했다.
11월 6일 다시 만난 슈퍼맨 목사는 “의혹을 해명할 서류를 보여 주겠다”고 했다. 현금 리베이트에 대해 슈퍼맨 목사는 “메콩강에서부터 태국 내 보호센터까지 거리가 16시간 거리이며, 여기서부터는 탈북 브로커가 아니라 NGO가 직접 탈북민들을 호송한다”고 강조했다.
슈퍼맨 목사는 “16시간 거리를 이동하는 데엔 사역자들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에 따른 비용과 3개월 동안 탈북자들의 식비 및 체류비가 더 든다”면서 “150만 원은 외환송금, 사역자들의 신변보호, 사역의 특수성 때문에 현금으로 해당 비용을 되돌려 받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슈퍼맨 목사는 “150만 원을 돌려받는 부분은 NGO와 브로커가 일에 착수하기 전부터 미리 확약서를 통해 합의한 내용”이라면서 브로커들과 작성한 확약서를 제시했다.
후원금을 80억 원가량 축적해놨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세무사 사무실 보관 장부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6월까지 평균 잔고는 1억 5200만 원”이라면서 “은행 잔고증명과 주기제정 기록부 금액이 일치한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많은 돈이 모여 있을 수가 없는 구조”라면서 장부 기록을 직접 내밀었다.
브로커에게 허위 영수증 발급을 요구한 뒤 해당 영수증을 자금 집행 내역으로 활용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동남아 현장에서 일꾼들이 브로커로부터 ‘돈을 적게 준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서 영수증을 요구한 적이 있다”면서 “환차익과 손해 등 거래 시스템을 알기 위해 영수증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슈퍼맨 목사는 “나를 향한 의혹이 제기됐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면서 태국에서 탈북자들을 직접 데려온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리베이트 의혹 중심에 내가 거론된 뒤 후원금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도 “쉽지 않은 상황은 분명하다. 구출한 탈북민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며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늘도 탈북자 5명이 무사히 (NGO가 운영하는 보호) 센터에 도착했다”고 했다.
슈퍼맨 목사를 둘러싼 논란은 탈북 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요신문은 취재 과정에서 내밀한 탈북 사업 자금 흐름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돈을 빼놓고는 탈북을 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탈북 브로커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면서 “돈을 벌 수 없고,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브로커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탈북 브로커는 탈북자들을 이동시켜주는 대가로 비용을 받는다. 그런데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무일푼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탈북 브로커가 비용을 지급받는 창구는 대부분 북한 인권 활동을 하는 NGO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NGO가 탈북민 구출 사업 후원금을 모금하면, 그 돈이 탈북 비용으로 쓰인다. NGO가 발주하는 탈북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브로커들이 돈을 받는다”면서 “탈북민들이 중간에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는 이상 직접 주머니에서 돈을 꺼낼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탈북 과정의 현금 흐름은 해외 송금 과정서 불거지는 법적 리스크를 막기 위해 일반적인 자금 흐름과 조금 다른 특성을 띠는 경향이 있다. NGO에서 지급하는 돈은 탈북 브로커 비용으로 쓰이고, 일부는 현금으로 돌려받는 경우가 있다”며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탈북민들을 관리하기 위한 제반 비용이 필요하다. 돌려받은 현금도 NGO가 탈북민을 케어하는 데 쓰인다”고 전했다.

도 대표는 “슈퍼맨 목사가 작업을 하는 탈북 프로젝트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사고가 없는 ‘선’으로 유명했다”면서 “중간에 사고가 나더라도 현지 공안 등과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신속히 사고를 수습하는 능력은 업계에서 최고라고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진실을 가리는 데엔 시간이 걸리지만, 탈북을 돕는 일은 지금 당장에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서 “구설로 인해 후원금이 줄게 되면 NGO 입장에서는 활동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NGO 관계자는 “정치적 이념이 좌냐 우냐를 떠나서,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명시된 북한 주민 중 한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를 데려오는 일은 국제 인권 분야에 있어서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서 “외교적 마찰 등 각종 사유로 국가가 직접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탈북을 돕는 NGO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며 모든 리스크를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존하는 탈북 인프라 중 슈퍼맨 목사가 깔아놓은 선은 가장 설계가 촘촘하다. 진위 여부를 떠나 슈퍼맨 목사라는 메신저가 공격받게 되면, 최적의 탈북 인프라가 존폐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뜩이나 좁아진 ‘탈북 루트’가 사실상 궤멸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일반적인 후원 모금에 대한 자금 집행 투명성과 탈북 프로젝트 자금 집행 투명성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면서 “회색지대에 있는 탈북이란 프로젝트를 백색으로 모두 투명하게 바꿔놓게 되면 일 자체가 진행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슈퍼맨 목사 활동 영역이 축소될 경우 그 여파는 탈북 브로커 시장에도 고스란히 미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탈북 브로커 A 씨는 “브로커에게 탈북을 의뢰하는 NGO가 없다면 돈 나올 곳이 없다. 돈을 탈북자에게 받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한 브로커의 폭로로 슈퍼맨 목사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 기존 브로커들 입장에선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가 갈라지는 것을 보는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주민의 한국행을 돕는 행위에 ‘가격’이 매겨지지 않는다면, 오로지 선의로만 움직일 브로커는 전무할 것”이라면서 “정부나 일반 사업체가 자금을 집행하는 방식과 달리 탈북 과정서 집행되는 자금은 ‘특활비’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고 했다.
A 씨는 “자금 흐름이 노출되면 ‘선’이 노출될 수도 있어 보안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핵심 탈북 인프라를 향한 리베이트 의혹은 탈북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사정을 잘 안다면 절대 리베이트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비밀스런 탈북 과정과 관련해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을 일반 기업체 도덕성의 잣대로 바라본 데에서부터 오해가 출발할 수 있다”고 했다.
전직 정보기관 인사는 “일제강점기 활동하던 독립군도 군자금을 조달받지 않았느냐. 당시 자금 흐름에 의구심이 생긴 일이 있다 가정한다면, 그것을 리베이트라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탈북 프로젝트를 돕는 단체들은 국가의 공권력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활동하는 독립군과 같은 존재들이다. 천만금을 준다 해도, 탈북자와 함께 사선을 넘나들 용기와 사명의식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