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키움 히어로즈에서 144경기 모두 출전해 타율 0.315 181안타 26홈런 90타점 25도루를 기록했고,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물론 수비상으로 리그 최고의 3루수로 자리매김했지만 현재 샌디에이고에서 송성문의 정해진 자리는 없다. MLB 최고의 야수들이 자리를 잡은 가운데 송성문은 경쟁을 통해 빈틈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송성문의 표정은 밝았다. 충분히 예상했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 샌디에이고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에서 만난 송성문과의 인터뷰를 정리한다.
MLB닷컴은 지난 16일 ‘스프링캠프에서 주목할 타자 15명’이라는 기사를 통해 송성문을 조명했다. 15명은 유망주, 외국 리그 경험자, 부상 복귀 선수 및 자신의 기량을 입증해야 하는 젊은 선수 등 4개 부문으로 나눴다. 송성문은 외국 리그 경험자 부문에 포함됐고, 여기엔 송성문과 무라카미 무네타카(시카고 화이트삭스), 오카모토 카즈마(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3명이 이름을 올렸다.
MLB닷컴은 “송성문이 무라카미나 오카모토처럼 강타자는 아니지만 샌디에이고 캠프에서 흥미로운 이름”이라고 소개했고, “지난해 KBO리그에서 홈런 26개, 도루 25개로 장타력과 빠른 발을 과시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송성문의 주 포지션인 3루 외에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 전반에 걸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번 스프링캠프에서의 활약을 통해 송성문의 역할이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샌디에이고는 리그 최강의 내야진을 구축한 팀들 중 한 팀으로 꼽힌다. 3루수 매니 마차도, 유격수 잰더 보가츠,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 외에 비시즌에 영입한 낙 카스테야노스와 타이 프랑스와의 경쟁 등 송성문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송성문은 자신의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는 그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비시즌 동안 욕심을 부려 훈련하다 부상을 입었다고 말한다.
“의욕을 앞세웠던 것 같다. 사실 전조 증상이 있긴 했는데 지금 내 상황이 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훈련을 강행했다가 상태가 악화된 면이 있다. 처음에는 옆구리가 딱딱하게 뭉친 듯 했는데 나아질 거라고 믿고 타격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 조금 더 휴식을 취했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불편함이 느껴질 때는 하루 이틀 쉬다가 훈련했고, 다시 불편함을 느끼는 일들이 반복되다 부상이 악화됐다.”

“샌디에이고 스프링캠프도 중요했지만 앞서 WBC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터라 대표팀 최종 명단에 꼭 오르고 싶은 기대와 바람을 내려놔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야구 인생에서 꼭 나가고 싶었던 국제대회 중 하나였기 때문에 더 실망감이 컸는지도 모른다. 전조 증상이 있을 때 훈련을 중단했어야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다 시간을 보냈고, 결국 부상이 심해져 모든 훈련을 중단했다.”
그동안 애써 미소로 감춘 송성문의 마음 고생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 일을 통해 얻은 교훈도 있다.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송성문은 1월 30일부터 샌디에이고의 홈구장인 펫코파크 트레이닝 시설에서 재활 훈련을 가졌다고 한다. 이후 2월 7일 애리조나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로 이동했고, 열심히 몸을 잘 만든 덕분에 통증이 거의 사라졌고, 온전한 스윙을 하진 못해도 가벼운 스윙 훈련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한다.
“애리조나에 와서 초반에는 단계별 배팅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알이 배고, 스윙할 때도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계속 코어 운동을 많이 하고 치료를 잘 받아서 그런지 3일 전부터는 좌우 밸런스가 맞는 느낌에 불안함이 많이 사라졌다. 기계 볼만 보고 아직 투수의 공은 쳐보지 않았는데 구단이나 감독님이 내 몸 상태가 완벽해졌을 때 시작하라고 해서 훈련하며 몸 상태 체크 후 진행될 것 같다.”
송성문은 샌디에이고와 계약했을 때 제일 먼저 김하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 팀에서 4년을 뛰었던 김하성이 지금까지도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등 주요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송성문이 샌디에이고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 합류 후 클럽하우스에 적응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마차도, 타티스 주니어 등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잘 챙겨준다. 내가 (김)하성이 형 후배라는 걸 알고 있는 듯 했다. 선수들과 친해지기 어려우면 하성이 형 카드를 꺼내려 했는데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서 고마웠다.”
김하성은 스프링캠프 동안 1루수, 2루수, 3루수 외에 외야 훈련도 소화할 각오가 돼 있다. 그는 “글러브를 다 챙겨왔다”면서 “1루수에 좋은 선수들이 영입된 터라 (자리가 없다면) 외야 수비도 맡게 될 것 같다”고 설명한다.
“키움 신인 때로 돌아간 듯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불안함, 걱정, 설렘 등등 다양한 감정이 교차한다. KBO리그에서 지난 2년 동안은 확실한 내 자리가 있어 키움의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준비하는 게 조금은 수월했는데 지금은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닌 것 같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송성문의 메이저리그 적응을 돕기 위해 그가 멘토로 삼고 있는 허문회 전 코치에게 개인 코디네이터 자격을 부여해 동행시켰다. 송성문은 허 전 코치의 동행이 큰 위안이 된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지난 2년 동안 허문회 코치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더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코치님과 같이 이곳 야구를 보고 대화하면서 적응해 가고 있는 중이다. 아무래도 더 높은 레벨의 투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터라 코치님의 조언이 큰 힘이 된다.”
한편 샌디에이고의 크렉 스탬멘 신임 감독에게 옆구리 부상이 있었던 송성문의 스프링캠프 훈련 상황에 관해 물었다. 스탬멘 감독은 송성문의 몸 상태를 매우 긍정적인 내용으로 풀어냈다.
“송성문은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 필드 위에서 많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고, 타격 훈련도 시작했다. 오늘은 준비 과정 차원에서 타격 훈련을 하루 쉬어가는데 앞으로 며칠 간은 강도 높은 전체 훈련을 진행할 것이고, 그 단계들을 모두 통과하면 시범경기에 투입할 예정이다.”
스탬멘 감독은 송성문의 수비 포지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관련 질문을 건넸더니 감독은 자신의 구상을 이렇게 전했다.
“지금은 2루수와 3루수 훈련을 하고 있다. 선수도 그 자리를 아주 편하게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일단 맡고 있는 포지션에 완벽히 적응하는 걸 지켜본 다음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할 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당분간은 2루와 3루 수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