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항소 포기 결정 논란이 확산되면서 검찰 내부 반발이 평검사부터 검사장급까지 확대되자 노 대행은 11일 연가를 사용하며 거취를 고민했다. 대통령실은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면직안이 제청되면 이를 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제 검찰은 대검찰청 기조부장이 검찰총장 대행의 대행을 맡아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번 검사 반발을 본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검사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만석 권한대행, 논란 닷새 만에 사퇴
서울중앙지검은 항소 제기 시한인 지난 7일 자정까지 1심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수사를 담당했던 중앙지검과 대검찰청은 항소 의견을 거듭 법무부에 전달했고, 법무부 내부에서도 항소 필요성에 동의했지만 최종적으로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은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정 지검장은 “대검과 의견이 달랐는데 의견을 관철하지 못했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후 검사들의 반발은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을 향했다.
노 대행은 “검찰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항소 포기를 지휘했다”고 해명했다. 항소 필요성을 전달받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냈고,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항소 시한이었던 7일 노 대행에게 전화해 정 장관의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법치주의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심지어 대검 부장들은 노 대행에게 직접 사퇴를 권했다.
사의를 밝힌 뒤 노 대행은 퇴근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전 정권이 기소한 것이 현 정권에서 문제가 되고, 저쪽(정권)에선 지우려 하고 우리(검찰)는 지울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부대꼈다”며 “4개월 동안 차장을 했던 것이 20년 동안 검사생활을 한 것보다 더 길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검찰 안팎의 반응은 ‘사의 표명이 너무 늦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 내에서 납득하지 못할 결정을 했다면 책임지고 곧바로 물러났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설사 정치권에서 항소하면 안 된다고 얘기를 하더라도, ‘죄가 된다’고 판단해 1심에서 기소한 거라면 사실심인 2심까지는 무조건 다퉈봐야 하는 게 검찰의 역할”이라며 “1심 재판부가 배임죄 구성요건 중 특정 부분을 지적한 것이지 배임 의혹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닌데 항소 포기는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 대행의 자리는 법무부와 의견이 다를 때 검사를 대신하는 자리”라며 “법무부에서 항소 포기를 행간으로 요구했다면 서면으로 수사 지휘권 발동을 요구해 이에 따르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외부에서 흔드는 것은 몰라도 내부 전체가 반발하면 그 어떤 총장도 버틸 수 없다. 닷새 만에 물러났다고 하지만 논란이 터진 직후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어야 그나마 명예라도 지킬 수 있었다”며 “그 자리는 검사 전체를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빨리 물러날수록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권한대행의 한계’ 총장 공석은 계속?
검찰총장 대행이 사퇴하면서 이제 검찰총장은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대검 부장 중 서열상 가장 선임인 차순길 기획조정부장(31기)이 검찰총장 대행을 하게 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 공석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 안팎에서는 노 대행의 사의가 처리되면 고검장급 가운데 1명을 골라 대검 차장으로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번 사태가 ‘검찰청 폐지’에 대한 반발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선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최근 검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들 동력을 잃고 ‘공소청 신설 후 어떤 업무를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다”며 “검찰 전체가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업무가 정체된 상황에서 항소 포기 이슈가 검사들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되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