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2024시즌 팔꿈치 통증으로 수술을 받고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고, 2025시즌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었지만 젊고 빠른 구속을 자랑하는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자리를 잡기 어려웠다. 이태양은 1군보다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하는 기회가 더 많았다. 퓨처스리그 27경기 40⅔이닝 8승 무패 3홀드 평균자책점 1.77로 호투를 펼쳐 북부리그 다승 1위에 올랐으나 1군 출전은 14경기에 불과했다.
30대 중반이고, 한화와의 4년 FA 계약 중 내년이 마지막 해인 상황에서 이태양의 고민은 커져만 갔다. 20일 전화 연결이 된 이태양은 “고민 끝에 시즌 종료 후 김경문 감독님을 찾아갔다”고 털어놓았다.
“정말 고민이 많았다. 내년까지 계약이 남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이 팀에 남아 잘 마무리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아직 몸도 안 아프고 건강하니까 이럴 때 조금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게 맞는지를 놓고 판단하려 했다. 시즌 마치고 감독님께 연락을 드렸고, 감독님이 흔쾌히 약속을 잡아주셨다. 감독님이 나를 처음 보시자마자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더라. 기회를 많이 주고 싶었는데 팀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면서. 나도 감독님의 입장과 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게 오히려 더 죄송했다. 1군 기회를 주셨을 때 내가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감독님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물어보셨고, 그때 2차 드래프트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지를 여쭤봤다. 감독님도 긍정적으로 받아주셨고, 이후 손혁 단장님을 만나 잘 정리할 수 있었다.”
이태양은 비록 한화를 떠나지만 김경문 감독과 손혁 단장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FA 계약을 맺고 한화로 온 선수를 다시 풀어주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베테랑 투수에게 새로운 길을 마련해주기 위해 선수의 부탁과 고민에 귀 기울여준 모습에 적잖이 감동한 듯하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태양의 KIA행이 알려지면서 정말 많은 선수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류현진이 전화해서 더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전하며 새로운 팀에서 다시 높이 날아오르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후문이다.
“난 정말 한화와 한화 선수들, 팬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FA 계약 당시 다른 팀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한화를 선택했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이번에 새삼 느꼈다. 선수들도 모두 문자로, 전화로 인사를 남겼고, 팬들도 내가 SNS에 올린 글에 격려와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셔서 울컥하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KIA 유니폼을 입고 뛰지만 한화 구단과 선수들,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함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태양은 2차 드래프트 발표 직후 KIA 이범호 감독과 통화를 했다고 한다. 이범호 감독이 환영 인사를 건네며 잘 준비해보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태양은 자신에게 야구 인생의 새로운 길을 열어준 KIA의 지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KIA가 내 잔여 연봉과 (양도금) 4억 원을 지급하고 날 지명한 건데, 이건 웬만한 고교 1라운드급 선수의 계약금 이상의 금액 아닌가. 그런 부담을 안고 나를 지명해준 KIA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태양은 그동안 필승조, 추격조, 롱릴리프, 선발까지 ‘마당쇠’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올 시즌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아 팔과 어깨도 싱싱하다. KIA로선 이태양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내년 시즌 KIA와 이태양의 마운드 궁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몹시 궁금해진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