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시절 초기, 숭실대 컴퓨터공학부의 한 교수가 ‘지식in’ 서비스를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네티즌들의 질문에 답변해 줄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했는데 이 역할은 그 교수의 제자인 숭실대 대학원생들이 맡았다. 백과사전을 보며 일일이 대답을 해주던 제자들과 교수는 그 대가로 돈 대신 네이버 주식을 받았다고 한다. 그 주식이 오늘날 대박이 나면서 이들이 수십 억 원을 보유한 자산가가 됐다는 것. 특히 해당 교수는 800억 원가량을 벌어 지금 해외로 나가 살고 있다는 것이 이 스토리의 전말이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소문의 실체를 추적했다.
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6년 말까지 대한민국 인터넷 사용자는 3358만 명이다. 그 중 74.7%가 검색을 할 때 ‘네이버’를 이용한다. 오늘날의 네이버를 있게 한 일등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2002년 10월 나온 ‘지식in’ 검색 서비스다. 엠파스와 야후에 밀리고 있던 검색시장에서 지식in이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단숨에 1위로 올라선 것.
이런 지식in을 개발한 주인공은 바로 숭실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이준호 교수다. 즉, 루머에서 ‘대박을 맞았다는 교수’는 이 교수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 인터넷 언론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교수는 NHN 주식 4.93%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주식평가액은 20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지식in 개발자가 거액을 벌었다는 소문이 거짓은 아니었던 것.
하지만 외국에 나가있다는 소문과는 달리 이 교수는 현재 숭실대학교를 휴직하고 NHN의 CTO(최고기술경영자)로 근무하고 있다. NHN 관계자에 따르면 이 교수는 일체의 외부활동은 하지 않고 기술개발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교수는 NHN 주식을 언제 취득했을까. 시간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엠파스의 검색을 담당하고 있던 이 교수는 엠파스와 결별하고 현 NHN CSO(최고전략책임자)인 이해진 당시 네이버 사장을 만난다. 이 사장은 이 교수에게 10억 원의 연구비와 월 4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며 스카우트를 제의했다. 또한 앞으로 이 교수가 만들 회사의 주식과 네이버의 주식을 50 대 50으로 맞교환 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도 했다.
이를 받아들인 이 교수는 2000년 2월 검색엔진 개발회사인 ‘서치 솔루션’을 만들었다. 서치 솔루션은 2001년 네이버가 인수했다. 당시 이 교수는 이해진 사장이 제안한 대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서치 솔루션 주식 절반을 네이버 주식과 맞바꿀 수 있었다. 그 때 그 주식이 오늘날 이 교수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 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 교수의 제자들도 당시 네이버 주식을 받았을까. 만약 받았다면 증권가에서 나돌았던 ‘대박 스토리’는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교수만큼은 아니더라도 소량의 주식만 보유하고 있더라도 현재 NHN의 주가(11월 28일 종가 26만 6000원)를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 될 수 있기 때문.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우선 2000년에 이 교수가 만든 서치 솔루션의 구성원 중 숭실대 대학원생이 있었는지 수소문해봤다. 당시 NHN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서치 솔루션은 이 교수 제자가 아니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즉, 숭실대 대학원생들이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게 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실제로 이 교수는 서치 솔루션을 창업할 당시에 직접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삼고초려’를 했다고 알려진다. 특히 이 교수가 졸업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인맥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서치 솔루션 멤버들은 대부분 아직까지도 NHN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교수의 제자들이 정식 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로 일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르바이트 비용 대신 주식을 받았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이 교수가 특별히 제자들에게 주식을 챙겨줬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숭실대학교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교수가 몸담았던 컴퓨터공학부 주변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대박 소문’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었다. 지금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한 대학원생은 “주위에 네이버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아마 헛소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증권가에서 나돌았던 ‘대박 스토리’는 이 교수가 막대한 부를 얻었다는 소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근거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이런 소문이 나돌았을까. NHN에서 근무하는 한 연구원은 “회사에서도 이 교수를 보기가 힘들다. 외부에 전혀 노출이 되지 않다 보니 이런 억측이 나도는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즉, NHN이 인터넷 ‘공룡’이라 불리며 연일 기세를 올리자 이를 시샘하는 세력들이 악의적으로 소문을 퍼뜨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