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천 싸움은 정치적 구도가 편향돼 있는 곳에서 더욱 격렬하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국민의힘 영남이 이런 지역에 해당하는데 이런 곳에서 공천 잡음이 일어날 경우 ‘무소속의 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성남시장 후보자로 김병욱 전 의원을 단수공천했다. 김 전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지원 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 출신이다. 이곳에 도전장을 냈던 김지호 전 민주당 대변인은 결과 발표 후 재심을 신청했다. 김 전 대변인도 친명계로 분류된다.

‘진보의 심장’으로 평가받는 호남에서도 잡음이 불거졌다. 몇몇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후보자에 대한 부실심사 의혹, 공천 관련 이중잣대 논란 등까지 나오면서 지역 정가는 어수선한 모습이다. 이 와중에 전남 강진군과 함평군 등에서 재심 신청이 이뤄졌다.
유행열 청주시장 예비후보는 민주당 후보자격 재심을 신청했지만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천안시장 후보 공천에선 예비후보 8인간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후보들에 대한 경선 참여 적격성 재심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주호영 의원은 3월 26일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결정을 바로잡아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가처분 신청 이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며 당을 압박했다.
주 의원과 함께 컷오프 당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재심청구를 비롯해 ‘컷오프 번복’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3월 27일 대구CBS라디오 ‘류연정의 마이크온’에 출연해 “김부겸과 맞설 유일한 후보는 이진숙”이라면서 “지금 김부겸 전 총리와 가상대결을 벌였을 때 오차범위 안에서 초접전 양상을 벌이는 것은 이진숙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통상 지방선거에서 ‘대패’를 할 때도 보수정당은 대구와 경북을 지켜왔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대구마저 민주당에 내주게 된다면 그 패배를 뭐라 규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 구도와 흐름이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구마저 내줄 수 있다’라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면서 “혁신 공천으로 시작된 공천 파열음이 혁신적인 패배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당이 공천을 밀어붙이고, 주호영 의원이 무소속 출마라도 한다면,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것”이라면서 “총선 등에서 일어났던 ‘무소속의 난’과는 결이 다른 후폭풍이 불어 닥칠 것”이라고 했다.

충북발 공천 파열음은 조길형 전 충주시장의 예비후보 사퇴 및 탈당, 윤희근 전 경찰청장 예비후보 사퇴로 이어졌다. 후보자 재공모 기간엔 낙점 의혹에 휩싸였던 김수민 전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다. 충북 정치권 안팎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론이 팽배하다.
국민의힘은 인구 50만 명이 넘는 기초자치단체에 대해 중앙당이 공천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놓고도 불만이 분출한다. 공관위의 컷오프 기준이 모호하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해당하는 후보자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자 이런 기류는 더욱 증폭됐다.
청주에선 이범석 청주시장이 컷오프됐다. 3월 26일 국민의힘 공관위는 이 시장을 제외한 3인 경선을 실시하기로 발표했다. 이 시장은 3월 27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공관위가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줄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한다”면서 “재심 청구를 한 뒤 재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지지자들과 상의해서 무소속 출마 등 과감하고 냉철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했다.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서 컷오프된 뒤 법원 가처분 신청과 재심 신청을 한 박승호 전 포항시장은 3월 23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용선 후보는 2025년 9월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 신분”이라면서 “그럼에도 공관위 면접 과정에서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고의로 숨기기 위해 허위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포항시장 경선 컷오프 이후 3월 24일 밤부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김병욱 전 국민의힘 의원은 공천 결과와 관련해 “이번 사안은 개인의 낙천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선택권이 훼손된 문제”라며 “깜깜이 공천이 철회될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3월 26일 포항CBS라디오 ‘이슈철가방’에 출연해 “(중앙당이) 사법리스크 피의자 그 한 사람을 낙점하기 위해서 경쟁력이 높은 상위권 1, 2, 3등을 모조리 컷오프했다”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경선을 당장 중단하고 검증을 다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과 김병욱 전 의원은 경선 결과가 번복되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 공천 잡음은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서고 있지 않는 반면, 국민의힘은 통상 범위 이상의 잡음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신 교수는 “무소속 리스크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봐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지금 공천 신청자도 모자라 애를 먹고 있지 않느냐”면서 “현실적인 제약도 많은 만큼 무소속 리스크가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지역구는 대구 정도가 손에 꼽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