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하나로텔레콤 지분 매각 작업을 주관하고 있는 골드만삭스는 지난 14일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의 지분 매입 우선협상대상자로 SK텔레콤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SKT도 이날 “통신과 방송 융합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결합서비스를 비롯한 유무선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이 갖고 있던 하나로텔레콤 지분 39%는 SKT로 넘어갈 것이 확실해졌다.
몇 년을 끌어오다 마무리된 하나로텔레콤 M&A와 관련한 세간의 관심은 두 가지다. SKT가 하나로텔레콤을 얼마에 샀느냐와 강력한 경쟁자를 맞게 된 KT와 LG텔레콤의 대응책이 바로 그것.
우선 하나로텔레콤의 매각 가격과 관련해서는 매각 당사자 간에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KT가 일단 우선협상자로 지정은 됐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SKT 측은 인수 가격과 관련해 “제안서에는 가격도 포함돼 있지만 현재로서는 자세하게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끼는 중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이 주당 1만 4000원의 가격을 원하는 반면, SKT는 주당 1만 2000원 남짓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 큰 차이가 아닌 듯 보이만 사실 이 정도까지 이견이 좁혀지기까지는 그간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SKT는 당초 하나로텔레콤 인수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해왔다. 결합상품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김신배 사장이 직접 “하나로텔레콤 인수계획 없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는 최고재무책임자인 하성민 전무가 이를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다 야심차게 선보였던 ‘결합상품’이 별 반응을 얻지 못하자 유선망을 가진 하나로텔레콤 인수로 급선회했다.
하지만 SKT는 당초 “시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격과 우리가 생각하는 가격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1만 원도 고평가된 가격”이라는 입장이었다. SKT가 이처럼 강하게 나왔던 데에는 강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맥쿼리가 인수를 포기해 뚜렷한 경쟁업체가 없는 마당인 만큼 느긋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KT는 하나로텔레콤 인수전 참여를 공식선언한 뒤에도 “몸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가격 문제에 관해 민감한 입장을 보였다. SKT 측은 “가격 때문에 인수가 어렵다면 대신 제휴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며 배수진을 치기까지 했다. 무리를 하면서까지 인수할 의향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이에 대해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에서는 오히려 몸값이 너무 저평가돼 있다며 “헐값에는 팔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병무 하나로텔레콤 사장도 “외국의 경우, 통신업체는 기업 가치를 5~7배 정도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M&A 대상이 될 경우 18~30배에 이르기도 한다”고 전제하고 “기업가치가 4배 수준에 불과한 하나로의 주가는 분명 저평가돼 있다”며 가세했다.
여기에다 맥쿼리의 국내 파트였던 국민연금 측이 “맥쿼리 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재협상 소문이 나돌았다. 이렇게 되자 SKT도 당초 입장을 바꿔 ‘1만 원+α’를 주는 것으로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협상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만약 SKT가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남은 문제는 통신시장의 재편이다.
전문가들은 KT와 KTF를 축으로 하는 ‘KT그룹’과 하나로텔레콤이 SKT가 묶여진 ‘SKT그룹’ 간의 양강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LG파워콤과 LG데이콤, LG텔레콤 등을 거느린 ‘LGT그룹’도 그냥 당하고 있을 리는 만무하다.
우선 통신공룡으로 불리는 KT는 KTF와의 합병으로 덩치를 더욱 키워 SKT를 상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물론 두 회사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KT 쪽은 “KTF와 합병을 추진하려면 별도의 팀이 작업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런 팀은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KTF 역시 “두 회사의 합병설은 오래된 얘기”라며 “특별히 하나로텔레콤이 매각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시간이 문제일 뿐 KT와 KTF의 합병자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KT와 KTF의 합병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고 두 종목의 목표주가를 각각 6만 7000원과 4만 7000원으로 12%, 24% 상향조정했다. 동양종합증권 최남곤 연구원도 “KT와 KTF 합병이 단기간에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결국은 합병 수준을 밟게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SKT와 맞장을 뜰 수준인 KT는 그나마 나은 편. LG그룹 입장에선 이번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LG는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의 유무선 가입자를 모두 합쳐도 930만여 명에 불과하다. 기존 이동전화 사업에 하나로텔레콤 가입자를 합치게 되면 2700만 명에 이르는 SKT와 전화·초고속인터넷·이동전화 등을 포함한 총 가입자 수가 4130만 명에 이르는 KT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인 셈이다.
LG는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 등을 통해 유·무선 통신분야에 골고루 진출했지만 어느 하나 1위를 달리는 기업이 없다. 이에 따라 LG의 통신 계열사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3사간 합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그룹으로선 시장재편에 따라 조직재정비가 시급해지게 됐다”며 “당장 LG그룹 내부적으로 데이콤과 파워콤의 합병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LG그룹 쪽에서는 “시장에서 합병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파워콤과 데이콤의 합병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