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귀연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이 맞다고 인정했다. 지 판사는 “이 사건 사실관계의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라며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내란죄의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하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양형 참작 사유로 재판부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고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한 사정,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과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던 점 등을 꼽았다. 또한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고,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 왔으며, 현재 65세에 비교적 고령인 점 등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언급됐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1심 선고에 대해 “정해진 결론을 위한 한낱 쇼에 불과했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사실상 항소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단은 선고 후 입장문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최소한의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역사의 법정에서 언젠가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결코 왜곡과 거짓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 역시 “의미 있는 판결이었지만, 사실 인정과 양형 부분에 상당한 아쉬움이 있다”며 항소를 시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어 “윤석열이 무기징역 선고를 받기 위해 서있던 곳은 30년 전 전두환이 사형 선고를 받았던 그 자리 그 법정이다. 전두환의 내란보다 훨씬 더 깊고 넓고 아픈 상처를 준 현직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해 전두환보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라며 “아직 2심과 대법원까지 남아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의원은 “성공한 내란은 처벌 못하고, 실패한 내란은 감형해주면, 도대체 내란은 어떻게 제대로 처벌하자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윤석열은 단 한 번도 반성하지 않았다”며 “오랜 공직생활·상대적 노령이 참작사유라는데, 오랜 공직생활을 한 알 만한 나이의 사람이면 더 무겁게 죄를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장동혁 지도부를 향해 “이제 국민의힘은 뼈를 깎는 성찰과 반성을 통해 ‘탄핵의 강’을 건너 통합과 혁신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윤어게인’ 세력과 즉각 절연하라”고 촉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윤 전 대통령 1심 판결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책임을 통감하며 당원과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국민의힘은 이번 판결의 역사적·정치적 의미를 깊이 성찰하면서 헌정질서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과거 현재 미래의 그 어떠한 세력, 어떠한 행위와도 단호히 선을 긋겠다”고 강조했다.
1심 선고 전부터 ‘친윤계’ 인사들 사이에선 변화가 감지됐다. 윤상현 의원은 선고를 사흘 앞둔 2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은 지금 벼랑 끝에 서있다”며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국민과 역사 앞에 속죄하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향해 “법적 판단은 사법절차에 맡기더라도 국정운영 과정에서 빚어진 혼란과 분열에 대해서는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며 “상처 입은 국민의 마음을 진정성 있게 보듬고 고개 숙이는 용기, 그것이 보수 재건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 의원은 당내 일각의 ‘절윤’ 요구에 대해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고해성사도 없이 절윤하라는 것은 기회주의적 정치”라며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이 잘못됐을 때 여러분은 무엇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항변했다.

케이스탯리서치가 KBS 의뢰로 2월 10~12일 사흘간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가 65%에 달했다. ‘지방선거 인식’은 ‘현 정부의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가 55%로,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34%에 21%포인트(p) 차이로 앞섰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 오세훈 시장이 득표율 20%p 가까운 격차로 대승을 거뒀던 서울시도 민심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양상이다. 케이스탯리서치가 KBS 의뢰로 같은 기간·같은 방식으로 서울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대상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장 선거 당선 가능성’ 질문에 절반이 넘는 58%가 ‘민주당 후보’라고 응답했다. ‘국민의힘 후보’는 그 절반인 29% 수준이었다. ‘지방선거 인식’도 ‘여당 힘 실어줘야 한다’가 52%, ‘야당 힘 실어줘야 한다’는 38%였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세훈 시장 역시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에 “사법부의 엄중한 선고 앞에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 일원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절윤’을 얘기하면 분열이 생긴다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분열이 아니라 곪은 상처 부위를 도려내고 새살을 돋게 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절윤은 피해갈 수 없는 보수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며 “내란죄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가 위법하다는 점도 일관되게 지적해왔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른바 ‘윤어게인’ 세력과 재차 손잡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 내부에서 요구되는 계엄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대해서는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며 “분열은 최악의 무능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이름을 이용하는 세력,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 단호하게 절연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이들”이라고 각을 세웠다.
‘친한계’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선고일자가 갑자기 잡힌 게 아니다. 결과가 전혀 예상 안 됐던 것도 아니다. 장 대표는 미리 입장을 정하고 메시지를 선고 직후 냈어야 한다. 하루나 걸릴 일이 아니었다”며 “오찬 회동 참석 입장 번복도 그렇고 ‘윤어게인’ 눈치만 보고 있다. 리더십이 없다.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를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윤 전 대통령도 구치소에서 입장문을 냈다. 윤 전 대통령은 “구국의 결단이었으나 내 부족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많은 좌절과 고난을 겪게 해드렸다”고 국민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사법부의 독립을 담보할 수 없고, 법과 양심에 의한 판결을 기대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항소심을 통한 법적 다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깊은 회의가 든다”며 사법부에 불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싸움은 끝이 아니다. 뭉치고 일어서야 한다. 희망의 전진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길 기도한다”고 항전을 부추겼다.

정청래 대표도 20일 최고위에서 “내란 청산의 핵심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단죄다. 조희대 사법부를 이대로 둘 수 없다”며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제 도입 등 사법개혁을 확실하게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란범에겐 사면을 제한하는 사면금지법도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법사위는 2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을 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의결했다. 민주당은 3대 ‘사법개혁안’을 2월 임시국회 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대법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법왜곡죄법의 경우 민주당 내에서도 위헌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안다. 민주당 강경파 주도로 사법개혁안을 밀어붙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민심에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며 “그런데 이번에 전 국민이 지귀연 판사의 황당한 양형 참작 사유로 인한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를 봤다. 이번 일을 계기로 중도층에서도 사법개혁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개혁입법이 역풍이 아니라 선거 의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