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의 텐프로 룸살a롱. 업소 수는 황금기로 불리던 2000년도 초반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이곳 대마담들의 연봉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알려졌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연봉 10억 원. 10대 대기업에 재직 중인 고위급 임원 연봉이 아니다. 강남 유명 텐프로 13명을 관리하는 ‘대마담’ 한 명이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이다. 2012년 국내 상위 100대 기업 임원의 평균 연봉이 약 15억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과연 사실일까.’
최근 강남에 위치한 한 ‘기업형’ 풀살롱이 경찰에 적발되면서 화류사업이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9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풀살롱으로 운영되는 등 유흥사업이 점차 기업화돼 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해당 업계에 오가는 돈만 수십조 원에 달한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불경기에도 화류계는 호황이다’란 말이 통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대마담의 연봉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간 관리자’ 격인 대마담 없이는 기업형 풀살롱을 비롯해 고급 텐프로 사업들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게 그 이유다. 텐프로 아가씨가 ‘꽃’이라면 대마담은 ‘정원사’라는 것.
<일요신문>이 현직 유명 대마담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리얼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강남에서 운영 중인 텐프로 업소는 10여 곳으로 알려졌다. 텐프로의 황금기로 불리던 2000년도 초반에 비해 절반 가까이 업소 수가 감소했지만 대마담들의 연봉 수치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역사가 깊을수록 영업 노하우는 다양해지는 법. 고위층 손님을 상대로 한 접대 방법이 체계화돼 있지 않던 과거엔 억대의 외상값을 뜯기거나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쇠고랑을 차는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과거 전성기를 구가했던 대마담들이 최근 은퇴하고 20~30대 후반의 젊은 대마담들이 대거 수혈되면서부터다.
현직 대마담들은 무작정 ‘손님은 왕이다’ 식으로 영업을 하던 선배들과는 달리 직업별로 고객을 분리해 맞춤형 영업을 하며 텐프로의 부흥을 노리고 있다.
그렇다면 대마담들과 가장 유착된 손님은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있을까. 대마담들이 가장 선호하는 손님은 건설업자라고 한다. 이유는 역시 돈.
대마담 김 아무개 씨(34)는 “건설업자들의 돈 씀씀이는 따라올 수 없다. 한번 와서 5000만 원은 기본으로 쓰고 가는 VIP 손님들이다. 다른 사업가들은 보통 외상을 많이 걸어놓는데 건설업자들은 당일 현금 박치기를 하는 화끈한 면모를 보여 대마담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객”이라면서 “대다수 대마담들은 아무리 유명한 정치인이 와도 건설업자 옆에 붙어서 시중을 든다”고 말했다.
건설업자 1명만 단골로 만들어도 안정적인 매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건설업자 맞춤형 영업 전략도 등장했다. 이른바 ‘아가씨 장사’가 그것.
2차 성매매가 없는 텐프로지만 ‘통 큰’ 건설업자가 오면 사정은 달라진다고 한다. 대마담들이 술에 취한 아가씨를 건설업자 고객의 차에 ‘은밀히’ 태워 주는 식으로 ‘2차 서비스’를 해준다는 것.
대마담 김 씨는 “이런 서비스는 건설업자와 같은 VIP 손님에게만 제공된다. 이 바닥에선 ‘아가씨 장사’, ‘아가씨를 실어 보낸다’라고 표현하는데 나중에 아가씨들에게 서운한 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대마담 입장에선 고객 만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즘은 ‘묶어주기’가 뜬다고 한다. ‘에이스’(1급) 텐프로를 다른 룸에 보내지 않고 오직 VIP 손님 곁을 지키게 하는 서비스의 일종이다. 가능하다면 ‘에이스’를 여러 룸에 투입시켜야 대마담 수중에 많은 돈이 떨어질 수 있지만 VIP 고객의 요청이 들어오면 ‘단돈’ 150만~200만 원에도 VIP 곁에 ‘묶어둔다’는 것.
대마담들이 두 번째로 선호하는 손님은 조폭 출신의 사업가다.
대마담 정 아무개 씨(38)는 “조폭 출신들은 이 바닥 생리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뒤끝이 없다. 게다가 대부분 사업으로 졸부가 된 경우가 많아 돈도 팍팍 쓴다”며 “무엇보다 유명 인사들과의 인맥이 많은 것도 조폭 출신들의 강점이다. 정치인, 재계 인사, 학자 등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손님들을 새로 물어다 주기 때문에 대마담들이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마담들이 기피하는 직업군들도 있다. 가장 악명 높은 직업군으로는 ‘검사’가 꼽혔다.
대마담들 다수는 “매일 강력 범죄들을 조사해서 그런지 그 바닥의 비열한 수법은 다 배워서 따라하는 것 같다. 업무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아가씨를 상대로 푸는 변태들도 많고, 외상을 하고도 갚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 가장 기피하는 직업군”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특히 검사가 와서 외상을 했을 때 솔직히 ‘갚으라’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냥 액땜했다치고 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인들은 검사처럼 악랄하게 구는 일은 별로 없는 대신 허세가 심하고 지갑이 얇아서 ‘속빈 강정’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정치인이 오면 그 옆에 붙어있는 조폭 출신 사업가들에게 더 신경을 쓰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
연예인도 기피대상 손님 상위권에 올랐다. 반반한 외모로 아가씨들을 홀려놓고 돈을 떼어먹는 일이 다반사라는 게 그 이유다.
