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 전 대표는 "우선 지난 긴 시간 동안 사건의 본질을 살펴 주시고 판결로 명확히 확인해주신 재판부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2024년 가처분 승소, 2025년 경찰 불송치, 그리고 2026년 1심 판결 승소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긴 터널이었다"고 운을 뗐다. 앞서 민 전 대표는 지난 2월 12일 하이브에 제기한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해 하이브로부터 풋옵션 대금 256억 원 상당을 받게 됐다.
민 전 대표는 이어 "법원은 경영권 찬탈이나 탬퍼링 같은 자극적 프레임이 허상이라는 것을 밝혀주셨고, 제가 제기했던 문제의식이 한 회사 대표로서 마땅히 해야 할 경영 판단이었음을 인정해주셨다"며 "이번 소송 결과는 지난 2년 간의 상처를 씻어주는 위로 같았다.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대중들에게 피로감을 드린 것에 부채의식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기자회견이 풋옵션 대금 256억 원을 '포기'하는 대신, 하이브 측에 이에 상응하는 '제안'을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는 "256억 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일생을 바쳐도 접하기 어려운 금액이고, 이제 막 새로운 시작을 알린 제게도 너무 귀한 자금"이라면서도 "이 거액의 돈보다 훨씬 더 간절히 바라는 가치가 있기에 하이브에 의미있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가장 절실한 이유는 뉴진스 멤버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민 전 대표는 뉴진스 전 멤버 다니엘과 함께 피소된 어도어와의 43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 하이브가 제기한 업무상배임 고발 사건,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쏘스뮤직 및 빌리프랩과의 총 25억 원 대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돌고래유괴단은 어도어와의 1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 후 항소심을 준비 중이다. 전 어도어 직원은 광고주로부터 직접 수억 원의 금액을 불법적으로 받았다며 하이브로부터 배임 혐의로 피소됐고, 뉴진스 팬들로 구성된 단체 '팀 버니즈'도 빌리프랩으로부터 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민 전 대표는 특히 현재 위약벌 소송이 진행 중인 뉴진스 전 멤버 다니엘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민 전 대표는 "이 모든 분쟁이 종료돼야 가족부터 팬덤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한 잡음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행복하게 무대에 있어야 할 (뉴진스) 다섯 멤버가 누군가는 무대 위에, 누군가는 법정에 서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 무대 위 멤버들도, 팬들도 이 상황을 행복하게 바라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이브와 제가 있어야 하는 곳은 법정이 아닌 창작의 무대"라며 "(어도어에서) 제가 가진 창작의 비전을 다 끝내지 못해 아쉽지만, 그렇기에 현 어도어가 '뉴진스가 돌아오면 잘해주겠다'고 말한 약속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 뉴진스 멤버 다섯이 모두 모여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유일한 역할"이라며 분쟁이 길어질수록 고통 받는 것은 아티스트라는 점을 지적했다.

동시에 '어도어'의 과거와 현재에 완전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민 전 대표는 "저는 '전 어도어 대표' 꼬리표를 떼고 오케이 레코즈 대표로서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한다. K-팝 산업을 대표할 새로운 아티스트와 새로운 비지니스에 제 모든 것을 쏟을 것"이라며 "오늘 이후 더 이상 소모적인 기자회견은 없을 것이고 저는 이제 기자회견이나 법정이 아닌 창작 무대에서 찾아뵙겠다. 제가 가장 잘하는 크리에이티브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간 민 전 대표가 정해진 시간까지 넘어서며 보여줬던 '프리스타일' 입담과는 달리 약 5분 동안 준비한 문서를 보고 읽기만 한 뒤 퇴장한 것을 두고 남은 취재진들 사이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보도자료로 배포해도 충분한 내용을 굳이 "직접 입장을 밝히겠다"며 기자들을 불러 모으면서 자신의 이벤트에 기자들을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 직전 민 전 대표의 뉴진스 탬퍼링 관련 또 다른 의혹이 보도됐기 때문에 이날 회견에 관련 질의응답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왔었다. 앞선 세 번째 기자회견을 통해서는 "뉴진스 탬퍼링 의혹의 배후는 뉴진스 멤버 중 한 명의 큰아버지"라는 폭탄 발언까지 나온 상태여서 당시 회견에 불참했던 민 전 대표가 이날은 직접 입장을 밝힐지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이런 가운데 두 의문점 모두에 침묵을 택한 뒤 소송 취하를 요구하고 나선 민 전 대표의 제안에 하이브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