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회장 | ||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측에 따르면 이 ‘로드맵’이 2005년 5월 삼성전략기획실 직속 삼성금융연구소가 작성하고 삼성그룹의 금융사장단회의가 내부 지침으로 채택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로드맵’은 5대 추진과제로 △산금(산업과 금융)분리정책에 대한 이론적 논리적 대응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은행 중심 금융산업정책 부작용 시정 △비은행금융기관의 은행업 진출방안 △경제력집중에 대한 올바른 인식 유도를 들고 있다. 이를 위해 산금분리정책에 대해선 ‘문제제기(05)→산은(산업과 은행)분리(06)→산은결합(은행업 일부)(07)’으로, 금융지주회사제도는 올해까지 개정하는 것으로 ‘길잡이’를 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 측은 “문건은 은산분리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하면서 은행을 소유한 것과 다름없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보험회사에 은행업의 일부를 허용하는 것으로 어슈어뱅킹(보험사의 은행업 겸업)과 내로우뱅킹(지급 결제 전담 은행업)을 제시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이미 이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는 삼성증권과 생명, 화재 등이다. 증권사의 지급 결제기능은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이미 확보된 상태. 심 의원 측은 “이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증권사가 삼성증권”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방카슈랑스 논란의 쟁점을 짚어보자.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의 도입 취지는 IMF 이후 부실화된 은행의 수익다변화와 보험의 가격 인하, 금융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개선(원스톱 서비스) 등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보험의 핵심인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취급할 수 없는 반쪽짜리였다. 나머지 ‘반쪽’이 내년 4월이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4일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 등이 이를 백지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보험업계도 협회 차원에서 이를 엄호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확대를 반대하는 쪽은 은행의 강매 등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 보험설계사들의 대량 실업 사태, 보험업 붕괴 우려를 그 이유로 제시한다.
하지만 중소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를 통해 영업망을 대폭 늘릴 수 있다. 반면 대형 보험사들은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방카슈랑스 백지화를 위해 뛰고 있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렇게 보험사와 정치권이 직접적인 눈높이에서 방카슈랑스 논쟁을 벌이고 있을 때 삼성의 눈은 더 멀리 어슈어뱅크에 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보험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삼성생명으로선 어차피 하기로 돼있는 것이니 일단 딴죽을 걸어놓고 방카슈랑스 4단계가 철회되면 좋고 안 되더라도 어슈어뱅크에 대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게 반대하던 방카슈랑스를 내줬으니 어슈어뱅크를 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삼성생명이 어슈어뱅크 도입에 성공한다면 ‘로드맵’에서 2007년 수행목표로 밝힌 ‘산은(은행업 일부) 결합’이 달성되는 셈이다.
이 인사의 이러한 주장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상용 손해보험협회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방카슈랑스 확대에 앞서 어슈어뱅크가 먼저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보험업계의 어슈어뱅크 도입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 관계자는 “그 문건이 삼성생명 산하 금융연구소 연구원이 작성한 것은 맞지만 폐기된 것”이라며 “삼성은 은행이 필요하지 않다. 심 의원의 주장은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반박했다. 과연 삼성이 원하는 바가 어디까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