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만에 동계 올림픽이 돌아왔지만 스포츠팬들의 관심은 크지 않은 듯 보인다. 5일 저녁(한국시간) 컬링 믹스더블 경기가 진행됐다. 한국 대표팀이 나선 경기여서 국내에서 이번 대회 첫 생중계가 이뤄졌다. 중계방송의 TV 시청률은 1.8%(닐슨코리아 기준)에 불과했다. TV 시청 기준으로는 비교적 나쁘지 않은 시간대인 저녁 6시에 경기가 열렸고, 한 방송사의 단독 중계인 점을 감안하면 높지 않은 수치다.
올림픽 단독 중계사인 종합편성채널 JTBC는 자체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를 통해 올림픽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고전 중이다. 지난 5일 오후 업로드한 올림픽 관련 숏폼 영상의 최대 조회수(6일 오후 기준 약 10만여 회)가 1시간 뒤 업로드된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 프로그램 관련 게시물 조회수(6일 오후 기준 26만여 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흐름은 유튜브도 다르지 않다. 유튜브 'JTBC 뉴스' 채널은 메인 화면에 '올림픽은 JTBC'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를 내걸었다. 곽윤기, 김아랑(쇼트트랙), 윤성빈(스켈레톤), 이승훈(스피드 스케이팅)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구성된 화려한 해설진을 홍보하고 있으나 관련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영상보다 현장을 방문한 대기업 총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더 큰 관심을 끌 정도다.
해외 상황도 비슷하다. 개최국조차 골머리를 앓는다. 대회 개막을 약 2개월 앞둔 2025년 12월 기준 올림픽 경기 티켓 150만 장 중 약 85만 장이 판매됐다. 60%를 채우지 못한 수치다.

올림픽에 대한 싸늘함의 배경 중 하나로 국내 단독중계가 꼽힌다. JTBC는 앞서 2026~2032년 올림픽 단독 중계권을 따냈다. 3000억 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했다. 지상파 3사가 힘을 합친 '코리아풀' 역시 입찰을 시도했으나 금액에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계권을 홀로 따낸 JTBC는 이후 지상파 3사에 분산 중계를 위한 재판매를 시도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올림픽 경기를 한 방송사가 중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거액을 쏟은 JTBC로서는 수익이 필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JTBC와 지상파 3사 간 협상은 결렬됐다. JTBC는 방송사마다 약 1000억 원의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됐던 지난 대회와 달리 국내 시간 기준 취약 시간대에 주요 경기가 열리기에 지상파 3사가 중계권 구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뒷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지상파 3사는 협상 중 "중계권 입찰(재판매)을 중지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결국 이번 올림픽은 TV에서는 JTBC가 보유한 종편 채널과 복수의 케이블TV 채널을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다.
지상파 TV 뉴스에서도 올림픽 비중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계사 JTBC는 저녁 뉴스를 '올림픽 특집'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지상파 3사는 취재와 보도에 소극적이다. '기자협회보' 보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각각 취재기자 1명, 영상기자 1명만 현지에 파견했다. 4년 전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비교해 대폭 줄어든 인원이다.
일부 중계진을 둘러싼 잡음도 올림픽 시청 열기에 악영향을 준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편파 중계' 논란에 휘말렸던 유명 캐스터가 방송사를 옮겨 이번 동계올림픽 중계를 이어가자 그가 출연하는 콘텐츠마다 악성 댓글이 달리는 등 비판적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경기장 밖 여러 행태가 대중에게 부정적 인식이나 피로감을 줬다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스포츠 에이전시 업계 관계자는 "동계 스포츠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데도 종목, 남녀를 불문하고 유독 사건, 사고가 잦다"면서 "쇼트트랙의 파벌 갈등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것 말고도 내부 갈등과 성추문, 음주 등 다양한 문제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관심이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선전 예상되는 선수는 여럿
이러한 상황을 극복해야 할 주체는 대회에 나선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선전이 예상되는 기대주는 여럿이다. 여러 차례 올림픽을 경험한 베테랑에다 큰 무대에서 첫선을 보이는 신예도 있다.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3개 이상'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전통의 '효자종목' 쇼트트랙은 특히 베테랑과 신예의 조화가 돋보인다. 그간 간판으로 활약해 온 여자팀 심석희와 최민정, 남자팀 황대헌은 이번에도 대표팀의 주요 전력이다.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심석희와 최민정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관계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첫 올림픽을 치르는 신예들에 대한 기대감도 달아오르고 있다. 남자팀의 고교생 스케이터 임종언은 성인 무대 데뷔 시즌임에도 지난 월드 투어에서 호성적을 냈다. 선배 황대헌을 앞지르는 모습도 보였다. 여자팀에서는 김길리에 눈길이 집중된다. 최근 네 시즌간 꾸준히 월드 투어 랭킹 최상위권을 지켜왔다. 2023-2024시즌에는 종합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불모지'로 불리는 설상 종목에서도 선전이 예상된다. 스노보드 레전드 이상호는 개인 통산 두 번째 올림픽 메달 도전에 나선다. 앞서 2018 평창 올림픽의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국내 최초의 설상종목 메달이었다. 그는 이번 올림픽 직전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내 절정의 감각을 뽐내고 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 나서는 최가온도 기대주로 꼽힌다. 최근 세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시상대 최상단에 올랐다. 앞서 올림픽 2연패를 기록한 한국계 미국 대표 클로이 킴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