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화는 삶의 의지가 정말 대단한 인물이죠. 서사 안에서도 다른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으로 기능하고, 그렇게 짜인 구조 자체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제가 보는 선화는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캐릭터’와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예요. 물리적으로 힘이 더 센 캐릭터들과 비교했을 때 뛰어놀 수 있는 울타리의 크기는 작을 수 있겠지만, 그 안에서 자기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결단을 내리죠. 그 정도의 인물이기 때문에 멋진 남자가 찾아온 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북한 출신이라는 설정은 캐릭터의 서사만큼이나 배우에게 낯선 영역을 요구했다. 그가 살아온 배경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말투와 발성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 역시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인물의 삶을 드러내는 요소가 돼야 했다. 이를 위해 신세경은 평양 사투리를 녹음해 반복적으로 듣고, 따라 하며 일상의 말버릇처럼 만들려 애썼다고 했다. 익숙하지 않은 영역에 발을 들였다는 부담감과 함께 반드시 해내고 싶다는 욕심에 동시에 따라붙었던 시간이었다.

이렇게 노력으로 완성해 낸 말투와 계획적으로 절제된 분장은 채선화라는 인물의 배경을 이미지로 설명하는 동시에 그가 살아온 삶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다. 배우가 가진 분위기를 먼저 강조하지 않고 상황 속 인물로 다가가도록 만든 채선화의 모든 외적인 장치들은 캐릭터의 현실성을 살리면서 관객들 역시 자연스럽게 그의 서사를 따라가도록 만든다.
“저도 결과를 보고 굉장히 만족했어요. 사실 제가 작품을 할 때마다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카메라 앞에 있으려고 노력하거든요(웃음). 이번엔 제가 외적으로 대단히 준비한 건 없지만 영화 전체적 분위기에 맞게 조명, 분장, 의상 팀이 정말 많이 노력해주셨어요. 의상 피팅도 분장 테스트 때도 가장 잘 어울리고, 선화다우면서 매력적인 지점을 찾을 수 있는 걸 창조해내려 했죠. 한복도 진짜 다양한 색을 다 입어봤어요. 한복을 입는 장면에서는 그 신의 분위기와도, 저와도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찾아야 했는데 그중에서 옥색이 제일 예쁘더라고요(웃음).”

“모든 배우들이 그렇듯 당연히 저 역시 박정민 배우님과 함께하는 작품을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앞선 인터뷰에서 본인의 로맨스 연기에 대해 정말 과하게 겸손해 하시던데(웃음), 저는 실제로 함께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특히 박건이라는 캐릭터가 기존에 박정민 배우님에게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이어서 더 멋있게 느껴졌고요. 배우님 덕에 선화와 박건의 서사를 120% 만족스럽게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화사 씨와의 무대로 박정민 배우님의 로맨스를 향한 호응이 높아진 걸 보고 저는 ‘좋은 기운이 우리 팀에 왔다!’라고 생각했어요(웃음). 이렇게 굉장히 좋은 때에, 박건이라는 굉장히 좋은 캐릭터가 제 주인을 잘 만난 거죠(웃음).”

“사람들이 지금도 저를 ‘세경 씨’라고 불러주는 게 좋아요. ‘신세경!’보다는 ‘세경 씨!’가 더 존중받는 기분이 들거든요(웃음). 예전에 ‘하이킥’을 촬영할 때 김병욱 감독님이 제게 ‘시간이 많이 흐르고 돌아보면 네가 가장 순수했던 모습으로 연기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거야’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그렇더라고요. 저라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많은 시청자 분들께 소개한 작품이라 그 시절이 너무 감사하고, 이 작품은 제게 있어 은인 같이 느껴져요. ‘하이킥’ 이후 잠시 슬럼프를 느끼기도 했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자신을 케어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