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니아 딤채와 모델 지진희. 오른쪽은 삼성 하우젠과 모델 이다해. | ||
위니아의 딤채는 1995년 출시 이후 김치냉장고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줄곧 업계 1위를 유지해 와 ‘골리앗을 무너뜨린 다윗’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국내외 몇몇 대학교에서는 모범적인 마케팅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딤채의 성공요인은 ‘김장김치 맛을 그대로 재현해 낸 기술력’이라고 위니아 측은 말한다. 그래서 딤채는 땅 속에 묻어놓은 장독에서 김치를 꺼내는 것처럼 위에서 뚜껑을 열도록 설계했다. 일반 냉장고의 상식을 깬 딤채는 출시 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오늘날 김치냉장고의 보급률이 70%에 이를 만큼 시장이 커진 것도 딤채 덕분이라는 데 업계에서도 이견이 없다.
승승장구하던 딤채의 기세는 2년여 전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삼성과 LG의 거센 반격이 시작된 것. 한때 50%를 넘던 시장점유율이 점점 내려가더니 지난해에는 일부 시장조사에서 3위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다.
딤채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은 또 있다. 그동안 김치냉장고의 ‘대세’였던 뚜껑식이 쇠퇴할 기미가 보인다는 것. 사실 2003년을 정점으로 김치냉장고 시장은 뚜렷한 하향세를 보였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LG가 2001년 처음 선보인 스탠드식은 오히려 판매율이 증가했다. 올해 삼성이 출시한 스탠드식 김치냉장고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뚜껑식을 주력으로 하던 딤채에게는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위니아 측은 “김치 맛을 잘 살리는 데에는 뚜껑식이 최고다. 스탠드식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시장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위니아도 올해 뒤늦게 스탠드식과 뚜껑식을 혼합한 ‘딤채 프로’를 출시했다. 아래는 기존의 뚜껑식과 같은 방법으로 김치를 저장하고 위에는 와인이나 과일 등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LG 디오스는 김치냉장고 업계에서는 ‘튀는’ 편이다. 2001년 처음으로 스탠드식 김치냉장고를 출시한 것부터 그렇다. 그래서 경쟁사로부터 공격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통했다. 매년 1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한 것. 올해도 실적은 괜찮다. LG 측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매출액이 올랐다고 한다.
LG는 김치냉장고를 출시하기 전 ‘시중에 나와 있는 김치냉장고의 불만’에 대해 소비자 조사를 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금의 스탠드식 김치냉장고를 출시했다. 스탠드식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을 덜 차지하면서 용량은 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김치를 꺼내기 위해 몸을 굽혀야 하는 불편함도 덜었다.
그 중에서도 성에를 없애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성에가 끼는 것이 불만이라고 대답한 응답자 수가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접냉각방식(차갑게 냉각된 공기를 저장고에 투입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당시 경쟁사의 제품들은 직접냉각방식(냉장고 내벽 자체를 냉각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LG는 올해 간접냉각방식을 보완해 ‘냉기순환방식’을 적용한 신제품들을 선보였다. 디오스를 한 층 업그레이드 한 것. 냉기순환방식은 김치냉장고 내부 공간에서 냉기를 지속적으로 순환시켜 온도를 유지시켜 준다고 한다. LG 측은 “문을 자주 열고 닫는 스탠드식에 적합한 선진기술이다”며 “기술뿐 아니라 디자인도 다른 제품들을 압도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1999년 ‘다맛’으로 시작한 삼성의 김치냉장고는 지난해 ‘아삭’으로 이어졌다. 유독 국내 가전시장에서 맥을 못 추던 삼성. 김치냉장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말이 ‘빅3’지 딤채와 디오스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그러다가 지난해 한 설문조사기관이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삼성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고, 삼성은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경쟁사들은 조사 방법이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올해 삼성은 신제품도 가장 먼저 출시하며 시장에 불을 붙였다. 삼성이 야심차게 준비한 제품은 업계 최초로 ‘홈바’를 장착한 혼합식 김치냉장고. 문을 자주 열고 닫아야 하는 스탠드식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다. 즉, 김치를 꺼낼 때 문을 여닫을 필요 없이 홈바를 이용해 간편히 꺼낼 수 있게 한 것이다. 삼성 측에 따르면 홈바를 장착하기 전에는 문을 열고 닫을 때 온도변화가 1.2도 정도였지만 홈바를 이용해 김치를 꺼내면 온도변화가 0.3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삼성은 마케팅도 가장 공격적이다. 김치냉장고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고급 도자기 세트를 선물로 줄 예정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