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까지 “검찰이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서울남부지검은 항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SM엔터 인수를 위해 시세 조종 등 불법을 동원해 하이브의 합법적 공개매수를 방해하고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오인한 다수의 선량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안긴 불법 시세 조종 범행”이라며 “1심 판결은 자본시장법 제176조 제3항이 규정한 ‘일련의 매매’에 대해 대법원의 판례 취지와 정면으로 반한다”고 반발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4명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등을 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지만,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검찰이 제기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지난 7월 다시 무죄 판단을 확정했다. 이로써 검찰의 ‘삼성 수사와 항소, 상고’는 무리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 내에서 ‘항소(2심 판단을 받겠다는 것)와 상고(3심 판단을 받겠다는 것)’에는 나름의 관행이 있다.
△기소한 혐의가 모두 유죄 판단을 받고 △구형과 유사한 양형이 선고되면 항소나 상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절도나 폭행 등 일반적인 형사 사건의 경우 피고인 측과 논의해 쌍방이 항소·상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죄를 모두 인정해 유죄 판단을 받았고, 양형도 높게 나왔다면 더 이상의 재판이 불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특수 수사, 특히 인지로 이뤄지는 수사에서는 ‘항소·상고’ 하는 게 관례에 가까웠다. 통상적으로 혐의가 3개 이상 적용되는 게 일반적이라 일부라도 무죄가 나오면 다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또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통상 법원은 검찰 구형의 절반 정도만 선고하는 게 보편적이기 때문에 검찰과 피고인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는 게 일반적이다. 유죄가 나왔다는 이유로 항소하지 않을 경우 2심 재판부는 양형 역시 1심 선고 기준보다 낮게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양형 부당’은 유죄가 일부라도 나온 사건 때마다 늘 따라붙는 검찰의 항소 사유였다.
#무죄 사건 뒤집힐 확률 낮아도 항소

특히 1·2심 모두 무죄임에도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는 건수도 한 해 200∼3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2∼2024년 1·2심 모두 무죄가 나온 사건에 대해 검찰이 상고한 건수는 각각 277건, 277건, 218건이었다. 당시 1·2심 전부 무죄 선고 건수는 2022년 2123건, 2023년 2699건, 2024년 3823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소율은 13.04%, 10.26%, 5.70%였다.
검찰 내에선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놓고 ‘상고심이라면 몰라도 항소심 판단은 받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재판부가 배임 금액 규모를 특정하지 못하는 부분을 근거로 무죄 판단을 했기 때문에 이런 경우 무조건 사실심인 2심에 가서 다퉈야 추징금을 더 회수할 수 있지 않느냐”며 “추가 자료를 제출하고 법원을 설득해서 추징금을 높이는 것이 검찰의 역할인데, 양형만 구형 이상으로 나왔다는 이유로 항소를 포기하는 것은 검사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카카오 사건 때 일부 언론이 ‘항소 포기’를 언급했지만 이는 검사가 직무유기이자 직권남용, 업무상 배임”이라며 “그러니까 서울중앙지검장이 곧바로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겠느냐. 죄가 된다고 보고 기소를 했다가 1심에서 무죄가 난다면, 적어도 사실 관계를 놓고 다툴 수 있는 2심까지 보완 수사를 통해 다퉜어야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가 다른 일반사건과 달리 수사 검사가 공소도 유지하는 인지 사건에서는 더더욱 공판에서 치열하게 다투니 항소나 상고를 당연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륙법계 따라 폭넓게 인정됐던 검사 항소권
우리 법도 ‘검사의 판단권’을 폭넓게 인정했다. 대륙법계 전통을 따라 검사의 항소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되 상고심에서만 일부 제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사실심인 1·2심에서는 항소가 거의 일반적이었다. 항소심까지는 사실 인정을 다시 판단하지만 상고심은 법 적용의 오류만 다루는 ‘법률심’이다.
검사의 무죄 판결 상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미국이 사실상 유일하고 프랑스나 독일·일본 등 주요 대륙법계 국가들은 모두 검사의 무죄 판결 상소를 제한 없이 허용하고 있다. 미국 역시 헌법 수정 제5조의 이중위험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선고받으면 검사가 상소할 수는 없다”고 규정하면서도, 배심원이 유죄평결을 했으나 재판장이 무죄판결을 한 경우에는 검사가 항소할 수 있도록 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