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천 사장 | ||
이런 와중에 LG 구 씨 일가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친형이자 당선의 일등공신인 이상득 의원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의 큰사위가 ‘범LG가’ 3세인 구본천 LG벤처투자 사장(43)으로, 구인회 창업주의 4남인 구자두 LG벤처투자 회장의 장남이었던 것. 이 당선자와 구 사장은 처삼촌-조카사위 관계가 된다. 이러한 배경과 맞물려 재계에선 ‘이명박 정권’과 범LG가의 접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구본천 사장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구 사장이 기존의 LG벤처투자 이외에도 광고회사 설립, 반도체 칩 제조회사 운영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구 사장이 벤처캐피탈, 미디어, 반도체 등의 기업을 묶어 또 하나의 그룹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구본천 사장의 움직임은 본업인 투자 분야 이외에 미디어, 반도체 등에서 더욱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구 사장이 자신의 육촌이며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구본호 씨처럼 단순히 투자 수준을 넘어서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움직임이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곳은 광고업계다. 지난 11월까지만 해도 소문으로만 나돌았던 구 사장의 광고대행사 설립소식은 취재결과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월 중순에는 LG벤처투자가 입주해 있는 빌딩에 구 사장이 만드는 광고회사도 입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G벤처투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항은 얘기할 수 없지만 광고대행사를 만드는 것은 사실이고 1월 중에 대행사 인력들이 사무실로 들어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실체가 드러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관심 밖의 일이라는 반응이지만 구 사장이 LG그룹 오너 일가라는 점에 적잖이 신경 쓰이는 눈치다. 광고시장의 큰손 중 하나인 LG그룹의 발주 물량이 ‘오너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상당부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 사장의 광고대행사 설립 소식은 LG그룹에서 계열분리 된 LG애드와의 관계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 2002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되며 영국계 광고회사에 넘어간 LG애드는 그 동안 LG그룹을 비롯한 11개 계열사의 광고를 상당부분 도맡아 진행해왔다. 그러나 LG애드는 2008년부터 ‘LG’라는 이름(CI)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연초 사명이 바뀌게 된다. 또한 올해 말로 해서 LG그룹이나 계열사와의 계약이 상당부분 만료된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구본천 사장의 움직임은 눈에 띈다. 구 사장은 지난해 1월 반도체 칩 제조회사인 ‘LB세미콘’을 인수, 직접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단순한 펀딩(투자)뿐 아니라 회사 경영에 관심이 적지 않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사장으로 있는 LG벤처투자를 통해 각종 소트프웨어 및 통신업체 등 첨단분야의 업체에 적극적으로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구본천 사장은 지난 2003년 회사 창립 7주년을 맞아 “오는 2007년까지 한국의 대표적 벤처기업을 20개 이상 발굴·육성한다”는 청사진을 대내외에 밝혔다. 실제로 이후 구 사장은 넥슨 안철수연구소 등 국내 굴지의 벤처기업에 투자를 한 것은 물론이고 반도체 관련 우량 기업이나 미디어 관련 기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투자활동을 펼쳐왔다.
이 같은 구 사장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이명박 대통령당선자가 그의 처삼촌이라는 인척관계와 맞물려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그가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보다 큰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눈길을 끈다.
기업 M&A 분야의 한 전문가는 “재계에서는 구 사장이 미디어, 반도체, 투자운용 회사 등을 묶어서 하나의 그룹을 만든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며 “내년 구 사장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G벤처투자 고위 관계자는 “일단 이명박 당선자와 연관이 있어 무엇을 한다는 것은 섣부른 해석”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LB세미콘의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한다는 ‘팩트’는 맞지만 이를 엮어서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현재 구본천 사장은 해외출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사장이 취임하며 목표달성 첫 기한으로 잡았던 2007년도 저물어간다. 과연 새로운 출발점이 될 2008년을 구본천 사장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을까. 내년 재계의 뉴스메이커 중 한자리를 그가 꿰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박혁진 프리랜서 phj0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