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 만에 대표팀으로 돌아온 류현진이었다. 지난 수년간 국가대표팀에 대한 의지를 여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대거 자취를 감춘 또래 선수들과도 함께 참가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대표팀은 그간 '세대교체'를 내세우며 어린 선수 위주의 팀을 꾸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류지현 감독은 류현진을 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 이전까지 류현진의 대표팀 합류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대회 류현진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대만, 마이애미에서 도미니카를 상대로 총 2경기에 등판했다. 대만전에서는 3이닝 1실점으로 역할을 다했으나 도미니카를 상대로는 1.2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이는 류현진의 대표팀 커리어 마지막 경기가 될 전망이다.
괴물 신인으로 이름을 떨쳤던 류현진은 루키 시즌부터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첫 대회는 KBO리그 시즌 이후 열렸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이었다. 당시 신인임에도 30경기,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그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전에 선발로 등판해 역전을 허용하고 강판됐다. 이 대회는 대표팀이 최종 동메달에 머무르며 '도하 참사'로 불렸다. 류현진은 동메달 결정전에 나서 호투로 부진을 만회했으나 웃을 수는 없었다.

2009 WBC에서도 좋은 흐름은 이어졌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경기에 출전(2경기 선발),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대표팀도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WBC는 야구 대표팀의 황금기였다. 투수진에 김광현, 봉중근, 정현욱, 윤석민 등이 있었고 타선에 김태균, 김현수, 이대호, 정근우 등이 활약했다. 이후 이들을 주축으로한 대표팀은 프리미어12에서도 호성적(2015년 우승, 2019년 준우승)을 거뒀다.
2010년에는 아시안게임이 이어졌다.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기세를 이어간 대표팀은 금메달을 따냈고 류현진 역시 이전 대회와 같이 2경기에 선발로 나서 팀의 성공에 힘을 보탰다.

2017 WBC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어깨 수술 이후 2016시즌 도중 복귀했으나 팔꿈치에 이상이 생겼다. 결국 WBC 참가는 다시 무산됐다.
2023년 대회 역시 부상이 문제였다. 김하성과 토미 에드먼 등 빅리거가 나섰으나 류현진은 2022시즌 감행한 팔꿈치 수술로 재활 중이었다. 다만 대회 이후 "기회가 된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국가를 대표해서 경기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결국 류현진은 그 약속을 지켰다.
이번 대회는 류현진이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이후 2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막내였던 그는 대회 엔트리 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가 됐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여전히 팀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자원이었다.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두 경기인 대만전과 도미니카전에 선발로 출격했다.
류현진의 대표팀 은퇴로 금메달을 따냈던 베이징 올림픽 멤버가 대표팀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당시 대표팀 주축을 이룬 선수들은 대거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2년생 중 가장 마지막까지 현역에서 활약하던 오승환도 지난 2025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장기간 대표팀에서 활약한 강민호, 김광현, 김현수 등은 KBO리그에서 활발히 뛰고 있으나 대표팀과는 작별을 고한 바 있다. 16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류현진은 한 대회를 치르고 마침표를 찍었다.
결과적으로 일회성 대표팀 복귀가 됐으나 류현진의 대표팀 합류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기간 WBC에서 실패를 거듭하던 대표팀은 17년 만의 1라운드 통과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자신이 참가한 WBC에서 1라운드 탈락 경험이 없는 커리어를 남기게 됐다. 세대교체 기조를 이어오던 대표팀이 다시 한 번 '베테랑의 가치'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표팀은 떠나지만 류현진의 야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소속팀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을 이어간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고 이번 시즌에는 커리어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예정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류현진이지만 소속팀에서는 우승 경험이 아직 없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