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워와 정교함을 두루 갖춘 정상급 타자로 자리매김했지만 2022년부터 잦은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더욱이 1루수, 우익수, 포수를 거쳤음에도 주 포지션이 없다는 게 강백호의 큰 단점으로 꼽혔다. 그런 그가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혔던 건 1999년생의 젊은 나이와 데뷔 첫해부터 2021년까지 보인 역대급 타격 재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강백호는 한화와의 FA 계약 이전에 메이저리그 도전도 선택지에 포함시켰다. FA 신분이라 미국행에 걸림돌이 없었다. 미국에서의 쇼케이스를 앞두고 출국 준비를 하다 한화와 극적인 만남을 가졌고, 첫 만남에서 거액의 FA 금액을 제안받고 다음날 세부적인 조항을 매듭 지은 후 공식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한화 손혁 단장은 20일 전화통화에서 “서로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다”며 강백호와의 계약 뒷얘기를 들려줬다.
“(19일) 2차 드래프트가 끝난 후 선수와 자연스럽게 연락이 됐다. 강백호도 미국 출국을 앞두고 있는 터라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맞아떨어졌고, 덕분에 한 번 만남으로 계약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
한화는 이번 FA 시장 개장 후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FA 영입을 통해 부족한 전력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강백호 영입 전까지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었다. 한화는 2차 드래프트의 결과를 기다렸다. 마침 19일 진행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의 내야수 안치홍, 투수 이태양과 배동현, 외야수 이상혁이 각각 키움, KIA, 키움,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4명의 선수가 자리를 비웠지만 한화는 단 한 명의 선수도 지명하지 않았다. 한화는 고액 연봉자인 안치홍과 이태양의 이적으로 선수단 연봉 총액을 줄이면서 샐러리캡의 부담을 덜 수 있었고, 4명의 이적으로 11억 원의 양도금을 챙겼다. 다음은 손혁 단장의 설명이다.
“여러 가지 전략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의 경험을 통해 대형 FA 계약을 하려고 움직일 때는 한 번에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야 선수가 왔다 갔다 하지 않게 되니까 처음 하는 제안이 최종 제안이 되게끔 신경 썼다. 강백호에게 고마운 건 선수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옵션을 수락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자신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선수 입장에선 한 번 더 고민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바로 오케이 해줘서 고마웠다.”
손 단장은 직접 강백호를 만나보니 의외로 차분하고 말수도 적고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한다. 대신 야구장에서는 활발한 듯 했고, 한화의 노시환, 문동주와 친분이 있어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손 단장은 자신이 한화 단장으로 부임 후 여러 차례의 FA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강백호처럼 한 번 만남으로 대형 계약까지 마무리 지은 건 “거의 처음”이라고 말했다. 원소속팀인 KT와의 계약이 순조롭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으로의 출국을 앞둔 강백호에게 한화 구단의 4년 총액 100억 원 제안은 충분히 매력적인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강백호도 이리저리 재지 않고 곧장 계약서에 사인할 수 있었다.

“문현빈, 노시환, 강백호 모두 20대 초·중반대 나이라 앞으로 몇 년간은 나이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클린업 트리오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더욱이 파워를 겸비한 좌(강백호)우(노시환)가 한 명씩 존재하는 터라 내년 무서운 파괴력을 보이는 클린업 트리오를 기대해보고 싶다.”
KT에서 주 포지션이 없었던 강백호가 한화에서는 어떤 자리를 맡게 될까. 손 단장은 김경문 감독이 마무리 캠프를 마치고 돌아오면 상의할 예정이고, 이후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현장 의견을 반영해 포지션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백호를 떠나보내는 KT 구단의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다. KT 구단 관계자는 FA 시장이 열린 후 강백호와 세 차례 만났다고 한다.
“세 차례 정도의 만남을 가지다 강백호가 한화와 만나기 전에 최종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전보다 금액이 오른 수정안이었다.”
그렇다면 KT 구단이 강백호에게 제안한 최종 계약 규모는 어느 정도였을까. 구단 관계자는 100억 원보다는 못 미치는 금액이라고 답했다. 취재한 바에 의하면 대략 계약 기간 4년에 90억 원 이상의 금액이 최종 금액으로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KT는 강백호가 미국 진출에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살폈다. 그래서 첫 번째 만남에서는 그 의지를 확인하는 상황이었다. 강백호가 KBO리그에서 뛰고 싶어 하는 의지가 있다는 걸 파악한 후 구체적인 액수가 담긴 FA 계약을 제안했고, 19일 강백호가 한화와 만나기 전 최종 수정안을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수정안이 강백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강백호는 한화와 첫 번째 만남에서 곧장 FA 제안을 받았고, 총액 규모도 100억 원이었다. FA 개장 후 KT에 내심 섭섭했던 마음이 한화의 적극적인 구애와 행동으로 풀리면서 강백호는 다음날인 20일 한화와의 FA 계약을 마무리 짓게 됐다.
이제 관심은 보상선수다. A등급으로 분류된 강백호의 이적으로 KT는 한화의 보호선수 20인 외 1명과 전년도 연봉의 200%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받거나, 전년도 연봉 300%를 보상받을 수 있다. 강백호의 올해 연봉은 7억 원이다. KT는 보상 선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KT 관계자는 “한화가 그동안 좋은 선수들을 많이 뽑은 덕분에 투수, 야수들이 다 좋다”면서 “20인 보호선수 명단이 넘어오면 현장과 잘 의논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와 FA 계약을 맺은 강백호는 20일 밤 자신의 개인 소셜미디어에 KT 팬들을 향한 인사와 함께 이적 과정에서 불거진 오해를 해명했다. 자신은 KT 구단으로부터 다년 계약을 제시받은 적이 없었고, 자신의 첫 번째 선택은 해외 진출이었지만 국내에 남는다면 원소속 구단에 남으려 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의 출국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KT로부터 첫 오퍼를 받았고, 그 오퍼(내용)에 KT가 정말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고, 그 와중에 한화가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금액 차이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 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백호가 SNS에 남긴 글은 KT 팬들에게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KT 구단 관계자는 기자에게 “시즌 전 강백호와 (비FA) 4년 계약에 대한 의사를 타진했지만 당시에는 선수가 미국 진출하는데 비중을 두는 듯 했다”고 설명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