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호-서승재 역시 안세영 못지않은 '지배자'로 등극했다. 이들은 이번 시즌에만 11회의 우승을 합작했다. 우승을 차지한 대회의 면면도 전영 오픈, 인도네시아 오픈, 세계선수권 등 무게감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왕중왕전 격인 월드투어 파이널스까지 제패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에 더해 서승재는 김원호가 나서지 않은 태국 마스터스에서 진용과 짝을 이뤄 우승을 차지해 12회 우승을 기록했다. 이는 단일 시즌 개인 우승 기록으로 최다 신기록이다.
백하나-이소희 조는 지난해 대회에 이어 2연패다. 이번 시즌은 지난해 대비 다소 부진했으나 마지막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들보다 랭킹에서 앞선 김혜정-공희용 조는 대회 첫날 성사된 백하나-이소희 조와의 '집안 싸움'에서 밀렸다. 하지만 이번 시즌 5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들의 역대 최고 세계랭킹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 같은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약진은 단순히 선수 개개인의 분전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번 시즌부터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레전드' 박주봉 감독이 이끌고 있다.
4월 초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주봉 감독은 선수 시절 '배드민턴의 신'으로 불렸고 지도자로도 성공시대를 달린 전설적인 인물이다. 한국인 최초 세계배드민턴연맹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선수 시절 숱한 우승 경력을 쌓아 올렸다. 배드민턴이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채택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땄다. 세계선수권을 5회 석권했고 수십 회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경험했다. 올림픽 금메달 이후 은퇴했다 돌아온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혼합 복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완전히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뒤에는 영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국가대표팀을 지도했다. 특히 일본에서 2004년부터 약 20년간 일본 배드민턴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다수의 올림픽 메달, 모모타 겐토의 한 시즌 11회 우승 등의 성적을 이끌었다.
박 감독 부임 이후 열린 국가대항전인 수디르만 컵에서 대표팀은 중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박 감독은 비교적 쉬운 상대를 만나는 대회 초반 일정에서는 에이스 안세영을 쉬게 하며 대회 막판까지 폭발력을 유지시켰다.
특히나 선수시절 복식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박 감독이다. 일본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종목도 복식이었다. 대한민국 배드민턴이 다시 복식 강국으로 올라선 것이 우연은 아니다.
지난 1년 사이 대한민국 배드민턴은 또 다른 큰 변화를 경험했다. 2024 파리 올림픽 이후 안세영이 대표팀을 향한 불만을 터뜨린 이후 관련 제도가 달라진 것이다.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지난 5월 선수들에게 개인 용품 사용을 공식 허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 대표팀 선수들은 라켓, 신발 등 장비를 대표팀 후원사의 용품만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안세영의 문제 제기 이후 선수들은 각자에게 맞는 용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안세영은 4년 100억 원 규모의 후원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에 박주봉 감독도 "선수들이 편안하게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선수들의 동기부여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