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리그는 그간 초유의 흥행을 이어왔다. 2024시즌 사상 최초 1000만 관중을 넘어선 데 이어, 2025시즌에는 12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연일 지속되는 흥행으로 티켓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반면 국가대표팀을 향한 관심은 이전에 비해 덜하다. 지속적으로 주요 대회에서의 성적이 신통치 않은 탓이다. KBO리그 흥행 가도가 2000년대 중반 WBC에서의 선전,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본격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유독 WBC에서의 성적이 좋지 못했다. 2006년 첫 대회 4강, 2009년 준우승으로 야구 열기를 이끌었으나 2013년부터 3개 대회 연속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그사이 아시안게임에서는 4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선수선발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지며 감독이 국회에 불려 다니는 일도 있었다. 이에 최근 대회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이 25세 이하, 프로 4년 차 이하 선수들을 위주로 구성되기도 했다.
WBC에서의 추락 이후에도 호성적을 유지하던 프리미어12에서도 최근(2024년)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13년 만에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도쿄 올림픽에서도 4위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야구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싸늘해져만 갔다.
그간 국제대회마다 고개를 숙여왔던 야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벼른다. 이전부터 2026년을 도약의 시점으로 보고 전력강화를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이번 WBC에서 반등을 발판으로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기세를 이어간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꾸준히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며 '세대교체'를 꾀했다. 이에 더해 직전 대회 최종엔트리에서 1명(토미 에드먼)에 불과했던 한국계 빅리거를 4명으로 늘리며 '야심'을 드러냈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을 지난해 1월부터 선임해 일찌감치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 류 감독은 그간의 기조와 달리 노경은, 류현진 등 1980년대생 베테랑까지 팀에 합류시키며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남다른 각오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대표팀에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연달아 부상자가 나오면서 전력 누수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먼저 '비보'를 알린 쪽은 빅리거 김하성과 송성문이었다. 이들은 각각 손가락 부상과 옆구리 근육 부상으로 대회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당초 송성문은 커리어 최초로 빅리그 진출에 성공, 대회 참가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김하성은 휴식기를 보내던 중 빙판길에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전해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엔트리 발표 이전에는 투수 문동주도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아시안게임 결승전 선발 투수로 나서는 등 국가대표 경험을 쌓아왔던 자원이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부상 악령은 엔트리 확정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미 대회 준비를 위한 대표팀 후보군의 훈련 캠프까지 진행한 이후였다. 선발 에이스 역할을 맡아야 할 원태인, 포수 최재훈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대체 자원으로 유영찬, 김형준이 낙점을 받았다.
기대를 걸었던 한국계 빅리거도 부상으로 빠졌다. 라일리 오브라이언이 소속팀에서 종아리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결국 그는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대체자로는 김택연이 선발됐다. 앞서 류지현 감독은 오브라이언을 마무리 투수로 고려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강속구로 분류되는 구속(약 162km/h)을 자랑하는 자원이다. 대표팀으로선 적지 않은 손실이다.
오브라이언을 포함해 부상으로 낙마한 이들은 모두 이번 WBC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아야 하는 자원이다. 내야수 김하성과 송성문은 주전으로 출전이 유력했다. 문동주와 원태인은 선발 투수 후보였다. 오브라이언은 대표팀의 뒷문을 책임질 적임자였다. 이미 큰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더 이상 부상자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대표팀의 1차 목표는 2라운드 진출이다. 16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게 된 류현진도 "후배들과 함께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속한 C조는 1라운드 일정을 일본에서 치른다. 2라운드부터는 격전지가 미국으로 옮겨진다.
1라운드에서 5팀 중 2위를 해야 2라운드로 향하는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지난 대회 우승국 일본이 무난히 조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표팀은 2위 자리를 놓고 대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많은 야구인과 전문가들 역시 대만을 이번 대회 가장 경계할 대상으로 꼽는다. 류지현 감독은 전력 분석을 위해 직접 대만을 찾았을 정도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대만은 최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 프리미어12에서는 사상 첫 우승도 일궈냈다. 미국과 일본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대거 나선다. 30인의 최종 엔트리 중 일본프로야구(NPB) 소속이 5명, 미국 마이너리그 소속이 9명 포진했다. 이들 중 2명은 대만계 미국인으로 대만 대표팀을 선택했다.
대만 입장에서도 한국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다. 이들은 한국전에 선발로 에이스 린위민을 내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1승 1패로 각축을 벌였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한국이 금메달) 2경기, 2024 프리미어 12에서도 린위민은 한국을 상대로 등판했다. 국제 아마추어 계약으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한 그는 2022시즌부터 마이너리그에서 성장 중이다. 2024시즌부터는 트리플A에서 활약했고 향후 빅리그 승격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자원이다. 이외에도 해외파만 9명이 합류한 투수진은 대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체코와 호주는 현실적으로 대한민국과 대만보다는 전력이 한 수 아래로 여겨진다. 호주는 LG 트윈스 투수 라클란 웰스, KIA 타이거즈 내야수 제리드 데일 등 전·현직 KBO리그 선수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소수 해외파를 제외하면 엔트리 대부분을 자국 ABL 소속 선수들로 채웠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자원이 없는 체코는 유력한 C조 최하위 후보로 꼽힌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