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대한통운이 오는 3월 말부터 물동량이 가장 집중되는 화요일을 대상으로 오전(1부)과 오후(2부)로 나누어 작업하는 ‘2회전 배송’ 체계를 도입한다. 이번 조치는 주말 주문량이 월요일에 집중 집하되면서 화요일 물동량이 폭증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동안은 간선차 이동 시간을 고려해 일정 물량을 다음 날로 미루는 ‘잔류’ 방식을 택해왔으나, 앞으로는 허브 터미널에 모인 화물을 남김없이 당일 처리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새 배송 체계가 시행되면 택배 기사들의 작업 동선에 큰 변화가 생긴다. 기사들은 평소처럼 오전 중 1차 물량을 싣고 나가 배송을 하다가, 오후 3~5시 사이 다시 터미널로 복귀해야 한다. 허브 터미널에서 뒤늦게 출발해 오후에 도착한 2차 물량을 추가로 싣고 다시 배송지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당장 노동강도가 늘어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택배 기사는 이번 2회전 배송 방침에 대해 “물량이 적더라도 투입되는 시간은 사실상 배가 된다”며 “예컨대 이미 1동부터 9동까지 배송을 마쳤는데, 오후에 도착한 잔여 물량을 처리하려면 그 아파트 단지들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만 해도 9시에 배송을 마쳤다. 이동 시간과 배송 동선을 고려하면 2회전 배송은 절대 시간을 맞출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른 택배 기사는 “아침 7시에 나와서 상차 작업을 하고 현재도 동료와 함께 배송하며 쉬지 않고 움직여야 겨우 저녁 7~8시에 업무가 끝난다”며 “여기에 2회전 배송이 도입돼 터미널을 다시 왕복하게 되면, 노동강도가 너무 늘어난다. 도로 위에서 버리는 시간과 유류비 부담도 고스란히 기사 개인의 몫”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CJ대한통운이 부동산 비용 절감을 위해 도심 터미널을 경기 외곽으로 잇달아 이전하면서, 배송 현장의 주행 거리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실제로 성동 A·B 터미널이 구리시에서 남양주 진접·오남읍으로 옮겨가며 배송지까지의 거리가 18km에서 최대 39km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담당 기사가 경기 포천까지 이동하거나 강남·송파 지역 기사들이 경기 광주 중대동 및 곤지암까지 가서 물량을 받아오는 등 배송지와 터미널 간의 물리적 거리가 상당하다.
성동B 터미널 소속이라고 밝힌 한 기사는 “오남 터미널에서 옥수동 배송지까지 출차에만 편도 1시간 50분이 걸리는데, 2회전 배송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사측이 거점 마련이나 셔틀 운영을 대안으로 검토 중이라고 들었지만, 그렇게 해도 내가 배송할 물건을 찾아 분류하는 데만 1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배송과 집하 업무를 병행하는 기사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처에서 수거한 물량을 다음날 전국으로 발송하기 위해 다시 먼 거리의 터미널까지 복귀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퇴근을 제외해도 하루에 최소 터미널에서 배송지만 두 번 왕복하게 되는 셈이다.
집하까지 담당한다고 밝힌 현장의 또 다른 기사는 “거래처 퇴근 시간 전에 물량을 회수한 뒤 당일 발송을 하려면 터미널까지 다시 달려야 하는데 1번 왕복하는 데만 2시간이 걸린다. 이미 업무가 끝나면 10시인데 2회전 배송을 어떻게 감당하라는 것이냐”며 “현재도 시속 100~120km로 과속하는 게 일상이다. 터미널이 도심 곳곳에 있어 이동 거리가 짧은 쿠팡과 달리, 현재의 CJ대한통운 환경에서는 사실상 목숨을 걸고 배송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의 이번 ‘2회전 배송’ 시행을 두고 업계에서는 쿠팡의 위기를 틈타 시장 점유율을 복원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실제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주 7일 배송 체제를 본격화하며 매출과 물동량을 크게 늘린 데 이어, 올해도 서비스 확산을 통한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쿠팡 사태 장기화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물동량 성장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배송 역량 강화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굳히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배송 전략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특히 장시간 노동에 따른 휴게시간 부족이 거론된다.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 변호사(노무사)는 과거 졸음운전으로 인한 버스 참사 이후 강화된 ‘연속휴식시간제’를 예로 들며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2~4시간 연속 운전 후 휴식을 강제하는 이유는 운전자의 피로 누적이 대형 사고로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행 거리보다 중요한 것은 업무 중간의 휴식 보장인데, 2회전 배송을 강행할 경우 기사들은 최소한의 휴식조차 불가능한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업무 환경 변화가 과로사 위험을 대폭 높인다고 경고한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과 직업적 운전, 중량물 취급에 따른 육체적 부하 등은 교감신경 항진과 혈압 상승을 유발해 뇌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 요인들”이라며 “2회전 배송은 총 노동시간과 운전 노출을 동시에 늘려 위험 요인의 누적과 상호작용을 강화함으로써 과로사 발생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원영부 통합운송노조 위원장은 “이번 2회전 배송 방침은 이미 2015년 CJ가 시도했다가 수많은 과로사를 낳았던 방식이다. 나 역시 직접 경험해봤지만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한 노동강도”라며 “특히 터미널 이전으로 인해 주행거리가 늘어난 점이 가장 위험하다. 30km가 넘는 거리를 반복 왕복하다 보면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나 과로사가 필연적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화요일은 주중 물량이 가장 집중되는 시기로, 배송 지연 여파가 매주 2~3일간 이어지는 병목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2회전 배송은 화요일 물량을 완전히 해소함으로써 주 후반 업무를 원활하게 하고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사들의 부담 우려에 대해서는 “지원책과 관련해서는 아직 내부 검토 단계로 확정된 사안은 아니며, 기사들에게 정책 취지를 충분히 전달하고 업무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대화와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