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을 통해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와 연대책임을 제한하려는 취지다. 그동안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면 그 과정에서 사측이 불필요하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노조의 쟁의 활동을 위축시켜 왔다. 파업 이후 노동자 개인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이 집중되는 문제를 완화하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법이다. 특히 원청(기업)이 실질적으로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면서도 교섭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려는 목적이 있다. 노란봉투법 적용 전 기업은 직접 고용관계인 노동자에 한해 교섭을 진행했다. 실질적인 지휘 관계에 있는 하청 노동자는 교섭 대상에서 제외해 왔던 것이다.”
-현재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노란봉투법 도입으로 이런 관계에 놓였던 하청 업체 노동자들이 원청을 대상으로 교섭에 나서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업계는 찬반이 매우 극명하게 갈린 상황이다. 노동계는 노동권 보장의 진전으로 평가하는 반면, 경제계는 사용자 범위 확대가 산업 현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조선·건설·자동차 부품 산업처럼 원청·하청 구조가 강한 산업에서 분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산업계 전반에서는 원청 기업이 하청과 직접 계약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AI(인공지능)나 피지컬 AI(인공지능) 등장이 산업현장에 도입이 가능한 수준까지 오른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청이 직접 제조에 나서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하청의 최종 생산물에 원청이 상표만 붙이는 것이다. 하청 기업 입장에서는 연속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어 노동자의 고용이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1987년 노동자 총파업으로 노동자의 권익이 상승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다만 원청·하청 구조를 만들어져 원청 소속 노동자는 노동권을 보장받는 반면 하청 소속 노동자는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 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노란봉투법이 노동자의 노동권을 확대했지만 원청 기업이 새롭게 하청 관계를 정리하면 하청 업체 노동자 설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
-사측과 노동자 측의 대응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기업들은 원청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과 교섭 대상 확대에 대비해 노무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 요구 등 교섭 전략 변화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다. 결국 법 시행 이후에는 기존보다 원청 책임을 둘러싼 노사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노사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나.
“앞으로는 개별 사업장 중심 노사관계에서 원청·하청이 연결된 다층적 노사관계 구조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원청이 교섭해야할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노란봉투법 도입 초기에는 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 증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원청 책임과 노동권 보호 사이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착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노란봉투법 개정으로 원청이 하청에 대한 거래를 유지하는데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 하청에 대한 지배력이 인정돼 하청 노동자가 교섭대상이 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교섭대상 적용 범위 이견이 미칠 영향은.
“가령 하청의 수익 대부분이 원청과의 거래에서 나온다면 원청은 하청의 노동자와도 교섭을 해야 할 수 있다. 원청이 하청에 지배력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섭을 회피하는 것이 비용적인 측면에서 이익이라면 기존 하청의 거래를 끊고 원청의 비중이 미미한 다른 여러 하청을 선정해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른바 ‘쪼개기 하청’으로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하청업체는 흑자 도산을 할 수 있고, 여기에 소속된 노동자는 고용 안정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완전히 동일한 법은 없지만, 간접고용 노동자 보호와 공동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는 제도는 해외에도 존재한다. 미국은 법률에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행정 해석이나 판례로 제도화했다. 전국노동관계법(National Labor Relations Act, 1935)으로 사용자(Employer)를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의 범위를 정할 때 적용하는 게 공동 사용자(Joint Employer) 법리다. 공동 사용자로 인정되면, 노조는 하청뿐만 아니라 원청도 교섭 상대로 삼을 수 있고, 양측 모두에 교섭 의무가 발생한다. 현재 건설 하도급, 물류·유통, 프랜차이즈 업계에 적용되고 있다. 일본은 사용자의 범위가 판례를 통해 사용자의 교섭 대상이 확립됐다. 일본은 노동조합법 제7조를 통해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일본 대법원은 1995년 ‘아사히방송 사건’을 통해 사용자에는 직접 고용주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도 포함된다고 못을 박았다.”
-해외의 노란봉투법의 장단점은?
“장점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과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다. 반면 사용자 범위가 넓어질 경우 법적 분쟁이 증가하거나 기업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핵심은 노동권 보호와 기업 경영 안정 사이의 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노란봉투법이 보완해야 할 부문은 무엇이 있나.
“무엇보다 노사 모두 법적 충돌보다는 협의 구조를 만드는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 개념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기준이 불명확하면 현장에서 불필요한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노동위원회 등 분쟁 해결 절차를 정비해 노사 갈등을 신속히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아사히방송사건
1990년대 아사히방송(ABC)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원청인 아사히방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방송사가 “직접 고용 관계가 없다”며 이를 거부하면서 발생했다. 일본 법원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명시적인 고용 계약이 없더라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실질적 지배력설’을 인정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