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SK텔레콤은 자사 가입자끼리 통화를 할 경우 월 2500원을 추가하면 요금을 50% 할인해주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24일을 기준으로 새로운 ‘망내 할인’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는 대략 15만 명. SK텔레콤에 따르면 기존의 요금제에 비해 시장의 반응은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한다.
뒤이어 KTF와 LG텔레콤도 경쟁적으로 새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지만 SK텔레콤 측은 아직 느긋한 입장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우리 요금제의 최대 장점은 시장점유율이다. 두 명 중 한 명이 우리 고객이다. 그만큼 망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번 요금인하 경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SK텔레콤의 요금인하 소식을 접한 KTF와 LG텔레콤은 후발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 소비자의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게 양사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울며 겨자 먹기로 요금할인제를 잇따라 발표했다.
유선분야 ‘지존’ KT가 모기업인 KTF는 망내 할인뿐 아니라 유선과 타사 가입자에게도 할인을 해주기로 했다. KTF는 월 2500원을 추가로 내면 유선전화를 포함한 망내는 50%, 망외는 30%를 할인해 주는 요금제를 11월 2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KTF 측은 “망외 통화가 전체 통화의 80%를 차지한다. 따라서 많은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즉 다른 통신사의 요금제에 비해 범위가 넓어 유리할 것이란 얘기다.
LG텔레콤도 11월 1일부터 월 2500원을 내면 망내 통화를 월 20시간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기본료가 4만 1000원인 상품을 선택하면 300분의 망외 무료통화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LG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후발주자로서 힘든 상황이지만 이번무료통화가 어느 정도 시장에서 먹힐 것이라고 본다”며 이번 요금제가 도약의 발판이 될 것임을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실 이런 할인을 회사 측에서 하고 싶어서 하겠느냐. SK텔레콤의 선제공격에 대응하려다 보니 이런 요금제를 출시했다”며 무리수를 둔 것임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이동통신사들의 요금인하 제도 경쟁이 소비자들에겐 이득이 될까. 시민단체들이 내놓은 대답은 ‘아니올시다’다. 그동안 요금 인하 운동을 펼쳐왔던 시민단체들은 이번 요금제가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김희경 서울YMCA 시민중계실 팀장은 “그동안 요금인하를 여러 번 하는 동안에도 이동통신사들은 오히려 가입비나 기본료 등 고정적으로 얻는 수입이 상당했다. 또 소비자들은 요금이 할인되면 전화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어 이동통신사들의 이익만 늘릴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도 “많은 언론에서 연일 요금제 기사를 다루고 있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광고효과 아니냐. 마케팅 비용절감만 해도 막대한 금액일 것이다”라며 요금인하경쟁이 기업 측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2007년 상반기 SK텔레콤의 전체 매출에서 고정수입인 가입비와 기본료가 약 30%를 차지했다. KTF와 LG텔레콤은 각각 35%, 46%였다. 따라서 정작 내려야 할 것은 고정수입이어야 한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번 요금제는 3사 모두 25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있어 오히려 고정수입을 늘리려는 통신사의 얄팍한 상술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가입비와 기본료는 통신사업의 특성상 초반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부과했던 것이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최소한의 설비 유지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고정수입은 내리는 것이 맞다. 더군다나 통신사들은 국가의 자원인 전파를 헐값에 사용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이동통신사들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은 펄쩍 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전파를 사용하는 대가로 매년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를 향해 목청을 돋웠다. 하지만 이런 기업의 반응에 대해 시민단체 측은 “소비자가 좀 더 적절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반박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요금제 인하를 계기로 좀 더 다양하고 경쟁적인 요금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3사의 요금제 인하를 보면 뭔가 석연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3사 모두 요금 할인을 받으려면 25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하다는 것.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SK텔레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YMCA의 김희경 팀장은 “이번 요금제를 봐라. 완전 붕어빵 아니냐. 도대체 경쟁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독과점의 폐해다”라며 현재 정보통신부의 관리 아래 놓여있는 폐쇄적인 통신시장에 메스를 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들은 정보통신부가 국제전화 요금에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1분당 1000원이 넘던 국제전화요금이 지금은 몇 백 원으로 떨어졌는데 그 이유는 요금제도를 자율경쟁으로 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이번 요금제도가 ‘워밍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더 파격적인 요금할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런 이동통신사의 입장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이번 요금제를 포함한 그동안의 요금할인은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외부의 압력에 마지못해 실시해왔기 때문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