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기현상이 발생한 데는 사연이 있다. 2004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쌍용건설은 10년 전보다 외형은 작아졌지만 지난해 매출 1조 3000억 원, 경상이익 770억 원을 기록할 정도의 알짜기업으로 변신했다. 특히 지난 9월 말에는 싱가포르에서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인 6억 8000만 달러 규모의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을 단독 수주할 만큼 탄탄한 해외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건설업체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군침 도는 매물이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의 실체가 없다. 이유는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어서다. 쌍용건설 임직원들은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던 2003년 퇴직금을 털어 당시 2000원 하던 주식을 5000원에 인수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회사 정상화에 큰 기여를 했다. 그 대가로 현재의 지분(18.2%)을 확보했고, 결정적으로 채권단으로부터 추가로 24.72%의 지분을 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종업원지주회사를 설립하려고 한다(<일요신문> 804호 보도).
그리고 올해 초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한 종업원지주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국민연금 등을 재무적 투자자로 확보함으로써 재원도 마련했다. 이러한 상황을 근거로 현재 쌍용건설 종업원들은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는, 즉 쌍용건설 (최고가)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와는 결사항쟁도 불사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인수를 원하는 기업이 없는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다. 즉, 입찰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이를 반대하는 쌍용건설 종업원들의 엄청난 반발과 비난을 감당해야만 한다. 실익 없이 이미지만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고가를 제시하더라도 비가격부문 검증을 거치면 우선협상대상자가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설령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더라도 쌍용건설 종업원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쌍용중공업이 모태가 된 STX그룹이 정서상이나 자금 면에서 쌍용건설 인수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절대 아니다”며 M&A에 뛰어들지 않을 것임을 공언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또 계룡건설도 자금 면에서 버겁다고 매각 포기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밖에도 웅진 유진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참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완제 경향신문 기자 jw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