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증권업계에서는 대선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거나 미미한 수준이라고 본다. 당시의 경제상황에 따라 주가가 변하는 것이지 대선 그 자체만으로는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는 것. 한국증권전산(코스콤)의 한 연구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대선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투자로 반드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가설’을 뒷받침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대선이 많이 치러지지 않아 자료가 풍족하지 못하다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한다.
실제로 그동안의 통계를 살펴보면 대선이 치러지는 해의 주가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1987년 13대 대선과 1997년 15대 대선 당시엔 경제사정 악화로 선거일 전에 주가가 다소 하락했다. 특히 1997년 1월 종합주가지수는 653포인트였다가 대통령 선거 전날인 12월 17일엔 418p까지 떨어졌다.
1992년 14대 대선 때는 1월에 624p로 출발했는데 12월에는 660p까지 올라갔다. 2002년 16대 대선은 ‘신용카드 대란’으로 인해 대통령 임기말 주가가 폭락했다. 한때 860p까지 치솟았던 주가지수가 선거 전날인 12월 18일엔 709p까지 떨어진 것.
1992년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세 차례 대선 때는 선거전에 주가가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대선 때문이라기보다는 당시의 경제여건에 기인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한국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주가도 대통령처럼 ‘레임덕’이 있다”며 다른 견해를 펼쳤다. 그는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가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주가는 그만큼 하락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의 대통령 선거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일리가 있다”며 더욱 많은 선거가 치러지면 이러한 가설이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희대학교 경제학과의 이우현 교수는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정밀하게 조사해 본 결과 대선과 주가가 그렇게 큰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주가는 당시의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반박했다.
대선 전의 주가에 대해서는 이렇게 의견이 갈리지만 대선 직후의 주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공통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선거가 끝나고 난 이듬해에는 어김없이 주가가 올랐다는 것. 1988년 노태우 정권이 들어설 때는 전년에 비해 무려 72.6%라는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14대 대선 이듬해인 1993에는 27.7%가 올랐고, 김대중 대통령 임기 첫 해에는 외환위기가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49.5%가 상승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2003년에는 29.2%가 올랐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취임 축하 주가’라는 말을 공공연히 사용한다. 그만큼 대통령이 취임한 첫 해에는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 정설로 돼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증권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기 첫해엔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쓴다고 믿고 이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또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에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지 않다”고 해석한다. 이어 그는 “특히 대선 직후 3개월가량은 외국인 투자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그만큼 새로운 대통령 선출로 인해 리스크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2007년 17대 대선 이후에도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많은 투자자들이 현재 코스피지수가 2000p를 넘었음에도 앞으로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이번 대선이 끝나고 예전처럼 주가가 상승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참여정부’의 지난 5년간의 주가진행은 역대 정부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근거. 코스콤의 또 다른 연구원은 “이전 정부에서는 임기 3년차에 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를 봐라. 2006년 한때 주춤하긴 했지만 계속 플러스로 달려왔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오히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조정기간이 올 수도 있다”라며 대선 후 주가 상승에 회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확인 결과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권의 3년차에는 주가가 전년에 비해 각각 23.5%, 14.1%, 50.9% 하락했는데 ‘참여정부’에서는 오히려 54%가 증가했다.
하준경 연구위원은 “사실 이번 선거는 초반부터 이명박 대세론이 있었지 않았느냐. 범여권 후보들은 아직도 지지율은 미미하고…. 예전에 비해 불확실성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서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라며 다르게 해석했다. 선거가 끝나고 한몫 잡아보려는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김빠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어쨌거나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더 이상 대선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5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 대선으로 인해 증시가 불안해지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 이우현 교수는 “대선 전에 주가가 내리고 대선 후엔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 일반화되는 것은 주식시장의 비효율성을 증가시킬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증권가에서는 이번 대선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들은 주가가 어떻게 변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 이와 함께 이번 대선에서는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대선과 주가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대선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이유다. 지난 대선에서는 외환위기나 신용카드 대란 등 다른 요인들이 주가에 크게 영향을 미쳤었기 때문이다. 향후 펼쳐질 대선 레이스에서 주가의 변동을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라는 것이 그들의 말이다. 게다가 여기엔 엄청난 돈도 걸려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