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은 2월 22일 의원총회에서 △형법 개정안(법왜곡죄 도입)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제 도입법)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 등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을 법사위 통과 원안 그대로 처리하기로 결론지었다. 민주당은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법개혁 3법에 대한 처리 수순을 밟을 계획이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전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오늘(24일) 본회의 안건 전건에 필리버스터를 하자는 데 의원들이 특별히 반대가 없어서 한다고 보면 된다”며 “필리버스터 외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민을 상대로 부당함을 알리는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필리버스터에는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등 해당 법안의 소관 상임위 위원들이 투입됐다.
사법부는 25일 전국 법원장들을 비상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열린 임시회의에는 전국 법원장과 사법연수원장 등 총 43명이 참석해 약 5시간 동안 사법개혁 3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통상적으로 법원장 회의는 연 2회 열리지만, 지난해 12월 5일 정기회의 이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다시 열려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과 사법부의 반발에도 민주당은 강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왜곡죄가 위헌이라는 지적에 맞서 상정 직전에 적용 범위와 구성 요건을 조정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통상적인 법안 처리 과정인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및 의결,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절차는 생략됐다.
또 민주당 등 범여권은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도 바로 제출했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토론 개시 24시간이 경과하는 26일 오후 4시 49분에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을 진행했고 법왜곡죄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요신문i'는 민주당의 사법개혁 3법 처리를 두고 사법부와 법조 단체, 시민사회가 제기하는 핵심 우려 사항을 짚어봤다. 가장 큰 우려는 사법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법부는 법왜곡죄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법원장회의 이후 법원장들은 법왜곡죄에 대해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고소·고발이 남발되고, 결국 법관의 소신 판결을 위축시킬 심대한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소원제에 대해서도 재판 확정 지연에 따른 국민 피해 가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 14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나는 ‘대법관 증원안’을 두고는 대법원의 핵심인 ‘전원합의체’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26명의 대법관이 모여 단일한 법령 해석을 내놓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다.
일부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와 법조 단체는 법안 자체보다 완결성 면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는 2월 23일 성명을 내고 개혁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한계를 짚었다. 민변은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후보추천제도의 개선 없이 단순히 수만 늘리는 것은 인적 다양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재판소원제 역시 헌법재판소의 과부하를 막을 정교한 설계와 숙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법조 단체는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법왜곡죄를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한 법관을 형사처벌하겠다는 현대판 사약”이라며 사법권 독립 침해로 규정했다. 재판소원제 또한 대법원 위에 헌재를 두는 ‘옥상옥’ 구조를 만들어 3심제를 파괴할 것이라며 결사 항전을 선언했다.
국민들은 이번 사법개혁안에 대해 팽팽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월 넷째주 실시한 전국 정치현안 조사에서 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3법 국회 통과는 찬성 43.0%, 반대 40.0%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민주당에서는 과대 의석수로 사법개혁을 강행한다는 주장에 대해 “충분히 숙의를 거친 뒤 입법처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지호 민주당 대변인은 일요신문i와 통화에서 “대법원에서 재판 소원과 대법관 증원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어떤 피해를 입는지 말하지 않고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며 “대법원 측에서 이러한 피해를 밝혀주셔야 이를 두고 다시 논의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법왜곡죄에 대해선 “법왜곡죄의 경우 민주당에서 2022년부터 꾸준하게 논의를 한 법안”이라며 “사법개혁 3법은 이미 충분히 논의와 숙의를 거친 후 나온 법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도 ‘위헌성이 없어 보인다’고 답을 해왔는데 위헌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정치적인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는 2월 23~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통신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를 활용한 ARS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5.6%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