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가 된 방송은 시청자 후원금이 일정 금액에 도달하면 성적 행위가 적힌 ‘룰렛’을 돌려 벌칙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룰렛 결과에 따라 B 군은 벌칙을 수행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 장면이 여과 없이 생중계됐다.
경찰은 해당 방송에 후원금을 보낸 시청자들에게 방조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후원자 280명을 입건한 뒤 계좌 중복 사례와 형사 미성년자 등을 제외한 161명을 1월 말 검찰에 송치했다.
이 같은 수사 결과가 알려지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소액을 후원한 것도 처벌 대상이 되느냐”, “미성년자 방송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잇따르며 후원 행위의 처벌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법조계는 해당 방송에 후원한 시청자들의 처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후원 행위가 단순 시청을 넘어 성착취 행위에 대한 방조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형법상 방조는 구체적인 범행 준비나 범행 사실을 알고 실제 행위를 가능·촉진·용이하게 하는 지원 행위를 뜻한다.
이환진 법무법인 한일 변호사는 “해당 방송이 미성년자 성착취라는 명백한 범죄 행위를 전제로 진행됐고, 시청자들의 후원이 성적 행위를 결정하는 룰렛을 작동시키는 구조로 범죄를 지속·확대시키는 실질적인 수단으로 기능했다”며 “이 같은 점을 근거로 수사기관이 후원 행위를 방조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역시 세부 벌칙 내용이 제시된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돈을 후원한 행위가 미성년자 성착취라는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진 점 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똑같이 후원을 했더라도 후원 규모에 따라 처벌 수위는 달라질 전망이다. 경찰 조사 결과 후원 금액은 최소 1000원에서 최대 320만 원에 달했다.
김상민 로엘법무법인 변호사는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혐의를 적용하는 데 있어 후원 액수의 크기 자체가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다”라며 “단돈 1000원이라도 범죄 실행의 동력이 됐다면 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백만 원을 후원한 사람은 1000원을 보낸 사람보다 범행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후원 금액은 범행 가담의 정도나 동기의 불량함을 판단하는 중요한 양형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방송 과정에서 미성년 피해자가 “괜찮다”는 취지로 동의 의사를 밝히거나 BJ가 “모든 법적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고 발언했더라도 시청자의 법적 책임을 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김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 피해자 동의는 법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법원은 미성년자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방조 행위의 고의성 여부에 따라 법적 판단이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조죄가 성립하려면 주범의 범죄행위를 알면서도 이를 돕는다는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후원에 그쳤거나, 문제 장면 이전에 이탈한 경우처럼 객관적으로 문제를 인식할 가능성이 낮았다면 고의성이 부정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청 시간대와 후원 목적, 당시 방송 화면에 어떤 내용이 송출되고 있었는지 등을 일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방송 제목, 연출 수위, 채팅 분위기, BJ의 발언, 반복적인 시청·후원 정황 등을 종합했을 때 일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단순히 ‘몰랐다’는 항변은 배척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대표 사례로 최근 논란이 되는 ‘엔젤팅’이 거론된다. 엔젤팅은 진행자가 여러 여성의 사진과 프로필(나이·키·몸무게, 일부 방송에서는 성적 취향까지)을 화면에 띄운 뒤 제한 시간 동안 시청자들로부터 후원금을 경매 방식으로 모으고, 최고액 후원자에게 연락처나 데이트권을 제공한다. 과거 유사한 형식의 방송이 ‘노예팅’으로 불릴 만큼 여성에게 반강제적인 만남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환진 변호사는 “엔젤팅처럼 금전 경쟁의 결과로 만남까지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여성의 의사가 형식적이거나 강요 요소가 개입된 경우 성매매 알선과 유사한 구조로 평가될 수 있다”며 “후원자 역시 단순 시청자가 아니라 적극 가담자로 전환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후원금을 받고 공공장소나 야외에서 민폐 행위를 벌이는 이른바 ‘막장 BJ’에 대한 후원 역시 상황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환진 변호사는 “BJ에게 ‘○○하면 별풍을 쏘겠다’는 식으로 조건부 후원을 제시한 경우, 단순 방조를 넘어 범죄를 유발한 교사범 또는 경우에 따라 공동정범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채팅 내용과 후원 조건, 그에 따른 범죄 실행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되면 ‘BJ가 알아서 한 일’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온라인 범죄를 금전적으로 뒷받침하는 수요자에 대한 처벌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신종 범죄들이 발생하며 문제가 되는 콘텐츠, 특히 미성년자가 연루된 성착취물의 경우 수요자까지 책임을 묻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앞으로는 단순히 시청이나 후원을 했다고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