대마담 안 아무개 씨(40)는 “연예인 손님들은 ‘소속사에 말해 아가씨들을 데뷔시켜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사람을 홀려놓는 일이 많다. 설마하면서도 다들 귀가 솔깃해져 비위를 맞추다가 억대 사기를 당하는 아가씨들도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최근 전직 유명 아이돌 스타에게 사기를 당한 사람들 중에 텐프로 아가씨도 포함돼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이처럼 고급 손님들의 비위를 맞춰야하는 텐프로 대마담이지만 그래도 그들 나름의 자부심은 있다.
대마담 이 아무개 씨(30)는 “근래 화제가 된 ‘기업형’ 풀살롱 마담들과 비교해보면 답이 나온다. 괜히 ‘대’마담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그만큼 모시는 손님의 퀄리티가 다르다. 논개, 황진이가 현대에도 있었으면 텐프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텐프로 출신 대마담이 풀살롱 마담이 될 순 있어도 풀살롱 출신이 텐프로 대마담이 되는 일은 불가능하다”며 화류계에도 엄연히 계층구조가 형성돼 있고 수직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풀살롱 마담들와 텐프로 대마담 사이에 분명한 차이점은 있었다.
풀살롱 마담의 경우 일반인 직장인 남성들을 주고객으로 하다 보니 텐프로 대마담이 월 억대 수입을 벌어들일 때 1500만 원 정도를 간신히 수금하는 형편이었다. VIP 손님에게 양말, 펜과 같은 소소한 선물을 하며 친목을 다지는 호객행위도 텐프로의 세계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풀살롱 마담 김 아무개 씨(28)는 “호객 문자 1만 건을 날리면 2~3명 일반인 직장 남성 손님이 걸려드는데 이들이 쓰는 돈이 많아봤자 1인당 40만~50만 원선이다. 단골들 수준이 이러니 텐프로 대마담이 우리들 사이에선 ‘신의 직장’이라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30억 연봉 받다 30억 빚 쫓겨…
유명 대마담 소 아무개 씨(50)는 최근 자신의 룸살롱을 접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돌아갔다. 그는 2년 전 왼팔 동맥을 끊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텐프로가 국내 처음 도입됐을 때부터 2000년대 초·중반 전성기를 맞이할 때까지 화류계를 풍미했던 인물로 업계에선 살아있는 ‘텐프로 역사’로 통한다.
소 씨는 2000년도 초반 유명 정치인의 남동생에게 텐프로 아가씨를 공급했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히면서 이른바 ‘이 바닥’에서 크게 유명해졌다. 소 씨는 단골이었던 그 남자에게 자기가 데리고 있던 아가씨들 몇 명을 공급만 했다가 얼떨결에 함께 히로뽕을 투약하게 됐다고 한다. 예상대로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소 씨. 하지만 거물급 남자가 집행유예를 받자 소 씨 역시 항소심에서 간신히 집행유예를 재선고 받았다고 한다. 이때 소 씨는 지인에게 “높으신 분과 연루돼 운 좋게 형을 면했다”며 허탈한 소회를 전했다고 한다.
소 씨는 2년 전 강남 R 호텔 근처에 새로이 룸살롱을 개업해 재기를 노려봤지만 매출은 여전히 신통치 않았다. 아이를 낳고 우울증에 시달린 지난 7년의 세월이 거물급 대마담 특유의 면모를 잃게 만들었다.
비운의 대마담은 또 있다. 최초로 연봉 30억 원을 찍었다던 전설의 대마담 진 아무개 씨(38)가 2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진 씨는 서울 소재 명문대를 졸업한 후 텐프로 업소에서 일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새끼마담’으로 등극해 당시 업계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명문대 출신이라는 특유의 아우라와 지적인 입담으로 이른바 알짜배기 고급 손님들에게 환심을 샀다던 진 씨. 1년 이라는 짧은 기간 내 ‘에이스’ 자리를 차지하는 건 진 씨에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평소 경영에 관심이 있었던 진 씨는 주변에서 ‘억대의 스폰을 해주겠다’는 제의들을 물리치고 20대 중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유명 인사 리스트를 관리하는 대마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리스트 고객만 1000여 명, 대부분 벤처 사업가였다. 진 씨의 고객이 월마다 가게에 쓰고 간 돈이 10억 원대에 육박했고 이 중 4억 원이 진 씨의 몫으로 돌아왔다.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1인 기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IMF가 터지며 사정은 달라졌다. 월 1억 원씩 돈을 물 쓰듯 쓰던 벤처사업가들이 대거 몰락하면서 30억 원 이상의 외상값을 수금하기 어려워졌던 것. 결국 5년간 사채업자에 쫓기게 된 진 씨는 얼마 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