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지준섭 전 부회장이 임기를 완주하지 못하고 사임하면서 그 빈자리를 박서홍 부회장이 채우게 됐다. 지준섭 전 부회장의 임기는 올해 3월까지였는데 불과 2개월을 남겨두고 사임했다. 공식적으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특별감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만 이면에는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 전 부회장은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다. 2025년 농협은행 정기인사 관련 인사부장 교체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준섭 전 부회장은 비서를 통해 휴대전화를 망치로 파손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돼 증거은닉 교사 혐의가 추가됐다.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박서홍 부회장은 35년간 조직에 몸담은 ‘농협맨’이다. 박서홍 부회장은 △2011년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전남지역본부 유통사업단장 △2016년 농협은행 목포중앙지점장 △2021년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강호동 회장이 임기를 시작한 2024년 3월에는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농협중앙회 측은 “박서홍 부회장이 현장과 중앙을 아우르는 실무 역량과 리더십을 갖추고, 특히 유통구조 혁신과 상생적 노사관계 구축 등 농협의 주요 현안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경험을 갖고 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최근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다. 그가 이끈 농협경제지주는 2024년 83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이듬해에는 831억 원 당기순손실(잠정치)로 2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농협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박서홍 부회장 선임과 관련해 “회장은 비상임직에다 공식적으로 인사 권한이 없다. 회장 당선 후에는 간접적으로 막강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박 부회장이) 개인 비위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강호동 회장 비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부회장에 선임한 것을 두고 불안한 강호동 회장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강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인사권 남용에 대한 지적을 수차례 받아왔다. 회장 선거캠프 출신들을 대거 중용하고 캠프에 참여한 퇴직자를 다시 주요 요직에 앉히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실제로 지난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농협중앙회 주요 임원 인사가 강호동 회장 선거캠프 출신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윤준병 의원이 조사한 결과 전체 상무급 22명 인사 가운데 18명이 강호동 회장 선거캠프 출신이라는 것. 강호동 회장은 전년도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슷한 지적을 받자 “선거 때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분들”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강호동 회장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해외 출장 과정에서 숙박비 상한을 초과해 공금을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강 회장은 5차례 해외 출장 모두에서 하루 숙박비 상한인 250달러(약 36만 원)를 넘겨 총 4000만 원을 초과 지출했으며, 1박 최대 186만 원의 5성급 호텔 스위트룸 숙박 사례도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초과 집행 숙박비 환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겸직 보수 논란도 불거졌다. 강호동 회장은 지난해 농협중앙회에서 기본 실비와 수당 명목으로 3억 9000만 원을 수령했다. 연간 3억 원을 웃도는 연봉을 받고 퇴직금 지급 대상에 포함돼 있는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했다. 결국 강 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농협중앙회는 강호동 회장을 둘러싼 논란이 고조되자 자체적으로 개혁하겠다며 1월 20일 농협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이마저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농협중앙회가 밝힌 외부위원은 총 14명의 위원 가운데 11명이다.
농업인 단체 관계자나 농협 계열사 사외이사가 다수 포진해 있어 독립성이 떨어지고 실효성 있는 개혁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인 오광수 전 민정수석과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 이광범 법무법인 LKB평산 이사회 의장이 농협개혁위원회에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 정부 코드 맞추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농협법 개정안)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지난 2월 12일 국회를 통과한 농협법 개정안은 ‘비상임 조합장’에 대해 상임 조합장과 동일하게 연임을 2회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비상임 조합장으로 사실상 장기집권이 가능했다. 아울러 지역농협의 조합장 선출 방식을 조합원 직선제로 일원화해 조합원의 참정권을 확대했다.

농협개혁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3월 중에는 농협중앙회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