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전체 50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해 올해까지 통산 1088경기 출전해 타율 0.266 951안타 514득점 187도루 OPS(장타율+출루율) 0.660의 성적을 남겼다. 2023년과 2024년에는 3할 타율을 기록했고, 2025시즌에는 134경기 출전해 타율 0.287 148안타 27도루를 기록했다. 2022년 42도루 기록 후 4년 연속 20도루 이상의 숫자를 나타낸 터라 공격과 수비, 주루 플레이 면에서 박찬호는 매력적인 FA 선수다. 유격수 보강을 원하는 팀에선 가장 탐을 낼 수밖에 없다.
박찬호를 향해 구애를 한 팀으로는, 원소속팀 KIA는 물론 롯데와 두산, KT 등이 거론된다. 그중 가장 유력한 팀은 두산이다. 두산도 박찬호 측과의 만남이나 협상을 숨기지 않는다. 그동안 FA 시장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던 두산은 올 시즌 전력 보강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6시즌을 앞두고 김원형 신임 감독과 홍원기 수석코치 체제를 탄생시킨 후 팀 전력 상승에 힘을 쏟는 중이다.
야구계 한 관계자는 두산의 이런 움직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두산은 2023년부터 ‘한 지붕 라이벌’인 LG의 두 차례 통합 우승을 지켜보며 야구를 좋아하는 두산의 박정원 구단주가 LG의 우승에 큰 자극을 받았다고 들었다. 공교롭게 두산이 하락세를 보일 때 LG가 상승세를 탔고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두산 왕조’를 구축했던 팀으로선 LG의 두 차례 우승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FA 시장을 앞두고 박정원 구단주가 ‘큰 손’을 자처했다는 후문이다. 박찬호, 강백호, 김현수 관련해서 두산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두산은 올해 안재석을 비롯해 오명진, 박준순 등 유망주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지만 주전 유격수 자리는 공석이다. 박찬호가 그 자리를 맡는다면 두산의 전력 보강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박찬호와의 협상이 진행 중인 건 인정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야구계에서는 조만간 박찬호의 두산행이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찬호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팀으로 알려진 롯데 자이언츠는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FA ‘최대어’를 영입할 만한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야구인은 “롯데가 FA 시장이 열리기 전에는 박찬호나 강백호 영입에 적극적으로 임할 계획이었지만 모그룹에서 FA 최대어를 영입할 만한 자금을 지원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 구단측은 “이번 FA와 관련해선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면서 “민감한 내용들이라 구단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롯데는 8년째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했다. 2026년은 김태형 감독의 3년 계약 기간 중 마지막 해이다. 구단 입장에선 김태형 감독에게 FA 선수 영입으로 큰 선물을 안겨주고 싶겠지만 자금이 넉넉하지 않다면 ‘최대어’ 영입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을 터. 특히 롯데는 2023시즌을 앞두고 노진혁을 4년 50억 원에 FA 계약으로 영입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롯데의 고민이 커지는 지점이다.

“조만간 강백호가 미국으로 출국해 MLB 스카우트들을 대상으로 쇼케이스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원소속팀인 KT와도 두 차례 정도 만났지만 구체적인 금액을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점들이 타 팀에선 강백호의 FA 영입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미국에서 협상이 잘 안되면 KBO리그 구단들과 FA 협상을 하겠다는 의미인데 구단들이 마냥 강백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다. 강백호가 젊은 거포이고, 그를 데려올 경우 전력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가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지난 3년 동안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선수가 갑자기 2026시즌부터 제대로 터질 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카드를 쥐고 선택하는 건 선수의 희망 사항이지만 갖고 있는 여러 개의 카드가 FA 협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현재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하는 선수를 두고 ‘100억 원’ 운운하는 기사가 나온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면서 “우리 포함해서 강백호에게 관심있는 팀들은 일단 강백호의 미국행을 지켜보며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계산기를 두드려 볼 것 같다”고 정리했다.
한편 이번 FA 시장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LG 트윈스의 우승 주역인 김현수(37), 박해민(35)이 LG에 남느냐, 아니면 다른 팀으로 이적하느냐 여부다. LG 차명석 단장은 “김현수 측과는 두 차례 정도 만났고, 박해민은 일본에서 열리는 대표팀 평가전을 마치고 귀국하면 곧장 만나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차 단장은 두 선수에게 ‘최선의 제안’을 할 거라는 말도 덧붙였지만 샐러리캡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더욱이 LG는 올해보다 내년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홍창기, 박동원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는 터라 샐러리캡 유지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LG는 FA 시장이 열리기 전 올해 외부 FA 영입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현수의 두산행 소문이 나돌았다. 김현수는 2006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해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2015년 우승으로 시즌을 마치고 MLB 무대에 도전했고, KBO리그로 복귀하면서 LG와 4년 115억 원에 계약을 맺고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2021시즌 종료 후 김현수는 LG와 4+2년 총액 115억 원의 재계약으로 잔류했지만 +2년 계약의 조건이 충족되지 못해 올 시즌 FA 시장에 나왔다.
LG는 김현수, 박해민 잔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지만 선수가 요구하는 금액이 예상을 뛰어 넘는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수, 박해민 측은 LG를 포함해 다른 팀들과도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