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수 마스크는 박동원(LG), 최재훈(한화)이 쓴다. 내야수는 김혜성(LA 다저스), 김도영(KIA), 김주원(NC), 문보경, 신민재(LG), 노시환(한화),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으로 꾸린다. 외야수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안현민(KT), 구자욱(삼성), 문현빈(한화), 박해민(LG),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등 6명이다.
KBO리그 소속 선수는 총 23명, MLB 소속 선수는 7명이다. 구단별로는 LG가 6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 5명, KT 4명 순이다. 롯데와 키움은 대표팀 선수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2023 WBC 한국 대표팀에는 한화가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단 한 명의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2026 WBC에 한화 선수가 5명이나 뽑혔다. 그만큼 한화의 팀 성적과 선수들의 활약이 급성장을 이뤘다는 걸 의미한다.
이들 중 대표팀의 투수조를 이끌 류현진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16년 만의 국가대표 합류다. 류현진은 오래전부터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싶어 했다. 그는 2023년 3월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에도 “다음에 열리는 WBC(2026년 3월)에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한화 복귀 후에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류현진은 “WBC가 열리기 전 시즌의 성적이 괜찮고, 국가대표로 뽑힐 만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면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마침내 류현진의 바람은 현실로 이뤄졌고, 2026 WBC 대표팀에 최종 승선했다.
한화의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류현진은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WBC 출전 관련해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WBC C조 1라운드를 통과해야 8강전을 위해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로 향할 수 있는 터라 류현진은 “그냥 한 가지 생각만 하고 있다. 꼭 미국에 가고 싶다”는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이 말에 모든 게 포함된 것 같다. 선수들이랑 좋은 비행기 타고 미국에 가고 싶다. WBC를 경험하는 선수들은 국제무대에서 연일 큰 경기를 치르게 되는데 그런 경험들이 이후 소속팀에 복귀해서 정규시즌을 치를 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믿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을 조심하는 일이다. 다치지 않아야 최선의 모습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전까지 오랫동안 국제무대에서 한국 대표팀의 마운드를 지켰다. 그러나 2013년 LA 다저스 입단 후에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라 출전이 어려웠고, 2017년, 2023년 WBC는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었다. 39세의 류현진에게 이번 WBC는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무대일 것이다. 그래서 류현진은 더 간절한 마음가짐으로 지난 겨울 동안 강도 높은 개인 훈련을 이어가며 WBC를 준비했다.
“WBC는 강팀, 약팀이 따로 없다. 어떤 팀이든 매 경기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무게를 안고 뛴다는 의미다.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은 나라를 대표해서 나간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각 구단에서 날고 긴다는 선수들이 다 모여 함께 훈련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나보다 어린 선수들 중에도 더 많은 걸 가진 후배들이 있어서 먼저 다가가 질문도 많이 했다.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다.”
노시환은 주로 “김도영, 안현민 등 잘 치는 대표팀 동료들과 타격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는 말도 덧붙였다.
”코치님과 대화하는 것과 선수들끼리 직접 얘기하는 건 또 달랐다. 구자욱 선배님과도 많은 조언을 주고받았다.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준비하는지를 듣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됐다.”
노시환은 WBC에 출전하는 마음가짐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WBC는 야구 강국들이 모두 모이는 정말 큰 대회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간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고 책임감도 엄청 클 것이다. 어느 타순이든, 어느 포지션이든, 심지어 경기에 못 나가는 상황이 와도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그냥 이긴다는 생각 하나로 대회에 임하겠다.”

문현빈은 2025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41경기 타율 0.320, 169안타, 12홈런, 80타점, 17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23을 기록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덕분에 지난해 11월 체코, 일본과의 평가전에 이어 지난 1월 대표팀 사이판 1차 캠프에도 참가했다.
호주 캠프에서 만난 문현빈은 WBC에 임하는 각오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WBC는 메이저리그에서 이름을 알린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는 큰 기회다. 그런 선수들의 공을 직접 상대하면서 좋은 경험을 쌓고 싶다. 대표팀이 꼭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다.”
문현빈에게 태극마크가 주는 의미를 물었더니 “자부심도 생기고 자신감도 커진다”면서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하면서 실력도 크게 느는 듯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문현빈은 대표팀의 사이판 캠프에서 김혜성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이판에서 (김)혜성이 형에게 미국 야구와 한국 야구의 차이, 타석에서의 시야나 움직임 등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 한국에 온 외국인 투수들의 공이 워낙 좋아서 그 공을 잘 치기 위한 조언도 구했다.”
2006년생 정우주가 투수조 막내라면 2004년생 문현빈은 야수조 막내다. 문현빈은 지난 11월 일본과의 평가전을 통해 “(아무리 강한 상대라고 해도) 직접 붙어 보니까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느꼈다”면서 “대표팀 선배님들이 워낙 잘해서 본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고영표는 이전의 국제대회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이번 WBC에서 훌훌 털어내고 싶어 한다. 특히 2024년 프리미어12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2이닝 5피안타(2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 6실점의 악몽이 오랫동안 그를 짓눌렀다. 그래서인지 고영표는 이번 WBC 대만전에 마운드에 오르길 바란다.
“만약 나한테 어떤 경기에 던지겠냐고 묻는다면 대만전에 나가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무조건 그 경기를 막으리란 법은 없지만 다시 붙어서 이기고 싶은 팀이 대만이다. 2년 전 프리미어12 대회에서의 경기력이 충격적이었다. 다시 붙는다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만약 다시 붙었는데 또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때는 인정할 것 같다.”
고영표는 지난 국제대회에서의 부진한 성적으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대표팀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잘 할 수 있을 때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WBC에서 첫 번째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체코전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 올리고 일본과 제대로 붙은 다음 대만, 호주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 짜릿한 희열을 느껴보고 싶다. 꼭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오르길 바란다.”
소형준은 WBC 대표팀에서 류현진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는 사실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류현진 선배가 LA 다저스에서 활약하실 때 아침에 일어나 선배의 선발 경기를 챙겨봤다. 그런 선수와 대표팀에서 같은 목표를 안고 뛸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이게 진짜 실제로 일어난 일인가 싶다. 사이판 캠프 때 류현진 선배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는데 답변을 아주 잘해주셨다. 이런 걸 보면 내가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소형준은 지난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표팀 평가전을 통해 일본대표팀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일본 팬들의 열정도 놀라웠지만 일본 투수들, 야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내가 지금까지 무슨 야구를 했지?’라고 생각할 만큼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이번 대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 단골손님인 클로저 박영현은 대표팀에 뽑힐 때마다 자신감을 갖고 임한다고 말한다. 국제 무대에서의 개인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어느 팀, 어떤 선수를 만나도 맞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KT에서 마무리를 맡고 있는 박영현은 자신의 보직이 꼭 마무리 투수여야 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불펜에 라일리 오브라이언 등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날 컨디션에 따라 어느 상황에 나가 던지든 상관없다.”
박영현은 국제대회는 쟁쟁한 선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잡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이번 WBC를 진중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하되 대회동안 즐기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호주 질롱=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