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2010년 전후 도이치 매장서 4인 회동 진술…‘이종호 수표 3억’과 김범수 계좌 3억 입금 시점 두 달 차이
[일요신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김범수 전 SBS 아나운서도 함께 봤다고 진술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김 전 아나운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과 직접 만남까지 가졌다는 사실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검)은 징역 11년과 벌금 20억 원 등을 구형한 바 있다. 1심 선고기일은 오는 1월 28일이다.
김범수 전 아나운서는 김건희 특검팀 수사에서 김건희 씨 도이치 주식 차명계좌의 실제 주인으로 밝혀졌다. 김 전 아나운서도 도이치 주가조작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온 배경이었다. 그는 '이종호 전 대표 등과 만남' 여부를 묻는 일요신문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김범수 전 아나운서는 김건희 씨 도이치 주식 차명계좌의 명의자로 밝혀졌다. 사진=TV조선 강적들 갈무리#김건희·권오수 보러 도이치 매장 갔더니…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종호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10일 순직해병 특별검사(이명현 특검)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김건희 씨를 알게 된 경위 등을 진술했다.
이 전 대표는 "김건희 씨는 2009년 10월경 서울 강남 어느 식당에서 지인 소개로 처음 만났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 후 1∼2개월 지나 서울 논현동 소재 도이치모터스 매장에서 권오수 회장을 통해 김건희 씨를 다시 봤다"며 "그때 김범수 아나운서도 같이 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전 아나운서는 2011년 6월∼2014년 6월, 2015년 3월∼2018년 3월 코바나컨텐츠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김 전 아나운서와 도이치 주가조작 세력이 직접 마주했다는 증언은 그간 나오지 않았다. 특히 이 전 대표가 김건희 씨, 권 전 회장, 김 전 아나운서를 함께 봤다고 밝힌 '2009년 말~2010년 초순'은 검찰과 특검팀 등이 도이치 주가조작의 '시작점'으로 특정해온 시기라 주목된다.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해 8월 3일 김 전 아나운서를 대상으로 한 차례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차명계좌 명의자였다. 김건희 씨가 이 통장에 3억 원을 입금하기도 했다.
공교롭게 이 전 대표도 김건희 씨에게 3억 원을 줬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본인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김건희에 전달할 목적으로 권오수 전 도이치 회장에 '수표 3억 원'을 건넸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권 전 회장에 3억 원을 준 때는 2011년 6월이었다. 김건희 씨가 김 전 아나운서 계좌에 3억 원을 넣은 시기는 그로부터 불과 두 달 경과한 같은 해 8월이었다.
2025년 9월 24일 김건희 씨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김건희가 10장, 10억 줄 거야"
이 전 대표는 김건희 씨가 본인과 도이치 주가조작 '공범'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순직해병 특검팀의 '김건희 씨는 본인의 도이치 주가조작 공범인지' 질의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조작 사건 때 공소장에 법리적으로 공범 관계이고 김건희 씨가 이익을 본 건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특검팀은 '그동안 김건희 씨 혐의를 숨겨주다 최근 입장을 바꾼 이유'도 물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 주가조작 재판 당시 권오수가 저한테 '김건희한테 연락이 올 거다. 10장, 10억 원을 줄 거다'라고 했었다"며 "저는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대가는 못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출소한 후 김건희 측 비서한테 연락이 오더니 '수사 어떻게 받았는지' 등을 물었다"고 말했다.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새로운 의혹들은 1심 재판이 끝나고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건희 씨가 "권오수 전 회장에 돈 운용을 맡겼을 뿐 주가조작 여부는 전혀 몰랐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만큼, 특검이든 김건희 씨든 항소는 예정된 수순이란 분석이 크다.
또 '2차 특검법(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1월 1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김건희 씨 수사 자체가 연장됐다. 2차 특검법에는 '김건희와 명태균·전성배(건진법사)·이종호 등 민간인 사이 각종 청탁'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김건희 씨 주변 인물들이 여러 추가 폭로를 더해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일요신문은 김 전 아나운서에 1월 16~20일 '이종호·권오수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과 만남 여부' '도이치 주가조작 인지 여부' 등을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그는 전화 통화는 안 받았고, 문자메시지는 읽고도 답을 주지 않았다.
서울구치소 휠체어가 맺어준 이정필-이종호 윤석열 '봐주기 수사 의혹' 성지건설도 매개
이정필 씨가 2024년 9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주포 이정필 씨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인연도 눈길을 끈다. 둘은 한때 주가조작 '원팀'이었다. 하지만 이제 '앙숙'이다. 이정필 씨가 김건희 특검팀에 "이종호가 '김건희에게 말해 집행유예로 빼주겠다'며 내게 돈을 받아갔다"고 주장, 이 전 대표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다.
이정필 씨는 2025년 7월 10일 김건희 특검팀에 "이종호 전 대표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소개로 처음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 후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으로 이 전 대표와 서울구치소 동료가 되며 가까워졌다고 한다. 이정필 씨는 "구치소에서 코로나에 걸린 이 전 대표 휠체어를 밀어주다 친해졌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 매개는 또 있다. 성지건설이다. 이정필 씨가 일했던 회사다. 이정필 씨는 "성지건설 대표도 이종호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소개해줬다"고 했다.
성지건설은 2020년 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한 곳이다. 세상을 시끄럽게 한 이른바 '옵티머스 사태'가 부실기업이었던 성지건설에 대한 무리한 투자에서 비롯됐는데, 윤 전 대통령이 이끌던 서울중앙지검이 이 부분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성지건설은 대표가 임금체불 등으로 기소되고 경영도 멈춘 상태다.
일요신문은 이정필 씨가 2021년 6월 지인과 나눈 대화 녹취록도 입수했다. 이정필 씨는 "김건희가 내게 '오빠 이거 주식 어떻게 해야 해' 묻곤 했다"며 "제가 걔(김건희) 집에 100번도 더 갔다"고 했다. 그 역시 김건희 씨와 평소 친분을 과시해온 셈이다. 이정필 씨가 이 전 대표에 대해 "김건희 씨와 친한 줄 믿고 금품을 줬다"고 한 증언 신빙성이 남은 쟁점이다. 이 전 대표 변호사법 위반 1심 선고기일은 오는 2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