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21일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재 추진 중인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의 광역 통합은 상징적 출발점이자 국가의 생존 전략”이라며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린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광역통합의 방향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통합특별시에 △연간 5조 원씩 최대 20조 원 지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 부여 △2027년 추진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우선 고려 △입주 기업 고용보조금·교육훈련지원금 지원 및 토지 임대료·지방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자,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기 시작했다.
먼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통합 논의에서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동안 양측은 명칭과 주 청사 위치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광주는 ‘광주전남통합특별시’로 이름을 정하고, 주 청사도 광주에 둬야 한다고 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상징성이 통합특별시 명칭에 반영돼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광주가 다시 전남 밑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역사회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86년 11월 광주는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전남에서 분리된 바 있다.
반면 전남은 과거 행정구역이 ‘전남 광주시’였다는 점을 들어 전남 명칭이 앞으로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주 청사도 전남 지역에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주 청사가 광주에 있을 때 전남 인구가 광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세웠다.
1월 27일 양측은 ‘전남광주특별시’라는 명칭에 합의했다. 약칭은 광주특별시로 정했다. 한 호남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주전남특별시가 되면 청사 주 소재지는 전남으로, 전남광주특별시로 가면 청사 주 소재지는 광주로 하자. 이런 제안이 있었다. (찬반이) 좀 갈렸다”며 “그때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다. 전남광주특별시로하고 약칭은 광주특별시로 하자. 보건복지부는 복지부로 부르고 과학기술부는 과기부로 부르고 이런 약칭을 쓰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주 청사는 정하지 않았다. 전남 동부권, 서부권인 무안군 전남도청, 광주시청 등 3곳에 기능을 분산하기로 정했다. 통합지자체장이 상주할 주 청사는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특별시장이 정하기로 했다. 주 청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선 통합 후 청사 지정’을 선택한 셈이다.
민주당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지방선거에서 특별시장, 교육감, 특별시의회의원을 뽑는다. 부시장 수는 4명, 부교육감은 3명 등으로 정한다. 4년간 20조 원 규모 지원 패키지 담보, 총리실 산하 ‘지원 위원회’ 등을 규정했다. 국가가 거두던 세금 항목을 특별시로 넘기는 조항도 담겼다.
특별시의회 의원 수는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현재 광주 23명, 전남 61명을 더한 총 84명을 의원 정수로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광주시의회는 의원 정수를 118명(광주 43명·전남 55명·비례 20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통합시 광주 민심이 과소 대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의회는 광주 지역 광역의원 1인당 대표 인구는 약 6만 명으로 전남(약 2만 9000명)의 2.1배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정치 공방으로 번진 대전·충남 통합
대전·충남 통합은 복잡한 상황이다. 광주·전남과 달리 이곳의 지자체장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그동안 대전·충남 통합은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주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의지를 밝히자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1월 7일 민주당이 통합특별시 이름을 가칭 ‘충청특별시’로 정하자 갈등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먼저 대전이 발끈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같은 날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전·충남 민간협의체까지 하고 시도의회 의결을 거쳐 법안을 ‘대전·충남특별시’라고 안을 냈는데 대전은 아예 무시하고 충청시라고 하면 대전 시민이 받아주겠느냐”고 했다.
이후 민주당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발전특별위원회’는 1월 29일 통합 특별시 이름을 ‘충남대전통합특별시’로 정했다고 밝혔다. 약칭은 ‘대전특별시’로 정해졌다. 개발제한구역에 관한 특례 등 국민의힘이 요구해 온 재정과 권한 이양 부분은 일부 축소됐다. 민주당은 2월 12일 행안위에서 법안을 처리하고, 2월 26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충남권에서는 대전특별시 명칭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충남이 대전에 흡수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반발이다. 약칭이 대전특별시인 만큼 주 청사 위치가 대전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과의 합의도 넘어야 할 과제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2월 4일 충남도 주관 대전·충남 행정통합 타운홀미팅에서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민주당의 특별법으로는 통합에 성공할 수 없다”며 “급할수록 순서와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실패한다”고 했다.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도 있다. 이장우 시장은 2월 6일 대전시 주관 대전·충남 행정통합 타운홀미팅에서 “특정인이 대전·충남특별시장을 하기 위해 만드는 법안은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대전·충남통합특별시장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행정통합 제동?
대구·경북(TK) 행정통합 논의도 녹록지 않다. 1월 30일 경북도당위원장을 맡은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과 대구시당위원장을 맡은 이인선 의원은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에도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 지원방안 및 재정지원 확대,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 경북 지역 의원 13명 중 3명은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김형동·박형수·임종득 의원은 경북 북부 지역 소외 가능성을 우려해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북부 지역인 예천군 등은 북부권 발전 보장이 없는 행정통합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경북도는 향후 10년간 총 3조 1639억 원 규모의 ‘2026년 북부권 경제산업 신활력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북부권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부산·울산·경남 행정통합은 ‘메가시티 특별연합’ 해산 이후 잠정 중단 상태다. 김경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1월 20일 “이제 수도권을 제외하면, 5대 메가시티 권역(5극) 중에 ‘부울경’만 남았다”며 행정통합 논의를 시작해달라고 촉구했다.
행정통합 대상이 아닌 강원·제주·전북·세종 등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통합특별시들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보장받았지만, 이미 특별자치시·도로 전환한 지역에 대한 특별법 심사는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행정수도특별법과 ‘3특 특별법’ 등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행정통합에 반기를 들고 있다. 2월 10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하다 보니 충남·대전 등 통합 논의 대상 지역에서 과감한 권한 이양 없는 빈껍데기 통합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지도부가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치자 TK 행정통합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동혁 대표는 2월 11일 대구를 방문해 민심을 듣고 견해를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